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에 감사하며 지금에 행복하자
이번 주 월요일 어머님과 통화를 하던 때였다. 보스가 내 무릎에 올라와 얼굴을 들이밀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아빠, 누구예요? 전화하지 말고 나랑 놀아요!"
그 울음은 그냥 배고파서도, 화가 나서도 아닌, 나를 향한 순수한 질투 같았다.
“무슨 소리냐?”며 어머님이 물으신다. 조심스레 보스 이야기를 꺼냈다. 이 아이가 어떻게 우리 집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내가 어떻게 마음을 열게 되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를.
“그래… 어쩔 수 없지. 인연인가 보네.”
어머님의 대답은 짧았지만, 말끝에 머뭇거림이 묻어 있었다. 내가 강아지, 고양이를 좋아하는 걸 누구보다 잘 아시는 어머님. 하지만 이번엔 아닌가 싶으셨던 모양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작년 말, 한국에 들어갔을 때 난 분명히 말씀드렸었다. “곧 정리하고 들어와 어머님 아버님을 모시겠다”고.
그 말씀이 얼마나 기다리셨던 약속이었는지, 어머님의 흐뭇한 미소를 난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자식을 하나 만들어 놓다니. 게다가 네 다리에 꼬리까지 달린 녀석을.
어머님은 걱정하셨을 것이다.
“얘를 어떻게 데려오려 하느냐”,
“혹시 이 아이와 오래 지내려는 건 아니냐”는 염려가 몇 마디 속에 담겨 있었다.
사실 나도 고민이 없지 않다. 이 아이와의 하루하루가 길어질수록, 머물게 하려는 마음도, 헤어질 두려움과 불안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마음을 다잡는다.
‘그저 지금에 충실하자. 이 인연이 정말 내게 온 선물이라면,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면, 그 마음은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다.’
오늘 밤도 보스는 내 옆에 누워 머리를 핥아주고, 얼굴을 비비며 하루를 마무리하겠지.
지금 이 순간도 그 아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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