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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논리적인, 그래도 세상에서 제일 이쁜 거짓말

“아빠가 우리 상진이 제일 사랑하는 거 알지?”

by 한정호

“아빠가 우리 상진이 제일 사랑하는 거 알지?”

방금 전 그 말을 했는데, 한 30초쯤 지났나? 이번엔 바로 옆에 있던 재현이를 보며 또 말한다. “아빠가 이 세상에서 우리 재현이 제일 사랑하는 거 알지?”


논리적으로는 어긋난다. ‘제일’은 하나여야 하니까.

상진이가 ‘제일’인데 어떻게 재현이도 ‘제일’일 수 있냐고 묻는다면?

맞는 말이다. 이건 비논리적인 말이다.

하지만, 아빠란 존재인 내가 하는 이 말에는 그 어떤 논리도, 순위도, 계산도 필요 없다. 이건 그냥 ‘사랑의 언어’다. 그 순간, 그 아이를 향한 마음이 세상에서 제일 크고 따뜻할 뿐이다.


어제 저녁엔 보스를 목욕시켰다.

물을 무서워하던 보스가 한 번도 소리 지르지 않고 얌전히 품에 안겨 있었다. 수건으로 물을 닦아주자 숨겨져 있던 보송보송한 털이 내 얼굴을 부른다. 코를 묻으며 말했다. “보스야, 아빠가 제일 사랑하는 거 알지?”


그 순간, 나도 웃었다.

그리고 떠올랐다. 상진이와 재현이,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번씩은 해줬던 그 말.


“아빠가 제일 사랑하는 거 알지?”

“내가 너 제일 좋아하는 거 알지?”


이 말들은 모두 비논리적이다. 동시에, 세상에서 제일 이쁜 거짓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 말 속엔 '지금 너를 향한 내 마음이 온 우주만큼 크다'는 설명 못할 진심이 담겨 있으니까.


사랑은 수학이 아니고, 철학도 아니고, 때로는 말도 안 되는 말 안에 진짜가 숨어 있는 감정인 것 같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말하려고 한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존재들에게.

“너, 아빠가 제일 사랑하는 거 알지?”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어머님께 한 주의 안부 인사 전화를 드린다. 오늘도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곤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다. '엄마에게도 이 말을 써볼까?'하다. "사랑합니다"라는 말로 전화를 마쳤다.


어머니의 마음 속 말씀이 들린다.

"정호야, 엄마가 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거 알지?"

이렇게 따뜻한 말씀으로 화창한 한 주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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