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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

누군가 보고 있고, 누군가 따라한다.

by 한정호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

어디선가 자주 들려오는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말이 너무 거창하게 들렸다.

세상을 바꾼다는 말 자체가 감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아주 작은 일이 내 마음에 무언가를 톡 하고 건드렸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다.


자전거 뒷바퀴가 펑크 나서 도보로 이동중이었다. 걷던 중, 도로 옆 인도에 버려진 선글라스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버려진 걸 보니 쓰레기인 것 같았지만, 문득 내 선글라스의 코받침이 망가졌던 게 떠올랐다. 혹시 코받침을 쓸 수 있을까 싶어 줍고 확인해보니, 일체형이라 분리도 안 되어 사용이 불가했다. 무심결에 그것을 바닥에 던져 버리고 몇 걸음 걸어갔다.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 번 발걸음을 멈췄고, 몇 초간 망설이다가 결국 다시 돌아섰다. 다시 주워 인근에 있는 휴지통을 발견하고 그곳에 버렸다. 작은 일이었고, 누가 보거나 말거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내 안에서는 그 행동이 꽤 중요한 선택처럼 느껴졌다.


사실 이런 습관은 예전 한 지인분 덕분에 생긴 것이다. 그 분은 내가 한 번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것을 보자마자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리 작은 휴지 하나라도 절대 길에 버리면 안 되지.” 그때 나는 잠시 부끄러워졌다.

그 뒤로부터 나는 나도 모르게 작은 휴지라도 떨어뜨리면 꼭 주워서 버리게 됐다. 혹 자전거를 타고 담배를 피다가 무심결에 땅에 버리거나, 길가의 휴지통에 넣는다고 던졌다가 들어가지 않으면 다시 돌아가 그것을 주워 휴지통에 넣는 버릇이 생겼다. 필드에 나가서도 담배꽁초나 휴지 등은 내 주머니에 넣었다가 휴지통을 찾아 버리곤 한다. 습관이 됐고, 그것이 나만의 ‘작은 책임감’이 되었다.


세상은 한 번에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하루에 몇 번씩 마주하는 아주 사소한 선택들, 그 중에 ‘버릴까 말까’, ‘치울까 말까’ 같은 선택들은 결국 우리 삶의 방향과 태도를 만들어간다.


오늘 내가 다시 돌아서서 선글라스를 주운 건, 세상을 바꾸기 위한 행동은 아니었다. 다만 내 마음 한 켠의 어떤 기준, 누군가에게 배운 그 말 한마디를 잊지 않으려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한 번 더 돌아보는 마음. 그게 쌓이면 조금은 나은 방향으로 세상이 움직이지 않을까?


“작은 실천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누군가 보고 있고, 누군가 따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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