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미에서 그리던 큰 꿈은 사라졌지만, 더 따뜻한 오늘이 찾아왔다
오늘 아침, 골프 연습장에 다녀왔다. 한 때 자신있던 벙커샷이 몇 번을 실수로 못 빠져 나오는 경험을 하면서 두려움마저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이 번엔 꼭 벙커샷 연습에 집중해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벙커샷 연습을 하면서 백스윙을 좀 더 가파르게 가져가야겠다는 감각이 생겼다.
퍼터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번 라운딩에서 동반자가 내게 스탠스도 넓고, 퍼터 세우는 것도 바꾸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실수가 잦았다. 그래서 오늘은 숏게임 연습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숏퍼터를 하다가 퍼터 앞에 작은 가상의 목표점을 설정하고, 그 선을 지나가게 치는 것만 집중하고 공을 타격하면서 방향성을 체크하고 결과를 보면서 방향성이 좋아진 것 같은 뿌듯함도 느꼈다. 아주 작은 발견이었지만, 꽤 짜릿했다.
몸이 좋아지고, 공이 생각대로 움직이는 느낌.
그리고… 그 순간 문득, 오래된 꿈이 하나 떠올랐다.
'그 때는 푸미 언덕에 2만 평쯤 되는 땅을 눈여겨보고 있었지. 골프 연습장을 만들고, 그 옆에 내가 살 집을 짓고, 손님을 위한 한식당도 하나 차리고 싶었어. 그 건물 위에는 헬기 비행장도 있는.
아침이면 공 치고, 점심이면 일하고, 저녁이면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그런 삶.
실제 땅도 알아보고, 가능성을 따져보고, 땅값도 문의해 보고 했다. 꿈은 원대한 듯 하지만 내 마음엔 구체적이었고,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코로나가 터졌고, 모든 게 엉켜버렸어. 장사도 망하고, 계획도 접고, 꿈은 가슴속 깊숙한 서랍으로 숨어버려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벙커샷 하나 연습하다가 갑자기 또 다른 꿈이 생겼다.
이번엔 좀 더 작고 현실적인 꿈이다.
한국에서 골프 회원권이 저렴한 시골 골프장 근처에 전원주택 하나 사서 생활하는 것.
아침 일찍 9홀 돌고 샤워하고 나와 하루를 시작. 농사 또는 텃밭을 가꾸면서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는 일을 하다 해 지기 전에 다시 9홀 돌고, 저녁 먹고 쉬는 그런 하루.
친구들이 놀러 오면 내 집에 머물고, 함께 골프 치고, 고기 구워 먹고 웃고.
건강 챙기면서 일도 하고,
무리 없이 천천히 사는 그런 일상.
크게 벌리지 않고, 잃지 않도록, 나를 지켜가면서 이루는 새로운 꿈이다.
예전의 나는 코로나로 실패하고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 실패 덕분에 더 단단해졌다.
망한 꿈이 있었기에, 이렇게 따뜻하고 평화로운 새 꿈이 나를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오늘 골프 연습장에서, 나는 그렇게 또 하나의 삶을 그려봤다.
어느 지역이 좋으려나. 오늘 오후는 한국의 땅을 검색하는 것으로 흐믓하게 지낼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