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유대감과 친밀감의 차이
베트남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부러운 것 중의 하나는 가족들 간의 친밀한 모습들이다. 아침 일찍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아빠의 가슴에 안겨 학교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오른 꼬마 아이, 엄마의 등에 가슴을 꼬옥 파묻고 학교로 향하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 그 작은 순간들이지만, 부모와 자녀 사이의 정서적 유대감은 베트남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국과 베트남은 생활 패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며, 특히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의 분량과 그 의미에서 큰 차이를 드러난다. 베트남 사람들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가족과 함께 보내며, 이는 가족 간의 강한 유대감과 친밀함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반면 한국은 일과 교육에 대한 강한 집중으로 인해 가족들이 따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 그 차이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 아침 식사와 가족의 시작
베트남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가족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눈에 띈다. 베트남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며 하루를 시작하는데, 아침은 가족 간의 대화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시간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아침 식사를 함께하며 부모는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다주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족의 일상이 공유된다. 특히 아침에 간단한 길거리 음식, 예를 들어 쌀국수나 반미를 사서 가족과 나누는 모습이 흔하며,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이동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이 흔한 일상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많은 경우 부모와 자녀가 아침에 따로 식사하거나, 바쁜 스케줄로 인해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흔하다. 부모는 출근, 자녀는 학교 준비로 분주하여 가족이 모이는 시간보다는 각자의 일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아침 시간의 가족 소통은 베트남 가정과 비교하여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2. 저녁 시간의 가족 활동
베트남에서는 저녁 시간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저녁 식사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시간이며, 이때 가족 간의 대화가 활발히 이루어진다. 베트남 가정에서는 저녁 식사 후에도 함께 TV를 보거나 대화를 나누며, 집 안에서 조용하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은 저녁에도 외부 활동보다는 가족과의 시간을 우선으로 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저녁 시간에 외출하거나 운동, 모임 등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일과 교육에 치중된 한국 사회에서는 저녁 시간에도 학원, 운동, 업무 미팅 등으로 가족 간의 소통이 부족할 수 있다. 가족 구성원들이 저녁 식사 시간에 함께하지 못하거나, 식사 후에도 각자 개인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이는 가족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시간이 부족해지는 요인이다.
3. 주말과 여가 시간
베트남에서는 주말에도 가족과 함께하는 활동이 많다. 많은 베트남 가정에서는 주말에 함께 시장에 가거나 사찰을 방문하며,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젊은 세대와 부모 세대가 함께 모여 교류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며, 이는 가족 간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크리스마스이브 날에는 한 학급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한 매장에 모여 단체 파티를 즐기는 경우도 보았으며, 어린이의 생일파티에 학부모들이 함께 참여하는 일은 흔한 장면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주말이 되면 가족들이 따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더 많다. 학생들은 학원에 가거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부모는 개인적인 활동에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로 인해 주말에도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적으며, 개인적인 성취나 활동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강하다.
이처럼 베트남은 전반적으로 가족 중심적인 생활 패턴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리고 주말까지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족 간의 유대감이 더욱 강해진다. 부모와 자녀, 그리고 여러 세대가 한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도 한다. 또한 베트남에서는 자녀 교육이나 경제적 책임도 가족 전체가 함께 나누는 경향이 있어,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중시하는 생활 태도가 두드러진다.
한국에서도 전통적으로 가족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일과 학업, 개인 성취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경향이 강해졌다. 그 결과, 가족 간의 유대감이 약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며, 가족 구성원 간의 소통 시간도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가족과의 소통과 여가를 중요시하는 인식이 다시 부각되고는 있지만 베트남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듯하다.
내가 어렸을 당시에도 아버님과 함께 한 기억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한국에서는 아버지는 '밖에서 돈을 벌어오시는 분'이라는 인식이 녹아 있었고, 그래서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 또한 우리 아이들과 주말에 외식을 하는 것 또는 휴가에 함께 여행을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던 것 같다.
한국과 베트남은 모두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의 양과 그 의미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베트남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리고 주말에도 가족이 중심이 되는 생활 패턴을 통해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반면, 한국은 바쁜 일상 속에서 개인 활동에 더 중점을 두는 경향이 강해 가족 간의 친밀감이나 유대감은 그만큼 떨어진 것 같다.
문화적 차이, 전통적 차이가 있겠지만, 아빠 또는 엄마와 함께 등하교를 하는 학생들을 볼 때면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고 보고 싶은 것은 아마도 부럽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