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쟁의 역사속에서 최종 승리를 이뤄낸 민족
'베트남 사람이 한국인보다 무섭다' 지금까지 내가 베트남 사람들과 생활하면서 가진 느낌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바로 이것인 것 같다.
베트남에 관련된 서적이나 책을 보면 베트남과 한국이 역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아 쉽게 적응이 되고 서로 통하게 된다는 말 들을 볼 수 있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가 다른 동남아 국가들 사람보다 베트남 사회와 베트남 시민들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이유는, 베트남이 유교와 불교 그리고 도교 및 전통 신앙 등 동양적인 가치관과 문화를 공유하고 있고, 우리보다 체구도 적으며 특히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뒤쳐져 있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15~20년전에도 우리는 중국인들을 상대로 일종의 우월감을 갖고 편한 마음으로 중국을 개척한다고 의기양양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중국의 사드 보복에 제대로 공식 항의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지 않았던가! 문화공정이나 예술 장벽, 군사적 위협 등 어느 한 분야에서도 진정 우리의 바른 말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왜일까? 그만큼 중국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인이 강해져서 우리에게 이제 더이상 손을 내밀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 중국인은 그랬는데, 베트남과 베트남인은 그렇지 않을까? 천년의 중국지배와 80년의 프랑스 식민지배 그리고 30년간의 항미전쟁을 모두 이겨낸 민족이다. 특히 현대에서 미국을 상대하여 승리한 유일한 나라이며, 민족 자부심이 대단하다. 2004년 베트남 주재원 생활을 시작했을 때 현지의 부사장은 내게 이런 말을 하곤 했다. "한국은 정말 대단한 나라이다. TV에서 보이는 한국인들의 근면성과 부모를 존경하는 그런 자세 때문에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것이다." 여기에서 끝내지 않고 내게 던진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베트남은 7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잘 살았다. 한국이 20년만에 이렇게 발전되었는데 우리 베트남도 그렇게 못하겠는가!"라는 말에 등골이 쏴 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사람들은 중국인들보다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높은 경제 성장율을 이루고 있는 나라, '포스트 중국'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나라 베트남. 이 사람들에 대한 냉철한 이해와 상호 발전이 없으면 곧 한중관계와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