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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Dec 13. 2024

13일의 금요일

조종사들의 비행기피 현상

 13일의 금요일은 서양 문화에서 불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날이다. 이 날을 기피하는 현상은 단순히 미신적인 믿음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조종사들 사이에서 특히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예전에 아버님도 13일의 금요일에는 외국인 조종사처럼 비행 스케줄을 제외해 달라고 요구할 정도는 아니지만, 신경이 쓰인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서양의 조종사들이 이 날에 비행을 기피하는데에는 더 깊은 심리적, 문화적 요인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1. 서양 문화에서의 13일의 금요일

 서양에서는 13이라는 숫자와 금요일 자체가 각각 불길한 상징으로 간주되어 왔다. 13은 숫자 12의 완전함(12달, 12사도 등)을 깨뜨리는 불완전한 숫자로 여겨지며, 금요일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힌 날로 전해져 불길하게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두 요소가 결합된 13일의 금요일은 불운의 날로 굳어지게 되었다.


 2. 조종사들의 민감성

 항공 산업은 극도로 안전에 민감한 분야이다. 조종사들은 모든 상황에서 신중하고,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미신이나 심리적 불안은 비행 성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조종사들 중 일부는 13일의 금요일에 비행을 기피하거나, 불필요한 긴장을 피하기 위해 이 날에 특별히 신경 쓰는 경우가 있다.


 3. 심리적 자기 실현 효과

 미신은 때로는 자기 실현적 예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3일의 금요일이 불운하다는 믿음이 강한 조종사는 실제로 그날 비행 중에 작은 실수를 하거나, 평소보다 긴장된 상태에서 비행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심리적 요인은 항공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항공사는 이 날 비행 스케줄을 조정하거나 조종사들에게 특별한 주의를 요구하기도 한다.


 4. 실제 역사적 사건 사례

 13일의 금요일에 발생한 사건 중 하나는 1972년 10월 13일, 우루과이 공군기 571편이 안데스 산맥에 추락한 사고이다. 이 비행기는 럭비 팀과 그들의 가족 및 지인을 태우고 있었으며, 승객과 승무원 45명 중 16명만이 72일 후 구조되었다. 이 사건은 "안데스의 기적"으로 불리며, 13일의 금요일에 대한 불운한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킨 사례로 남아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2010년 8월 13일, 스칸디나비아 항공의 한 비행기가 시스템 오작동으로 인해 위기를 겪은 일이 있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 날의 특이성이 미신적인 믿음을 더욱 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5. 항공사들의 대응

 기록에 따르면, 항공 사고율은 특정 날짜에 눈에 띄게 증가하지는 않지만, 미신에 영향을 받는 승객과 승무원들로 인해 항공사들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일부 항공사들은 13번 좌석을 없애거나, 금요일에 특별한 안전 점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조종사였던 아버님께서 외국 조종사들이 13일의 금요일에 비행을 기피한다는 이야기를 전하신 것은 단순한 미신적 행동이라기보다는, 심리적 안정을 중요시하는 조종사들의 문화적 태도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는 항공 산업이 얼마나 안전에 민감하고, 사람의 심리적 상태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13일의 금요일은 단순히 미신적인 믿음의 날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과 안전이 중요한 항공 산업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조종사들이 이 날에 비행을 기피하려는 태도는 단순히 불운을 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비행 환경과 심리적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오늘 아침 불교 신자인 내가 '13일의 금요일'을 확인하자마자 '오늘은 조심해야겠다'라는 생각이 앞선 것을 보면 아마도 어렸을 적 아버님의 영향일 수도 있겠다. 

 '더 조심하는 것이야 무엇이 문제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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