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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26. 2024

창고  

게으름을 키우는 미운 상자

 공감 매장을 운영하면서 약 30m 인근에 KNG Mall의 창고를 하나 얻었다. 당시 아이스크림 가맹점 판매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아이스크림 쇼테이스를 적재해 놓을 용도로 창고를 마련했는데 지금은 소주와 다른 음료 창고로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요 놈의 상품들이 창고로 들어가 앉기만 하면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니저들에게 매 번 “우리가 제품을 배송받는 것은 창고에 보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분들께 적시에 공급해 드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라고 말을 하여도, 말을 들을 때만 “알아 들었다”며 머리를 끄덕일 뿐 누구 한 명도 지시하지 않으면 매장에 부족한 상품을 알아서 먼저 채워 놓은 사람이 없다.

 

 기업에 제공하기로 한 음료가 있어 창고에 가보니, 매장에 자리를 비운 음료도 가만히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다. 심지어 신제품 음료도 ‘나를 여기 처박아 놓으려고 데리고 왔어요?’라며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평상시 같았으면 매니저를 불러 혼을 내고 당장 매장으로 다 옮기라 했을 테다. 하지만 이 번엔 내가 직접 고객을 보고 싶어 하는 음료들을 데리고 나왔다. 처음 신상품을 창고에 넣으라고 지시한 것 자체가 내 잘못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되자 고객들이 매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오늘 처음 매장에 선보인 음료는 선뜻 자기를 선택해 준 고객의 차에 실려 가면선 내게 환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새로운 상품을 입고 시켜 매장에 전시한 후, 고객이 그 상품을 사가는 것을 보면 참 뿌듯하고, 고객들이 그 상품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 내 기분도 들뜨곤 한다. 그런데 매니저들과 직원들은 그런 기분을 못 느끼는가 보다. 

 

 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적시에 공급해 드리는 것인데, 우리의 게으름이 그것을 방해하고 있고, 특히 이 조그마한 창고 녀석이 착한 일을 하다가도 심술궂게 물건을 내어 놓지 않고 욕심을 부리곤 한다. 창고에 자주 가고 친해져서 이 녀석이 이런 장난을 치지 못하게 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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