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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May 27. 2024

베트남 중국에서 아파트 구하기

쫒기면 100% 지는 곳이 베트남, 중국

 우연히 2017년 1월 천진에서 적었던 일기를 보게 되었다.   

  

 [ 중국에서 아파트 구하기 ] 

 1월 9일이 호텔 레지던스 체크아웃을 해야 될 기일이었기에 올 해 초 신정 연휴 이후 아파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일주일이면 충분하겠지 뭐. 나 혼자 사는 아파트인데 뭐 그리 인테리어고 가구고 좋을 필요도 없고. 하지만 기대는 단숨에 무너져 버렸다. 내가 근무하는 SM City의 주변에 아파트에 방이 있다 해서 한번 가 보았는데 9층에 있는 아파트 방을 찾아 가면서부터 무서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두침침한 복도, 나무로 덮어 놓은 엘리베이터 내부 그리고 창고를 찾아가는 듯이 구불구불 이어진 통로를 지나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니 우리 할아버지가 사시던 남해의 집에 있는 것과 같은 쇼파와 옷장이 덜렁 놓여 있었다. 낙후된 모습에 너무 놀라 통역을 하는 직원에게 다시는 이 쪽 아파트는 보여주지도 말라고 했다. 그러던 중 지금 묵고 있는 레지던스 옆에 아파트가 있다해서 찾아갔다. 놀랍게도 지금 묵고 있는 호텔 레지던스 옆 동 이었고 구조며, 내부인테리어도 모두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방과 같은 것이었는데 임차료를 물어보니 4,500위안/월. 난 지금 9,000위안/월에 살고 있는데… 지금 난 왜 여기 산 거였지? 몰라서 그냥 뒤집어 쓴 거려니 싶어 마음이 더 아팠다. 물론 조식이 빠져 있고 식기나 침구 등을 새로 사야 하고 청소도 내가 해야 되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차이가 많이 나서 호텔측이 괘씸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알고 보니 호텔에서 여러 동을 만들면서 일부는 호텔 일부는 레지던스로 쓰고 나머지는 일반 분양을 한 것이었다.

   그 아파트 바로 옆에는 항공사 직원들이 많이 산다는 아파트가 있다 해서 한 곳을 보았는데 그 곳은 가격이 또 2,500위안으로 반으로 떨어졌다. 이건 뭐지? 갈수록 마음이 착잡해져 갈 즈음 인테리어나 가구나 마음에 드는 곳이 있어 계약 조건을 하나하나 묻기 시작했다. 월 2,500위안에 처음엔 무조건 1년. 6개월은 안되고. 그러던 것이 내 조건에 맞게 돌아가는 듯하고 시간도 촉박해지는 듯해서 다음날 계약을 하자고 했다. 회사 경비도 줄이고 그래도 마음에 드는 방을 얻었다 싶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기대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갑자기 중개업소에서 보증금은 두 달치, 관리비는 6개월 선납 아니면 계약을 안 하겠다는 것이었다. 누구랑 장난치나? 어제까지 한 약속은 뭐고? 통역직원에게 그 부동산에 연락해 다른 집 안 보여줘도 된다고 하고 연락을 끊었다. 그 다음에는 시간단위로 문자메시지가 오기 시작했다. 보증금 1달치 오케이. 또 한 시간 뒤에 메시지 와서는 관리비 3개월 선납, 마지막에는 또 입주자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됐거든요…! 나중에 나올 때 어떻게 하려고? 무슨 수를 써서 보증금 다 떼어 먹고 중간에도 딴 소리 할 사람들.

  다른 부동산을 찾았다. 작은 평수의 아파트를 보았는데 그래도 괜찮은 편이었다. 부하직원도 아파트를 구해야 해서 다른 조금 큰 아파트를 하나 더 보여달라고 했다. 큰 아파트도 사진도 괜찮았는데 오너가 올 수가 없고 월요일 아침에나 와서 방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난 월요일에는 아파트를 옮겨야 하는데… 우선은 작은 아파트 하나라도 계약할 결심을 하고 월요일에 큰 아파트도 보자 하면서 10시에 만나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10시 부동산에 도착하니 큰 아파트의 오너는 임대를 안 하기로 했다고 전화왔다고 하면서, 작은 방 오너는 계약을 하러 와 있다고 한다. 이건 무슨 시나리오지? 결국 난 또 낚인 것이었다. 별다른 방법을 써보지도 못하고 계약을 진행했다. 그런데 주인이 젊은 남성이고 사람도 괜찮아 보여 다행이다 싶었다. 아버지가 사주신 아파트라고. 한국 사람이 아파트를 깨끗하게 쓰는 걸 알아서 조금 더 싸게 아파트를 임대해주고 6개월도 한다는 고마운 말까지 전해주면서…

  한국에서 월세를 살면, 보증금에 월세는 매 월 내면 되는 것 아닌가! 중국은 보증금 내고 월세 최소 3개월 선납(일반적으로는 6개월을 선납한다고 한다)하고 난방비도 2개월 선납하고 전기 / 수도요금도 모두 카드식이여서 남아 있는 금액 지불하고 다 떨어지면 개인이 충전해서 쓰는 식이었다. 계약서에도 그런 모든 내용이 들어있었다. 무조건 중국에선 시간에 쫒기면 지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이제부터는 모든 일을 미리미리 해야 할 것 같다. 이것도 상술에 포함되는 것인지 사기 당한 것인지는 아직도 확실치 않다. 

아파트 안방에서 바라본 Phu My의 아침

 이걸 알면서도 베트남에 와서, 또 게으름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베트남에서 아파트를 임차를 하면서 처음에 보증금 2달치 였던 것이 계약 당일에 내게 건네 준 계약서에는 3개월치로 바뀌어 있었고, 임차료도 베트남 동이 아닌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 것도 그 때 알았다. 항의를 했지만 호텔 예약 마지막 날, 또 무한정 연장하면서 집을 찾을 수도 없는 상황이고. 주인은 '싫으면 말라'는 식이다. 뭐 그리 다른 조건도 아닌데 그리 따지냐는 듯한 묘한 표정까지 지으며. '보증금이야 나갈 때 받을건데...' 

 그걸 잘 알고 있던 내가 이번에 베트남에서 아파트 임차 계약을 하면서 또 한 번 속았다는 것을 상기하게 되면서 '정말 항상 정신차리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다시 든다. 중국, 베트남 정말 같은 점이 많은 나라이고 사람들이다. 가끔 중국에서 쓴 일기를 다시 보면서 지금의 나를 되돌아 보아야겠다. 

 

 그렇게 당해 보고 주의를 하겠다고 다짐을 했건만, 법인을 설립하면서 결국 시간에 쫒겨 현지인들에 끌려가면서 작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시작을 했다는 자부심과 이제 내가 원하는 일과 사업을 일궈 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을 추진해 나가기 시작했다.

 한국 사람들은 '빨리 빨리'로 유명하고, 중국인는 '만만디'로 그리고 베트남 사람들은 '컴싸오'로 유명하다. 그런데 보통 때는 '빨리 빨리'가 우수한 것 같지만 시간에 쫒길 때는 '만만디'와 '컴사오'에 한상 펀치를 맞는 것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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