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세금계산서 발행 중지 사유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다 보면 행정 업무가 매끄럽지 않은 건 이미 익숙한 일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유난히 황당하고 피곤했다. 매년 한 번 내는 법인 등록세를 늦게 납부하게 되었고, 그게 발단이었다.원인은 아웃소싱 회계사무소 쪽에서 등록세 납부 기한을 늦게 알려준 탓이었다. 결국 등록세 200만동에 벌칙금 30여만동을 추가 납부했는데, 문제는 납부 후에도 끝나지 않았다.
세무국에서 우리 회사의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시스템 ‘코드’를 잠궈버린 것이다. 등록세를 늦게 냈다는 이유였다. 세금은 냈는데, 발행은 못 하게 막아버리는 말도 안 되는 상황.
회계사 쪽에 몇 번이나 빨리 풀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미적거리더니, 오늘 아침에 갑자기 ‘직접 가서 담당자랑 면담하라’는 메시지가 날라왔다. 지금까지 자기가 가서 처리할꺼라 하더니, 게다가 그냥 직원이 아무나 가서 해도 된다고 해 놓고는 이제와서 나보고 하라는 것이었다. 외국인이고, 베트남어도 유창하지 않은 나한테 직접 면담이라니? 황당했다. 위임장을 써서 직원이 가면 된다는 말을 했지만 믿지 못할 말인듯 하여 직접 가서 처리하기로 했다.
다행히 ‘돈치킨’ 매니저도 비슷한 건으로 세무국에 갈 일이 있어 같이 가게 됐다. 나는 인사만 하고 외국인으로 베트남을 하나도 못하는 척하며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 나와 관련된 인적사항과 사인이 필요할 때만 움직이면서. 그렇게 1시간 넘게 시간이 흘렀다.
돈치킨 매니저는 담당자와 긴 대화를 나눴다. 결국 담당자는 내게 몇 개 서류에 사인을 요구했고, 컴퓨터에 정보를 입력했다. 그리고 나서 "다 됐다"고 해서 드디어 끝났구나 싶었는데, "이제 세금계산서 발행 가능한가요?" 라는 내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아니요. 아직 안 돼요." 였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유를 물으니,
푸미 지역이 최근 시(市) 로 승격되었고, 그로 인해 시스템 통합 작업 중이라 2주 이상은 관련 업무 처리가 안 되고 있었으며, 얼마전 중국인 사업자가 법인을 남기고 도망간 전례 때문에 법인 사업자에 대해 시스템을 보수적으로 관리 중이라는 이유까지 덧붙였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납세도 했고, 영업도 정상인데, 시스템은 아직 통합 중이고, 남이 도망간 탓에 발행을 막는다니.
결국, 담당자가 다음 주 중 매장을 ‘직접 방문’해 정상 영업 여부를 확인한 후에야 시스템을 열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다음 주’가 정확히 며칠인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또 기다려야 한다. 담당자가 매장에 와서 영업활동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장거리 외출도 미루게 생겼다.
베트남에서의 사업, 특히 외국인으로서의 사업은 생각보다 ‘논리’나 ‘시스템’으로만 운영되지 않는다. 사람, 타이밍, 지역상황, 전례… 이런 복잡한 변수들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행정처리에 시간이 걸리고 예측이 어렵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꾸준히 경험을 쌓고 대처 노하우를 갖추다 보면, 점점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 이번 경험도 불쾌하고 답답하긴 했지만, 그만큼 베트남 행정 시스템의 이면을 이해할 수 있었던 계기라고 생각하려 한다.
베트남에서 오랜 시간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문화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더 많은 글을 보고 싶다면 � 브런치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