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시작한 베트남어 공부
다시 베트남어 공부를 시작했다.
숙소로 돌아가 유튜브에서 베트남어 단어가 정리된 것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단어를 눈으로 보곤 '아 대부분의 단어들 아는 것들인데... 발음도 다 아는데...'라면서도 듣고 따라 해 본다.
베트남어 공부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화가 나기 시작한다.
'왜 이곳 베트남에서 10여 년을 살고 있는데도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일까?'
'베트남어 관광 통역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는 나인데 왜 내 말이 안 들린다고 하는 사람들은 뭐지?'라는 생각들이 나를 더 답답하게 만든다. 주재원 생활을 할 때야 핑곗거리가 있었다. 베트남 직원들이 영어를 대부분 할 수 있으니 그나마 깊은 얘기는 영어로 하는 것이 소통에 더 빨랐기 때문에 일반적인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말만 베트남어로 하고 그들이 하는 말은 "이해 못 한다"라고 말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대부분의 시간을 베트남 직원들과 함께 한다. 초기 몇 해는 내 말을 알아듣는 매니저가 나의 베트남어를 자기들의 베트남어로 통역을 해 주면서 소통을 했다. 그때만 해도 나도 핑곗거리가 있었고 그들도 핑곗거리가 있었다. 난 표준어로 베트남어를 배웠고, 여기는 지방이라 사투리도 있고 억양도 조금 달라 서로 쉽게 알아듣지 못한다는 핑계로.
지금은 이런 것들이 모두 다 핑계다. 내가 제대로 집중해서 공부하고 연습하지 않거나, 정말 베트남어가 어렵다는 것 둘 중의 하나이다. 그러고 보니 답이 둘 다인 것 같다.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전문가가 되겠다고 했었고 인정을 받아 중국 주재원으로 파견을 나갔다. 그 해외생활을 인정받아 베트남으로 오게 되었고, 나름 베트남어도 열심히 공부를 했다고 생각한다. 시험 성적도 물론 상위였고 외국어를 정말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았었는데 지금 보면 방법과 생각이 틀린 것이다.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를 잘한다고 인정을 받았던 것이다. 그것도 종이 시험으로. 그리고는 외국어를 못하는 사람에게, 외국인과 대화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 인정을 받았던 것이다.
속상해하면서 또 알고 있던 베트남어 단어들을 한 시간 이상 듣다가 잠이 들었다. 베트남어 인강은 정말 소용없다는 생각을 같이 하면서. 매장에 오면서부터 직원들에게 일부러 더 많이 말을 해보려고 노력했다. 순간 말을 못 만들면 google 번역기를 보여줘 가면서 말을 연습했다. 저녁 주방장이 퇴근을 하면서 내게 질문을 한다. "요즘 Mr.Han이 베트남어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무슨 이유가 있냐?"는 것이었다. 속으로 마음이 뿌듯했다. 내가 베트남어를 하려고 노력하는 게 비친 듯해서이다.
외국어 공부, 인강은 정말 효과 없다. 외국인과 직접 대화를 할 기회가 없는 경우야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은 대화를 하게 되는 기회에 대비하는 연습일 뿐이다. 외국인이 옆에 있다면 무조건 다가가 말을 걸어보는 것이 진정한 외국어 학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30년 전 처음 대만 선생님으로부터 중국어를 배웠을 때, 내게 권했던 것이 3주간 중국어를 사용하는 아시아 국가들을 혼자 배낭여행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대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마카오를 배낭여행 한 적이 있다. 당시 선생님이 내게 해주신 말씀이 있다. "중국어 잘 못해도 다 이해해 줄 것이다. 최대한 많이 얘기하면서 중국어로 소통해 보려고 노력해 보라"는 것이다. 그 경험이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던 것 같다.
선생님이 뵙고 싶다. 그리고 중국어로 사는 이야기를 해 보면서 중국어를 더 배워보고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