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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l 31. 2024

잡은 사람이 대장인 것, 술병, 운전대

왜 자기만 가족을 생각한다고 생각하실까?

 잡은 사람이 대장인 것이 세상에 두 가지가 있다. 술자리에서 술병을 먼저 잡은 사람, 차량 운전대를 잡은 드라이버 이 두 사람이다. 

 

 형님이 형수와 한바탕 하셨다고 한다. 장거리 운행을 하면서 드라이브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데 뒤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도 잔소리가 많아 차를 세우고 키를 좌석에 던져 버리고 나와 버렸다고. 얼마 후 딸의 전화에 어쩔 수 없이 돌아가 다시 차량을 몰고 귀가를 하셨다고. 


 몇 년 전 가족들과 템플스테이를 위해 서울에서 출발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고속도로가 차량에 조금 밀리자, 뒤에 앉아 있던 와이프가 외곽으로 빠지라고 요구를 한다. 자기가 이 길을 잘 안다고. 나는 네비게이트를 믿고 가는 것이니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외곽으로 빠진 후 길을 몰라 주저하면 뒤에서 또 듣기 싫은 잔소리와 대결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만, 구시렁구시렁 외곽으로 빠지지 않은 것에 대한 질책과 더불어 자기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불만까지 쉬지 않는다. "그만합시다"를 세 번 정도 했을 것이다. 더 이상은 못 참고 내가 마지막에 할 수 있는 욕, *발이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럼 네가 운전을 하던가!" 고속도로에서 차선변경도 무서워 4차선으로만 달리는 작자가 이래라저래라 말이 많은 지. 차를 갓길에 세우고 가겠다고 시위를 하고 딸과 아들이 엄마에 대해 질책을 하고 나를 달래고 나서야 다시 운전을 시작했다. 


 어쩜 두 사람의 경험이 이렇게 똑같을까? 속도를 조금 올리기라도 하면 아이들이 타고 있는데 왜 이렇게 위험하게 모냐고. 제한 속도 규정에 맞춰 운행을 하는데도 그냥 내가 하는 짓이 다 미운 것 같아서 저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기는 자식 생각하고, 나는 애들 잡아먹으려고 운전하냐!' 


 왜 서로의 말이 이렇게 기분 나쁘게 들릴까? 믿음과 사랑이 없어서일까? 조용히 잘 살다가도 마음을 긁는 듯한 표현들이 나를 정말 화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정말 여자와 남자의 말을 다른 것일까? 

 형님의 싸움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한 편으로 왜 그렇게 싸워야 할까?라는 의문은 해결되지 않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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