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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Sep 01. 2024

3보 1배 수행의 산행

젊은이들이 무엇을 기원하며 저리 어렵게 오를까?

 오래간만에 산에 올랐다. 물론 40여분이면 오를 수 있는 시골의 뒷동산만 한 산이지만, 호찌민에서는 볼 수 없는, 그리고 무릎이 아파 다시 오르길 몇 번 주저했던 내겐 제법 산 다운 산이다. 

 어제저녁 형님과 지인분이 식사를 같이 하다 갑자기 아침산행 이야기가 나왔고, 바로 오늘 아침 올라보자고 결정하였다. 8시에 모이기로 했는데 아침에 눈을 뜨는 5시 45분, 매장으로 나와버렸다. 숙소에 있어왔자 킬링타임(Killing Time)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매장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조금 있다 보니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디냐?"

 "매장입니다"

 "그래? 그럼 3분 후에 도착한다. 라면이나 끓여 먹고 가자"라는 답변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형님이 차량을 멀고 도착하는 것이었다. 당신도 일찍 일어나서 내가 일어나 있으면 좀 빨리 가자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지인에게도 연락을 하여 셋이 라면을 먹고는 먹을 것을 쌌다. 보쌈에 막걸리. 산행 후 먹는 막걸리는 최고라는 말을 믿고.  


 비닐봉지에 막걸리와 보쌈을 넣어 들고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미안하고 초라한 생각이 들었다. 3보 1배를 하는 사람들이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몇 사람들의 손에는 모래를 넣은 봉지가 들려 있었다. 

3보 일 배를 하며 사찰로 향해 오르는 신도들
3보 1배로 사찰까지 산을 오르는 신도들
3보 1배로 산행하며 사찰로 향하는 신도들

 막걸리가 들어있는 봉지 속을 한 번 쳐다보곤 손잡이 부분을 꼭 쪼맸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젊은 청년들이 그렇게 산을 오르는 모습을 사진으로 저장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무슨 기원할 것이 절실해서 저렇게 힘들게 오르는 것일까? 지난번 이곳 산행 때는 이런 생각을 한 기억이 난다. '오르면 다시 내려올 것을 왜 이리 힘들게 오르려고들 할까?' '욕심일까? 아니면 그 인생을 허무함을 깨우치려고 오는 것일까?'라는 생각들을.

 1,400여 계단이라고 하니 약 470배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산을 오르면서. 집에서 108배를 해도 땀이 범벅이 되고 이제는 108배를 할 용기도 나지 않는데 저 젊은이들이 무슨 신앙심으로 저렇게 하면서 오를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단체로 어느 사찰에서 단체로 그 행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그저 한 둘씩 단독적으로 그렇게 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몇몇 사람들의 두 손에는 모래 봉지가 들려져 있었다. '사찰에 큰 역사가 있는 것이리라.'라는 추측을 하면 경외감을 갖고 따라 올라갔다. 

모래를 들고 올라온 젊은이들이 모래를 쏟아 모으고 있다

 사찰의 대웅전 옆 한편에 모래들을 모아두는 곳이 있었고, 3보 1배를 하면서 들고 올라온 모래를 쏟아붓고 있는 젊은 청년 연인(?)들의 모습이 너무 기특하기도 경이롭기도 하여 눈이 마주치자 먼저 엄지척을 보여주자 수줍은 듯 웃으며 합장을 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어렵게 오르며 바랬던 기원들이 모두 이루어지길 기원해 본다. 


 사람들의 마음과 모습이 너무 이쁘고 존경스러운 그런 산이고, 사찰인 것 같다. 정상의 사찰을 둘러본 후, 내려오는 길에서 보쌈은 꺼내지도 못하고 김치에 막걸리를 한 병 먹고는 그냥 내려가서 먹자 하곤, 매장으로 돌아왔다. 산행의 막걸리 맛은 있었지만, 불경을 저지르는 것 같은 미안하고 창피한 마음을 안고. 난 부끄럽지만 다른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목격한 기분 좋은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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