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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Nov 11. 2024

사찰이야? 보육원이야?

베트남 불교사찰의 비영리 활동

 주일에 바리아의 산을 잠시 오르고, 바다와 탁 트인 하늘을 보면서 힐링을 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형님께서 일부러 나를 위해 사찰을 들러 주셨는데 그곳은 일종의 수련원이었다. 

바리아 선원 전경과 명상을 즐기는 처자들
바리아 붕따우성의 선원 전경
법당 내부 전경
법당 뒤 달마대사 동상

 선원(수련원)이라 그런지 대법당 하나 빼고는 다른 전각들도 찾기 어려웠다. 심지어는 벽돌로 만들어진 전각에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벽돌 전각에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 모습

 반면 대웅전으로 보이는 대법당 주변에서 명상을 하고 있는 젊은 처자들과 비구 옷을 입고 옹기종기 모여 말씀을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참 평화롭고 선원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타고 푸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도 한국처럼 사찰과 성당은 비과세일까?'라는. 매장에 돌아와 확인해 보니 베트남에서도 종교 단체와 관련된 활동에 대해 특정한 세제 혜택이 부여된다고 한다. 종교 단체가 수행하는 예배, 교육, 의료, 자선 등 비영리 목적의 활동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일반적으로 법인세 면제 대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이 상업적 성격을 띠거나 영리 목적의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 해당 소득에 대해 바로 과세과 될 수 있다고 한다. 

 종교 단체의 비영리적 활동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이 주어지지만, 영리 목적의 활동이나 상업적 용도의 자산에 대해서는 과세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보다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 사찰에서는 마을 공동체의 중심적 역할을 하면서 사회봉사나 자선활동 등 적극적인 대중활동을 한다고 들었다. 실제로 필자가 방문한 푸미의 사찰이나 수도원에서, 사찰 안 쪽에 숙소 같은 집들이 있고 아이들도 많이 있기도 하고, 아침에는 사찰에서 등교를 위해 우르를 나오는 아이들도 보기도 했었다. 


 베트남의 불교 사찰의 비영리적 활동들에 대해 찾아보았다. 

 불교는 베트남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주요 종교로 자리 잡고 있으며, 종교적 수행 외에도 지역 사회와 함께하며 봉사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 규모와 다양성에서도 타 종교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베트남 사찰에서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비영리 활동들을 살펴보면, 


 1. 많은 베트남 불교 사찰은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와 자선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주로 저소득층 가정이나 소외된 계층에게 식사 제공, 의류, 필수 생활용품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불교 사찰은 어려운 이웃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2. 일부 사찰은 유아원을 운영하며 지역 내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어린이들에게 교육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유아원은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교육과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르치는 장소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찰이 운영하는 유아원은 종교의 경계를 넘어 지역 사회 전체의 유익을 도모하는 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푸미 사찰 내 운영 중인 학교

 특히 푸미 지역의 사찰이나 수도원에 있는 숙소와 아이들에 관한 모습은 베트남 불교 사찰의 독특한 사회적 역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많은 베트남 사찰은 종교적인 수행과 더불어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지원과 보호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도 큰 도움을 제공한다. 

 

 이러한 아이들의 사찰 내 거주와 생활 방식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경제적 어려움이나 부모의 부재로 인해 가정에서 생활하기 힘든 아이들은 사찰이나 수도원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하게 된다. 사찰은 이러한 아이들을 위해 숙소와 기본적인 생활환경을 제공하며,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보호자 역할을 한다. 이는 불교의 자비와 보살핌의 정신에 따라, 특히 소외된 계층이나 고아에게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찰 내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일반 학교에 다니면서 사찰에서 교육적인 지원을 받는다. 아침마다 사찰에서 많은 아이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사찰이 부모 역할을 대신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학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방과 후에는 사찰에서 종교적 지도와 생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게 된다. 

 사찰 내 거주하는 아이들은 불교적 가르침을 통해 선행과 봉사의 중요성을 배우며, 이를 실천할 기회를 가진다. 사찰에서 생활하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종교적 가르침을 접하게 되며, 생활의 지혜와 사회적 책임감을 함양하게 된다. 이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기르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사찰들은 아이들에게 단순히 생활을 유지하는 장소가 아닌, 가족과 같은 공동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님들은 이들 아이들을 따뜻하게 돌보며, 서로를 형제자매처럼 지내게 하여 안정감을 준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사찰을 가족처럼 여기며 성장하며, 이는 불교 사찰의 자비로운 교육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다.

 또한 일부 사찰은 자립을 돕기 위해 직업 기술 교육이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지원도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아이들은 사찰 내에서 배운 기술을 통해 성인이 된 후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다. 이로 인해 사찰은 단순히 일시적인 보호가 아닌, 장기적인 삶의 준비를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처럼 베트남의 많은 사찰과 수도원은 단순히 종교 수행을 위한 장소를 넘어 사회적 보호자 역할을 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는 안전한 성장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3. 몇몇 사찰은 무료 진료소를 열어 지역 주민들에게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전문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건강 검진, 진료 및 약품을 무료로 제공하여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의료 서비스는 특히 의료 접근성이 낮은 농촌 지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곳 푸미에도 사찰 경내에 종합병원 수준의 대형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일반인이 필자도 그곳에서 진료를 받아 본 적이 있는데 시설이나 의료진들이 일반 병원의 그 이상이었다.

 4. 베트남 불교는 자연을 존중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찰은 주기적으로 환경 정화 활동을 진행하거나, 나무 심기 행사와 같은 환경 캠페인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불교의 ‘자연과의 조화’ 철학을 실천하는 방식으로 지역 사회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5. 베트남은 홍수, 태풍 등 자연재해가 잦은 나라로, 많은 불교 사찰들이 재난 구조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사찰은 긴급 구호 물품을 준비하고,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피해 지역에 직접 방문하여 복구를 지원하기도 한다. 이러한 구호 활동은 베트남 불교 사찰이 지역 사회에서 신뢰받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히며, 많은 주민들이 어려움 속에서 사찰의 도움을 통해 희망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베트남 불교 사찰의 이러한 다양한 비영리 활동들은 단순히 종교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예시로, 지역 사회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바, 한국 불교에서도 본받을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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