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 속 진실과 메가도시권의 실체
요즘 주변에서 흥미로운 소문이 돌고 있다. 바리아붕따우성과 동나이성이 호찌민시에 통합된다는 이야기부터, 최소한 연짝현(Nhơn Trạch)은 편입된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어느 분은 관공서의 고위 관계자가 '행정 시스템 통합 작업이 진행중이다'라는 말까지 덧붙이며 이것이 현재 진행형인것처럼까지 말씀을 하기도 하셨다.
처음엔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과 호치민시 사이에 진행 중인 교량 건설, 고속도로 연결, 산업단지 협력 같은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보면, 단순한 유언비어라고만 하긴 어려운 듯 하다.
과연 이 루머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추측일까? 그리고 호치민시는 정말 주변 성까지 흡수하며 더 커지게 될까? 살펴보았다.
사실 호찌민시의 확장은 처음이 아니다. 호치민시는 이전에 한 번 대규모 확장을 통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1976년, 베트남 전쟁이 끝난 뒤 사이공시(Sài Gòn)는 인접한 자딘성(Gia Định)의 대부분을 통합하며 지금의 호찌민시(Thành phố Hồ Chí Minh)로 재탄생한다. 이는 단순한 도시명 변경이 아니라, 도시 전체 구조가 완전히 바뀐 사건이었다.
이후 호찌민시는 점차 외연을 확장해왔다. 특히 2021년에는 2군, 9군, 푸넨군을 통합해 ‘투득시(Thành phố Thủ Đức)’를 신설했다. 이 투득시는 베트남 최초의 '시 안의 시'로, 동부 신도시 개발의 핵심이자 행정 실험의 모델이 되었다.
한편 하노이 또한 2008년도에 대확장을 실시하여, 단숨에 면적을 3배로 키웠다. 당시 베트남 정부는 수도 기능 강화를 이유로 하떠이성(Hà Tây) 전체를 하노이시에 통합시켰다. 또한 추가로 빈푹성(Mê Linh)의 일부와 하노이 주변 일부 지역도 조정하였다. 결과적으로 하노이는 면적 약 3배, 인구 2배 이상 증가하는 급팽창을 경험하게 된다.
이 결정은 2008년 상반기 국회 통과 후 불과 두 달 만에 시행됐고,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준비 없는 급속 확장’처럼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는 이 결정을 이미 수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2010년 ‘천년 하노이’ 기념사업, 외교 및 행정 구역 재배치, 위성도시 건설과 도로망 확장 등이 필요했고, 이런 계획들을 위해 공간 확보와 행정 일원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후
하동, 꺼우저이, 바비 등은 그 이후 신도시 개발 중심지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광역 하노이’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호찌민시는 다른 길을 택하고 있는 듯 하다. 하노이가 ‘전격 통합’의 길을 택했다면, 호찌민시는 훨씬 점진적이고 기능 중심의 확장 방식을 택하고 있다.
즉, 지금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는 건, 행정경계의 흡수보다 더 넓은 개념인 ‘호찌민시 메가도시권’ 구상인 것이다. 이 도시권은 호찌민시 + 동나이성 + 바리아붕따우성 + 롱안성을 중심으로 한다. 그리고 각 지역은 서로 다른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 호찌민시 : 금융, 서비스, 인재 중심
- 동나이성 : 제조업, 물류
- 바리아-붕따우성 : 항만, 석유, 관광
- 롱안성 : 농산물 가공, 신도시 확장지
이들은 고속도로, 철도, 롱탄 국제공항, 깟라이 항만 등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도시처럼 움직이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는 ‘확장’이 아니라 ‘연결’을 통한 통합인 것이며, 이게 바로 지금 베트남이 선택한 도시 전략이다.
그렇다고 행정 통합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나이성의 연짝현(Nhơn Trạch)이다. 이 지역은 호치민시 투득시와 바로 인접해 있고, 최근 들어 신도시 개발, 교량 연결, 산업지구 확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행정상으로는 여전히 동나이성 소속이지만, 교통망, 산업벨트, 생활권 측면에서는 호치민시와 점점 더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 아직 편입 여부가 확정되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도시권 단위에서는 이미 실질적인 상호작용이 활발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향후 통합 여부와는 별개로, 연짝은 ‘행정 경계 밖의 호찌민시’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지역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도시 확장의 본질은 ‘경계’가 아니라 ‘흐름’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노이의 대확장은, 도시 확장이 얼마나 전략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이다. 그만큼 준비되지 않은 확장이 불러올 혼란도 경험하였다.
호찌민시는 다른 접근을 택하고 있다. 행정경계를 억지로 넘기보다, 도로, 산업, 항만, 공항, 주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기능 중심의 도시권 네트워크를 확장해가고 있는 것이다.
"편입된다더라"는 루머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건 이 지역들이 이미 연결되어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아닐까? 고객분 중에 한 분이 내게 "사장님 여기 땅 사 놓으세요. 편입되면 대박날껍니다"라고 우스개 말씀도 하신다. 이제 막 시로 승격한 푸미시. 경제가 좀 더 빨리 회복되어 소비수준과 생활 수준이 발전되는 것을 바라는게 먼저 일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