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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24. 2024

아빠 자랑, 꿈이 실현되는 하늘

꿈이 있니 물어보면은...

 아버님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보기로 했다. 아버지는 조종사이셨다. 육군 항공부대에서 19년, 대한항공에서  20년을 조종사로 근무하신 베테랑 조종사이다. 베트남 전쟁에도 1년간 참전하셨다. 89세가 되신 지금도 정정하시다.

아버님이 조종하셨던 대한항공 보잉 747 기종

 조종사이셨던 아버지는 대한항공 재직 당시 건강을 너무 챙기셔서 온 가족이 숨죽이고 살았던 기억이 난다. 다음날 비행 스케줄이 있는 날이면 온 가족은 9시 이후 TV를 볼 수 없었고, 누구 한 명이 감기 기운이라도 있으면 수건을 별도로 사용하고 물론 식사도 따로 해야만 했다. 음식 식단에 짜고 매운 음식이 올라오면 아버님의 호통이 심해, 혹 음식이 짜거나 매워도 음식에 대한 불평을 어머니께 제대로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만약 나마저 짜네 맵네 했다간 그 질타가 다 어머니에게 갈 것이 때문이다. 난 지금도 음식을 싱겁게 먹는 버릇이  생겼다. 지금도 식탁에 음식이 올라와, 아버님이 내게 ‘음식 안 짜니? 정호 입엔 괜찮나?’ 물으시면 무조건 ‘전 괜찮아요’라고 말씀드린다. 

 

 아버님은 육군에 입대 후, 하늘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고 육군 항공대에 들어가시기로 마음먹고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하시고 조종사가 되었다고 한다. 나도 비행기를 볼 때마다 저 큰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걸 보고 신기해했고, 지금도 내가 하늘에 떠서 구름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만 하다. 고등학교 2학년까지만 해도 나의 꿈은 조종사였지만 시력이 갑자기 나빠진 관계로 공군 사관학교의 진학 꿈은 완전히 접어야 했다. 비행기의 신기함보다 나는 아버님의 조종사가 되려는 꿈과 그 꿈을 실제로 실현하셨다는 점에 더더욱 존경과 경의를 표하고 싶다. 

 어머님은 나의 젊은 시절 내내 조종사의 꿈을 지원해 주셨다. 결혼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나의 시력이 나빠진 게 어머니의 무관심 때문이라고 자책하시고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도 미국으로 건너가 민간항공사 학원에서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따서 조종사가 되라고 말씀을 하실 정도였다. 


 ‘아들을 낳으면 조종사를 시키고, 딸을 낳으면 절대로 조종사에게 시집보내지 마라’고 말씀하시곤 한 어머님의 말씀을 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조종사였던 아버님을 챙기기 위해 희생하신 시간과 노력이 어쩌면 아버님의 항공안전과 건강유지를 위한 노력과 비견될 정도이기 때문이다. 어머님은 이제 아버님이 조금은 나아지시고 어머니를 챙겨 주시기도 한다고 하신다. 하지만 40년 넘게 조종사로 살아오신 아버님의 습관이나 행동방식이 바꿔지지는 않는다는 것은 가끔 아이들과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러 갔다 온 내 자식들이 "할아버지 너무 까다로워요"하는 걸 보면서 쉽게 알 수 있다.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실현하신 분, 그리고 그것을 위해 건강과 정신을 과할 정도로 아끼고 챙기신 모습이 지금 보면 너무 존경스럽고 또 아름다워 보인다. 

 '내 꿈은 무엇이지?' '그걸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  생각하자니 그저 하늘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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