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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공화국 시리즈》를 시작하며

– 왜 검찰을 말해야 하는가

by 한정호

우리는 왜 선거로 대통령을 뽑고, 국회를 구성하고, 정권을 바꿔도 늘 비슷한 답답함을 느끼게 될까? 왜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권력은 바뀌는데, 권력의 방식은 그대로일까?

그 중심에 검찰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검찰은 단순한 법 집행기관이 아니다. 때로는 정권의 손발이었고, 때로는 정권을 뒤흔든 정치 행위자였다. 그들은 "법"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살리고 죽이고, 언론을 휘두르고, 정치를 재단했다.


이 시리즈는 그런 검찰이라는 존재의 실체를, 역사적 흐름부터 제도적 문제, 언론과의 유착, 해외 사례, 그리고 대안까지 천천히 하나씩 짚어보려는 시도이다. 사실 이 글을 써보고자 하면서 정말 한국 정치의 현실이 답답하다는 생각과 더불어 내 행동도 불안하다는 생각마저 든 것은 사실이다. 명명백백한 윤 대통령의 내란죄 마저도 이렇게 질질 끌 수 있는 권력이라면, 거대야당도 맥없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구걸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하지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좀 더 현실을 이해하고, 바뀌도록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 글을 적어 나가기로 결심했다.


지금 대다수의 시민들이 화가 나는 것도, 두려움이 드는 것도, 그만큼 지금의 검찰 권력이 ‘상식의 선’을 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의 내란죄조차 제때 수사하지 않고, 사건을 질질 끌 수 있는 권력. 하지만 이건 단순히 ‘검찰의 직무유기’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질서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라는 책임감을 가져야 할 때라는 생각이 앞선다.


《검찰공화국 시리즈》

1. 검찰은 왜 왕이 되었나?

: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검찰 기원부터 현대까지 역사 흐름 정리

2. 기소권의 공포 : 한번 찍히면 끝

: 기소 독점과 유죄율 99%의 공포

3. 언론과 손잡은 권력 : 검언유착 실태

: 검찰발 기사, 단독 보도의 진실

4. 검찰개혁의 역사: 왜 매번 실패했나?

: 노무현, 문재인, 윤석열까지 각 정부의 시도 분석

5. 외국은 이렇게 한다: 수사-기소 분리 사례

: 미국(Grand Jury), 독일, 일본 등 비교

6. 시민이 묻는다: 누가 검찰을 감시할 것인가?

: 시민감시단, 기소심의위, 검사장 직선제 등 대안 제시

7.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 상식으로 돌아가자


이 시리즈는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묻고 싶다.

'우리가 믿는 정의란 무엇인가?'

'검찰은 과연 누구를 위한 기관인가?'

'그 권력은 누구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가?'

그리고 그 질문 속에서, 어쩌면 우리가 놓쳐왔던 민주주의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 – ‘검찰은 왜 왕이 되었나?’를 시작하고자 한다.


1편 – 검찰은 왜 왕이 되었나?


한국 검찰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권력을 지닌 조직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유일한 존재. 하지만 이 권력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1. 식민 통치 도구에서 출발한 한국 검찰의 역사

검찰의 기원은 일제강점기다. 조선총독부는 식민지 조선을 효율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중앙집권적인 사법·행정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때 검찰은 경찰 위에 군림하며, 식민 통치의 핵심 기구로 기능했다.

당시 검사는 행정, 사법, 수사, 기소, 감찰까지 모든 권한을 갖고 있었다. 이 권력 구조는 해방 이후에도 거의 손대지 않은 채 대한민국 정부로 이관되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검찰 조직은 미군정의 법률 체계를 일부 수용하면서도 일제 강점기의 검찰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했다.


2. 군사독재 시대, 검찰은 정권의 칼이었다

1960~80년대 군사 정권 시기, 검찰은 유신 체제를 뒷받침하는 충직한 권력의 도구였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은 반대 세력을 억압하기 위해 공안검사를 앞세웠고, 검찰은 불법 도청, 조작 수사, 고문 자백을 묵인하거나 방조했다.

검찰은 정권의 뜻에 따라 수사하고, 정적을 겨냥해 기소했으며, 정권에 우호적인 인물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 시기에 검찰은 단순한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 유지를 위한 '정치기획조직'으로 기능하게 된다.


3. 민주화 이후에도 바뀌지 않은 검찰 권력

1987년 6월 항쟁 이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되며 한국 사회는 민주화를 향해 나아갔다. 그러나 검찰은 여전히 '성역'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법치주의와 형사 사법의 중심에 서 있었지만, 실제로는 정권과 유착하면서 권력을 유지했고, 때로는 정권의 '정적 제거'에 동원되기도 했다.


4. 정권의 도구에서 권력의 주체로

문제는 검찰이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정치의 플레이어가 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수사로 정국을 흔들고, 기소로 정치적 신호를 보낸다. 언론과 손잡고 여론을 만들고, 무혐의 처리로 아군을 지켜낸다. 이러한 구조가 반복되며 검찰은 이제 대통령보다 더 오랫동안 권력을 행사하는 '실질적 통치 세력'이 되었다.


5. 왜 검찰은 '왕'이 되었는가?

- 검찰은 헌법상 독립기관이 아니다. 법무부 산하에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독립적인 수사권·기소권을 가진 '준권력기관'이다.

- 검찰 내부는 극도로 폐쇄적이고, 엘리트 중심이다. 사법연수원 고위 기수들에 의해 조직이 장악되어 있다.

- 이들은 내부 견제나 시민의 감시를 받지 않으며, 스스로를 '정의의 최후 보루'로 여긴다.

그 결과, 대한민국 검찰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권력을 갖게 되었고, 그 누구도, 어떤 정권도, 이 권력을 쉽게 건드릴 수 없게 되었다.


다음 편에서는 검찰 권력의 핵심인 '기소권'에 대해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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