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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에탄회관(Tuệ Thành Hội Quán) 탐방기

호찌민시 5군 소재

by 한정호

호찌민시 5군 '투에탄회관(Tuệ Thành Hội Quán, Tue Thanh Assembly Hall)' 탐방기

호찌민시 5군(Quận 5)은 베트남 내에서도 화교(華僑) 문화가 깊이 뿌리내린 지역이다. 이곳에는 중국 광둥성(廣東省)과 푸젠성(福建省) 출신 이민자들이 세운 다양한 사당과 회관이 존재하는데, 투에탄회관(Tuệ Thành Hội Quán, 慧成會館)은 그중에서도 중요한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지닌 건물이다.


이 회관은 단순한 사원이 아니라, 광둥(廣東) 출신 화교들이 공동체를 형성하고 신앙과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세운 공간이다. 현재까지도 베트남 화교 사회의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으며, 중국식 건축과 도교 신앙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사원으로 많은 방문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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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9_091551.jpg 투에탄 회관 입구 및 좌우 전경

1. 투에탄회관의 역사와 유래

투에탄회관(慧成會館)은 19세기에 광둥성 출신 화교 공동체에 의해 건립되었다. 베트남으로 이주한 중국계 이민자들은 각 성(省)별로 모여서 자신들만의 회관(Assembly Hall, Hội Quán)을 설립했는데, 이는 단순한 사원이 아니라 문화적·사회적 중심지 역할도 했다.

투에탄(Tuệ Thành, 慧成)이라는 이름은 광둥성의 한 지역명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며, 본래 광둥 출신 화교들의 모임 장소로 시작되었다. 사원의 주신(主神)은 성완묘(聖援廟)라고도 불리는 도교 사원이다. 이곳에서 모시는 주신(主神)은 마조(媽祖, Thiên Hậu Thánh Mẫu)로, 바다에서 선원과 상인들을 보호하는 해신(海神)이다. 마조는 바다를 수호하는 여신으로, 베트남 남부와 화교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신앙 대상 중 하나이다. 마조 양옆에는 그녀를 보좌하는 천리안(千里眼, Thiên Lý Nhãn)과 순풍이(順 Phong Nhĩ) 신상이 배치되어 있다.

- 천리안(千里眼): 먼 곳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신.

- 순풍이(順風耳): 바람을 타고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신.

이들은 마조를 보좌하며,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는 역할을 한다.현재는 도교, 불교, 민간신앙이 혼합된 형태로 발전하여 많은 신도들이 찾고 있다.


2. 건축과 내부 구조

투에탄회관은 전통적인 중국식 건축 양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베트남 특유의 문화적 요소가 가미된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가. 입구와 외관 : 붉은 벽과 황금색 장식이 조화를 이루며, 전통적인 중국식 회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입구 상단에는 중국식 한자 간판이 걸려 있으며, 용(龍)과 봉황(鳳凰), 다양한 신화적 동물들이 장식되어 있다. 또한 지붕에는 도교와 불교에서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는 용 조각상이 장식되어 있어 강력한 기운을 상징한다.

나 본전(Main Hall) : 모신 중심마조(媽祖, Thiên Hậu Thánh Mẫu)를 모신 공간

사원 내부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은 마조(媽祖, Thiên Hậu Thánh Mẫu)를 모신 본전이다. 중앙에 금빛으로 장식된 마조상이 놓여 있으며, 신자들은 이곳에서 향을 피우고 기도를 올린다. 불교적 요소와 도교적 요소가 혼합되어 있으며, 전통적인 도교 사원에서 볼 수 있는 붉은 등(燈)과 노란색 장식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다. 양측의 보조 신앙 공간 : 본전 양쪽에는 다른 신(神)들을 모신 제단이 마련되어 있다. 도교 신앙의 영향을 받아 토지신(土地神, Thổ Địa), 재신(財神, Thần Tài, 부를 관장하는 신), 태상노군(太上老君, 도교의 대표적 신격) 등 다양한 신들이 함께 모셔져 있다. 일부 공간에서는 선망한 조상들의 위패도 보관되어 있으며, 화교 공동체의 유산을 기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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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9_091325.jpg 투에탄 회관 내부 전경

3. 신앙 활동과 문화적 의미

투에탄회관은 단순한 종교 공간이 아니라, 호찌민시의 광둥 화교 공동체가 신앙과 전통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장소이다. 이 회관이 가지는 의미를 살펴보자면,

가. 관세음보살을 기리는 의식

우선, 가장 중요한 신앙 행사로 관세음보살의 생신(음력 2월 19일, 6월 19일, 9월 19일)을 기리는 기념 의식이다. 이때 많은 신자들이 모여 기도를 올리고, 공양을 바치며, 사원에서 제공하는 의식에 참여한다.

나. 도교 및 민간신앙과의 융합

이 회관은 도교(道教)와 불교(佛教)의 요소가 함께 혼합되어 있다. 재신(財神, Thần Tài)에게 기도하여 사업 번창을 기원하는 상인들도 많이 찾는다. 또한 조상 제사 및 위패 봉안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화교들이 가족의 명복을 비는 장소로도 활용된다.

다. 화교 공동체의 문화적 중심지

투에탄회관은 단순한 사원이 아니라, 화교 공동체의 모임 공간 역할도 한다. 과거에는 이곳에서 이민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경제적·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역할을 했다. 지금도 지역 화교들이 행사나 모임을 주최하는 등 여전히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호찌민시 5군은 화교 문화의 중심지로, 중국식 사원과 회관이 조화롭게 섞여 있는 독특한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투에탄회관은 19세기 광둥 화교 공동체의 흔적을 간직한 역사적 건축물로서, 단순한 사원이 아니라 화교들의 신앙과 문화가 녹아 있는 공간이다.

20250129_091509.jpg 투에탄회관 중수문

화교들의 공동체 사원이면서도 베트남 특유의 문화적 요소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 필자의 관심을 더 끌게 하였다. 이 부분에 대해 정리해 보자면,

투에탄회관은 원래 중국 광둥성(廣東省) 출신 화교들이 건립한 사원이지만, 오랜 세월 동안 베트남에 뿌리를 내리면서 베트남 특유의 문화적 요소가 자연스럽게 섞였다. 즉, 전통 중국 사원의 건축 양식과 신앙 체계가 유지되면서도, 베트남 불교 및 민속 신앙의 영향을 받은 독특한 융합 형태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 건축 양식에서 나타나는 베트남적 요소

- 지붕과 장식 (베트남 전통 요소의 반영) : 전통적인 중국식 사원 건축 양식(曲面屋頂, 곡면 지붕)을 유지하면서도, 베트남 사원에서 볼 수 있는 ‘용(龍)과 봉황(鳳凰)’ 문양이 더 강조됨.

- 베트남의 전통 건축에서는 ‘음양(陰陽)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겨, 지붕 끝이 위로 올라가면서 균형을 맞추는 특징이 있음.

- 붉은색과 노란색(황금색) 조합이 강하게 사용되는데, 이는 베트남 전통 불교 사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색채 조합임.

- 외벽과 벽화 : 베트남 스타일의 채색 기법, 중국 사원에서는 전통적으로 붉은색과 금색을 주로 사용하지만, 베트남에서는 벽에 다양한 색을 입히는 경향이 강하다.

- 투에탄회관 내부에서도 중국 전통 벽화 외에 베트남식 민속화를 반영한 요소들이 발견되고 있는데, 연꽃(蓮花) 장식이 많은 것은 베트남 불교 사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 사원의 개방성 : 중국의 사원들은 보통 담을 높이 쌓아 폐쇄적인 형태를 띠지만, 투에탄회관은 베트남식 개방형 구조를 따르고 있음. 입구를 지나면 비교적 개방된 마당이 있으며, 자연과 어우러진 구조를 유지하는데, 이는 베트남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들이다.


나. 신앙 및 종교적 요소에서 베트남적인 특징

- 불교 + 도교 + 민간신앙의 혼합 형태 : 투에탄회관은 본래 중국 도교(道教)와 불교(佛教)가 융합된 형태의 사원이지만, 베트남의 토착 신앙과 불교 요소가 추가되면서 더 독특한 형태를 띠게 되었다.

- 관세음보살(Quan Âm Bồ Tát)에 대한 강한 신앙 : 베트남에서는 관세음보살 신앙이 매우 강한 편이다. 또한 베트남 불교에서는 관세음보살이 남성적 존재가 아니라 여성적 존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으며, ‘자비의 어머니’로 여겨지는 점이 특징인데, 이 사원의 관세음보살 조각상도 베트남식으로 조금 더 부드러운 표정과 형태를 띠고 있다.

- 토지신(Thổ Địa)과 재신(Thần Tài)에 대한 신앙 : 베트남 민간신앙에서는 토지신(土地神, Thổ Địa)과 재신(財神, Thần Tài)에 대한 신앙이 강하다. 베트남에서는 거의 모든 상점과 가정에서 토지신과 재신을 함께 모시는 작은 제단(Thần Tài – Thổ Địa Bàn)이 존재하는데, 이 문화가 투에탄회관에도 반영되고 있다. 사원 내부에 작은 토지신과 재신의 신위(神位)가 따로 마련되어 있으며, 상인들이 사업 번창을 기원하며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 선망한 조상의 위패를 모시는 공간 : 베트남의 전통 불교 사찰처럼 사원 한편에 돌아가신 조상의 위패를 모셔놓고 명복을 빌 수 있도록 한 공간이 마련해 놓고 있는데, 이는 조상 숭배(祖先崇拜) 전통이 강한 베트남 특유의 신앙이 반영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 중국 사원에서는 보통 도교 신이나 특정 신앙적 인물을 중심으로 모시는 경우가 많지만, 베트남식 화교 사원에서는 사찰 자체가 ‘조상을 기리는 공간’의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다. 신앙 행사와 문화적 요소에서의 변화

- 음력 명절(특히 ‘우란분절’과 ‘베트남식 설날’)에 특화된 행사 : 투에탄회관에서는 음력 7월 15일 ‘우란분절(盂蘭盆節, Vu Lan)’이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이다. 우란분절은 불교에서 조상의 명복을 빌고, 돌아가신 부모와 조상을 기리는 날로, 베트남 불교에서는 ‘Vu Lan’이라는 이름으로 매우 성대하게 기념됨. 이 날 투에탄회관에서는 많은 신도들이 모여 공양을 올리고, 조상들에게 향을 피우며, 종교 의식을 진행한다.

이는 중국 사원에서도 우란분절을 기념하지만, 베트남에서는 더 강한 조상 숭배 의식이 포함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베트남식 설날(테트, Tết) 기간에도 투에탄회관은 많은 신도들로 붐빈다는 것은 베트남화가 진행되었슴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다.

베트남에서는 음력 새해를 맞이할 때 사찰에서 향을 피우고 부처님께 새해의 복을 기원하는 전통이 있는데 이 문화가 투에탄회관에도 반영되어, 설날 기간 동안 방문객이 급증하며, 장엄한 불교·도교 의식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투에탄회관은 본래 중국 화교들이 세운 사원이지만, 오랜 세월 동안 베트남적 요소(개방적 건축, 불교 신앙, 조상 숭배, 토지신·재신 신앙, 음력 명절 행사 등)가 자연스럽게 반영되면서 독특한 종교 공간으로 변모했슴을 알 수 있다. 이런 문화적 융합이 바로 베트남 내 화교 사원의 특징이자, 투에탄회관을 더욱 특별한 곳으로 만드는 이유가 되는 것으로 베트남 호찌민시를 방문한 분들이 탐방하여 독특한 문화를 이해하실 수 있기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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