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랑스와 중국: 베트남 사람들이 느끼는 상반된 기억
베트남, 베트남 사람들에 대해 살펴볼수록 우리와 닮은 점이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무수한 침략에 맞서 싸우며 국가를 유지한 베트남의 민족성은 한국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드러난 갈등과 현실의 문제들마저도 서로 닮아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베트남은 한국과 함께 외세 지배를 극복하고 민족적 자부심을 지켜낸 역사를 가진 나라이다. 특히 프랑스와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의 지배를 경험한 베트남은, 이들에 대한 인식에서 매우 상반된 태도를 보여준다. 이번 글에서는 베트남 사람들의 두 나라에 대한 인식과 그 배경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 한국이 배울 점과 고민해야 할 숙제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필자는 이와 관련해서 세 편의 글로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베트남이 프랑스와 중국의 식민지배를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베트남 국민들이 두 나라에 대해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후 프랑스의 식민 지배기간 동안의 정책과 수탈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이후 친프랑스 세력들을 어떻게 척결했는지를 살펴보면서 과거 한국(남북한)의 친일세력 청산작업과 비교하는 글을 적으며 역사 속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과 남아있는 숙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베트남 사람들이 바라보는 프랑스와 중국
베트남은 오랜 세월 동안 강대국들의 영향 아래 놓여 있었다. 특히 프랑스와 중국은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두 나라에 대해 매우 상반된 태도와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런 인식은 단순히 과거의 식민 지배 경험뿐 아니라, 그 이후의 역사적 사건들과 문화적 교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프랑스: 애증의 유산
프랑스는 베트남에 약 100년간 식민 통치를 하며 정치적, 경제적 착취를 일삼았지만, 동시에 베트남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프랑스는 베트남에 근대적 교육 시스템, 의료 시설, 그리고 건축 및 도시 계획을 도입했다. 특히 하노이, 사이공(현재의 호찌민시)에는 프랑스풍 건축물이 여전히 남아 있어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프랑스식 빵(바게트)을 바탕으로 한, 반미는 베트남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고, 커피 문화도 프랑스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프랑스는 식민 기간 동안, 베트남의 경제적 자원을 약탈하고, 강압적인 통치를 통해 국민의 자유를 억압했다. 프랑스는 메콩 삼각주에서 대규모 쌀 생산을 조직화하고, 이를 유럽으로 수출하며 베트남 농민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프랑스는 '침략자'로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에 대한 분노보다는 일정 부분 낭만적이고 문화적 호기심을 가진 경향이 더 강하다. 이는 프랑스 문화를 향유하고 있는 현재 베트남 사회의 모습에서도 잘 드러난다.
중국: 경계와 경쟁
중국은 베트남 역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영향을 끼친 나라이다. 1000년에 가까운 한족 지배(111 BCE~938 CE)와 이후 수차례의 침략, 그리고 근현대에 이르러 국경 분쟁 등으로 베트남과 중국은 매우 복잡한 관계를 이어 왔다.
역설적이게도, 베트남은 식민기간 동안 중국 문명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 한자와 유교 사상은 베트남 전통 사회와 관습에 스며들어 있다. 오늘날에도 설날(테트) 같은 축제나 효와 가부장적인 가족관계 등은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역사적으로 베트남의 주권을 여러 차례 침탈하며, 베트남의 정체성을 위협한 존재로 여겨졌다. 베트남인들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지키는 것'을 국가적 자부심으로 삼고 있다. 이는 베트남 전통 설화에서 중국의 침략에 맞서 싸운 영웅들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에도 남중국해(South China Sea) 분쟁과 같은 국경 문제로 인해 중국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히 높다.
베트남의 두 나라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만들어진 배경을 살펴보면,
중국은 오랜 기간 동안 베트남에 지배적 영향을 미쳤지만, 이는 고대와 중세 시기에 해당한다. 반면 프랑스는 근대 이후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식민 통치를 했기에, 사람들의 기억에 더 '현대적'이고 구체적으로 남아 있다.
침략 방식에 있어서, 프랑스는 서구적 가치를 강압적으로 주입하기는 했지만, 문화적 교류와 교육 시스템을 통해 '세련된 지배자'의 이미지를 남겼다. 반면 중국은 주로 물리적, 군사적 압박으로 베트남의 주권을 억압했기에 더 부정적인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다.
무엇보다 현대적 맥락에서, 베트남과 프랑스와의 관계는 현재 문화적 교류와 외교적 협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중국과는 여전히 경제적 의존과 영토 분쟁이 얽혀 있어 갈등이 빈번하다. 이러한 현대적 맥락이 두 나라에 대한 인식 차이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베트남 사람들에게 프랑스와 중국은 모두 한때 그들의 자유를 억압했던 '지배자'였지만, 프랑스는 '과거의 기억'으로, 중국은 '현재의 위협'으로 자리 잡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의 이러한 상반된 인식은 그들의 독립심과 역사적 자부심이 어떻게 현실에서 반영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프랑스의 지배가 정말 '기억 속의 낭만'으로만 남을 수 있을까? 다음 글에서는 프랑스의 식민 통치가 베트남 사회에 남긴 흔적과, 그것이 오늘날 베트남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탐구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