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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가정의 제단 문화

삶을 단단히 붙잡기 위한 마음의 버팀목

by 한정호

베트남 가정집에서 마주한 신앙의 풍경


베트남 아파트 복도를 걷다가 문이 열린 어느 집 안을 흘끗 들여다봤다. 철문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던 작은 불빛은, 가까이 다가서자 제단에서 타오르는 향과 조명들이었다. 낮인데도 은은하게 반짝이던 그 불빛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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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4_164229.jpg 베트남 남부 가정집(아파트)의 제단 전경

베트남 가정에서는 집 안에 작은 제단(thờ cúng)을 마련해놓는 풍경이 흔하다. 그 제단은 조상신이나 부처님, 또는 사업운을 불러온다는 신재(Thần Tài)와 지재(Ông Địa)를 모시는 공간이기도 하다. 향을 피우고, 제철 과일이나 단 음료, 때로는 맥주까지 올려두며 매일 아침 짧은 기도를 올리는 것이 일상이다. 단순한 종교적 행위라기보다는, '삶의 질서'에 가까운 행위다.


우리에겐 제사나 차례가 일 년에 몇 번 있는 의례라면, 여기선 매일의 시작에 복을 기원하는 습관처럼 보인다. 가정집뿐 아니라 가게, 식당, 사무실에도 어김없이 이 제단은 있다. 불빛은 꺼지지 않게 조명을 켜두고, 향은 하루에 한두 번 꼭 피운다.

가족들이 생활하는 거실 한켠, 정성껏 차려진 제단 위엔 불상이 놓여 있고, 과일과 향로, 작은 촛불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앞에서 두 손 모아 고개를 숙일 가족의 모습을 상상하니 왠지 마음이 숙연해졌다.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도 이런 신앙과 기복의 문화는 사람들 삶 깊숙이 남아 있다. 신을 위해 바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단단히 붙잡기 위한 마음의 버팀목 같았다.

‘오늘도 무사하기를’, ‘우리 가족이 평안하기를’, ‘장사가 잘 되기를’

그 소박한 기원이 제단의 불빛처럼 꺼지지 않고 이어진다.


오늘 하루, 그 작은 불빛을 보며 나 역시 조용히 빌어본다.

‘이곳에서 만난 이 사람들도, 그리고 나도… 오늘도 안전하고 더 평안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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