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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세대간 갈등

한국 19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반과 유사

by 한정호

이번 윤석열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의 비상계엄 선포를 계기로 세대간 갈등과 구별이 더욱 명확해 지는 듯해 불안감이 더 증폭되는 것 같다. '왜 20~30대가 내란을 주도하고 폭동을 옹호하는 것일까?'에 대한 고민이 깊어만 간다. 딸 아이와 같은 세대인데... 내가 너무 아이들의 생각에 무관심한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도 하게 된다.


베트남도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고, 사회도 급속도로 변화하는 것을 실감하면서 '여기도 세대간 갈등이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에 이 부분을 살펴 보았다.


베트남의 세대 간 갈등은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지만, 문화적 특성과 경제적 환경 때문에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 세대 갈등이 본격적으로 두드러지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으로, 베트남의 현재 상황과 유사한 점이 많다.

베트남은 젊은 층(밀레니얼 및 Z세대)과 기성세대(베이비붐 세대 및 X세대) 사이에서 경제적·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유교적 전통과 가족 중심 문화가 강해,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기보다는 내부적으로 조율되는 경우가 많다.


1. 경제 및 노동시장 변화

젊은 세대는 글로벌 기업, 스타트업, IT, 프리랜서 등의 새로운 형태의 직업을 선호하지만, 기성세대는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국영기업 취업을 중요하게 여긴다.

베트남의 급속한 경제 성장 덕분에 젊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나은 삶을 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유한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 간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세대 간 부의 축적 방식이 다르게 나타난다.

기성세대는 '절약하고 성실하게 일해야 성공한다'는 마인드가 강한 반면, 젊은 세대는 소비와 자기 개발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2. 교육과 가치관 차이

기성세대는 전통적인 교육과 대학 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 취업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젊은 세대는 해외 유학, 창업, 유튜브 등의 다양한 경로를 선호한다. 젊은 세대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서구식 가치관(개인주의, 자유로운 연애, 개방적인 문화 등)을 받아들이는 반면, 기성세대는 가족과 전통을 중시하는 경향이 아직 강한 것이다.

기성세대는 남성이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전통적 역할을 강조하지만, 젊은 세대는 여성의 경제적 독립과 평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3. 결혼과 가족관 변화

베트남에서도 결혼을 늦추거나 비혼을 선택하는 젊은 층이 증가하고 있지만, 부모 세대는 여전히 결혼과 출산을 필수적인 삶의 과정으로 생각한다. 실제 2000년대 초반 베트남의 평균 결혼연령은 남성 26세, 여성 23세 수준이었던 것이 2020년대 이후 남성 28~29세, 여성 25~26세 수준으로 각각 2년이상 늦어졌다.

일부 젊은이들은 도시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원하지만, 부모 세대는 함께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기성세대는 "효도"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젊은 세대는 개인의 행복을 우선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4. 정치 및 사회 문제 인식 차이

기성세대는 공산당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이지만, 젊은 세대는 보다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사회를 원하기도 한다.

환경 문제, LGBTQ+ 인권, 노동권 등 새로운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 젊은 층에서 급증하는 반면, 기성세대는 이러한 변화에 아직 보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많다.

또한, 베트남 정부는 정치적 반대 의견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어 젊은 세대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공개적으로 정치적 불만을 표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당국의 검열과 감시로 인해 SNS에서 사회적 이슈를 논의하는 것도 제한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젊은 세대는 세대 갈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베트남의 상황은 한국의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는 한국이 IMF 경제 위기를 겪은 후 경제 구조가 변화하면서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인식 차이가 커진 시기였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 IMF 경제 위기 이후 안정적인 직장보다 벤처 창업과 IT 산업이 성장하며 새로운 경제 구조가 형성되었다. 베트남에서도 현재 IT 및 디지털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보다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결혼·출산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기 시작했으며,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최근 젊은 세대가 결혼을 늦추거나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00년대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미디어를 통해 세대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출되었지만, 베트남은 여전히 갈등을 조정하거나 순응하는 방식이 더 일반적이라는 점은 크게 구별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인터넷과 글로벌 문화의 영향으로 베트남의 젊은 세대 역시 점차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베트남도 한국처럼 세대 간 가치관 차이, 경제적 격차, 가족관 변화로 인한 갈등이 존재하지만, 문화적 특성상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보다는 조용히 조정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이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겪었던 변화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 더 개방적인 사회로 나아가면서 세대 갈등이 더욱 표면화될 가능성이 크다.연휴


베트남에서 Tet(설 연휴)를 지내면서 3세대, 4세대의 가족들이 꽃 광장에 나오고, 식당이나 커피숍에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므흣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과거가 떠오르고 베트남은 이런 모습이 좀 더 오래 유지됐으면 하는 것은 아마도 내가 기성세대가 된 지 오래이고, 보수적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우울하다. 그게 세상인 것을.
베트남이 한국을 그대로 따라오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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