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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May 24. 2024

베트남 남부의 우기

베트남 사람들은 이 고마운 비를 싫어한다고 한다

 올해 들어 간만에 베트남다운 비가 내렸다. 물론 1시간도 채 안되어 그치고 말았지만 얼마나 기다리던 비였던가! 올해는 유난히 더웠다. 5월이 되었는데도 비가 내리지 않아 밖으로 나가는 것이 무서울 정도였는데 어느 지인분이 올해는 이상기온으로 7월까지 비가 안 오고 무덥기만 할거라는 기상예보가 있었다는 말을 듣고 한숨을 쉰 적이 있다. 

KNG Mall 앞 주차장 도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KNG Mall 앞의 주차장 도로는 빗물로 흥건하다. 차량이라도 한 대 지나갈 양이면 인도에 서 있던 사람이나 차량 주변의 오토바이는 물세례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차량의 기사는 미안해 하지도 않고, 물세례를 받은 사람도 '오늘은 내가 재수가 없구나' 라는 식으로 체념하고 화도 내지 않는다. 


 베트남 남부지역은 열대몬순 기후로 건기와 우기 두 계절로 나뉜다. 통상 11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는 건기이고 5월부터 10월까지는 우기에 해당된다. 5월이 되면 하루에 한 두 번씩 집중 호우(스콜)가 짧게는 30분에서 1시간 정도씩 물을 쏟아 붓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쨍쨍 찌는 듯한 하늘을 만들곤 한다.

 필자는 호치민시와 남부에서만 10년 이상을 살고 있는데, 차라리 우기가 되면 하루에 한 두번씩 비가 내려 공기의 온도를 확 떨어뜨리고 공기가 맑아져서 선호하는 계절이다. 하지만 베트남 시민들에게 물어보면 100에 90명이 이상이 건기를 선호하는 듯 하다. 비가 온다는 말에 얼굴이 찌푸리기까지 한다.


 왜일까? 일반 시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이 오토바이인 상태에서 비가 오면 이동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무릎쓰고 이동을 감행한다고 해도 감수해야 할 피해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우선 우비를 입어야 하기에 몸이 온통 땀과 비로 범벅이 된다. 또한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하여 수시로 여러 지역이 침수되어 이동하지 못하데 되거나 이동중 오토바이 엔진에 물이 차서 멈춰 서거나 심지어는 수리도 못하게 망가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침수가 많이 되지 않은 도로에서도 도로 바닥면이 울퉁불퉁하거나 망가진 경우 바닥에 얇게 쌓인 물로 인해 바닥을 제대로 보지 못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심지어 호치민 시내는 호치민강이 바다와 연결이 되어 있어 만조가 되는 시각에 비가 내리면 도로는 순식간에 물로 넘쳐난다. 하수로 물이 아예 빠져 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이용해 이동을 하면서도 몇 번이고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엉켜 오가도 못하고 정체되는 경험을 수차례 하였다. 베트남 도로에 하수시설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물은 도로에 그득한데 차량과 오토바이는 서로 머리를 내밀고 먼저 가겠다고 발버둥을 치지만 모두들 그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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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한국에서도 유통을 하는 사람들에게 비가 온다는 예보는 절망에 가까운 소식이다. 하루하루의 매출 목표가 정해져 있는 백화점이나, 마트 등 모든 유통업체의 관리자들은 비가 오면 그 날은 망한 날이라며 울상이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외부에 조금만 나가있다 들어오면 땀으로 범벅이 되는 나로서는 내리는 소나기를 보면서 시원함을 느끼고 비가 그친 후에 시원하진 공기에 감사할 정도이다. 하지만 현지인들에게는 너무나도 불편한 존재가 '비'라는 사실이 아이러니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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