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번호 한 자 실수로 며칠간 묶이는 베트남 송금의 민낯
오늘 오전, 직원에게 내 계좌로 긴급 송금을 요청했다. 직원은 송금 확인서까지 캡쳐해 보내왔지만, 오후가 돼도 입금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재차 직원에게 확인을 지시하니 “계좌번호 하나를 잘못 입력해 송금 자체가 실행되지 않았다”고 답변이 돌아왔고, 내일에나 잘못 송금된 금액이 다시 입금되면 그 때 다시 송금이 가능하다는 황당한 설명을 들었다. 실제 이런 상황은 베트남에서 비일비재하고 나도 몇 번을 경험하고 곤란에 빠진 적이 있던 터라, 직원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시위성 경고를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대책의 전부였다.
이렇게 단순한 계좌번호 오타 한 번으로 당일 자금 수령이 불가능해지고, 잘못 보낸 금액은 은행 간을 떠돌다 하루 이틀 후에야 원래 계좌로 반환된다. 반환된 뒤에야 다시 송금을 요청해야 비로소 돈이 상대 계좌에 찍히는 구조다.
긴급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하루 이틀 이상 기다려야 하는 사업체나 개인 모두 큰 불편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목요일 오후, 금요일에 송금 문제가 발생하면 주말·공휴일을 거쳐 4~5일간 완전히 자금이 묶인다. 게다가 송금 수수료는 최초 송금 시 수수료가 부과하고도, 반환 후 재송금을 위해 또다시 동일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은행창구에서는 송금 요청 시 “모든 것은 고객 책임”이라는 식으로 금액·계좌번호 재확인을 반드시 주문한다. 시스템 차원에서는 고객·직원 모두의 오입력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다. 컴퓨터 자동 대조 기능이 미흡해, 결국 실질 확인 절차는 사람에게 떠넘기는 형태이다. 인터넷 뱅킹의 경우에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 인터넷은행처럼 계좌번호만 입력해도 수취인 이름이 화면에 떠오르는 기능이 전무하다. 이름 불일치 시 자동으로 송금 차단하는 ‘2차 안전장치’가 없으니 잘못된 계좌로 보내도 시스템은 그대로 통과시킨다. 은행 간 네트워크 표준이 서로 달라 통합된 자동 검증 모듈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평일 오전에 잘못된 송금이 이루어져도 처리 지연은 주말·공휴일을 넘겨 진행된다. 기업 활동이 활발한 대도시 은행 지점조차 이 점을 개선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는 자금 낭비, 기회비용 손실이 불가피한데도 개선이 미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베트남 은행 송금 시스템은 아직도 ‘사람 의존형’ 구조에 머물러 있다. 간단한 계좌번호 오타 한 번에 며칠씩 자금이 묶이고, 수수료만 두 번 내는 상황은 ‘디지털 뱅킹 시대’의 민낯이라고 할 수 있다.
1. 법, 제도, 표준의 미비
한국은 금융결제원이 모든 은행의 계좌·이름 정보를 중앙에서 관리해 즉시 조회할 수 있지만, 베트남은 아직 통합된 계좌정보조회 시스템이 없었거나 시범 운영에 머무르는 단계이다. 또한 계좌번호와 이름 매칭 기능을 전 은행에 의무화하는 금융법·가이드라인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은행들이 적극 투자할 동기가 약하다.
2. 레거시 인프라와 전산 개편 부담
많은 시중은행이 20~30년 전부터 쓰던 메인프레임, 레거시 프로그램을 여전히 운용 중이라, 인터페이스 개편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대형은행(예: Vietcombank, BIDV)은 단계적 전산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지 법인이나 지점 서버까지 일괄 교체하려면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3. 데이터 공유, 보안 이슈
은행계좌와 이름 대조를 위해선 은행 간 고객 정보 공유가 필수인데, 데이터 보안, 프라이버시 규정이 강화되면서 관련 법적·기술적 장치 마련이 늦어지고 있다. 또한 베트남판 ‘오픈뱅킹’이나 국가결제망(NAPAS) 참여 은행과 비참여 은행 간 연계 수준이 모두 동일하지 않아, 이름조회 API를 전 은행에 균일하게 제공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4. 수익 모델 관점
오류 반환, 재송금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은행의 비이자 이익(non-interest income)에 기여하기 때문에, 일부 은행은 ‘완전 자동 차단’ 시스템 도입을 통해 수익이 줄어들까 우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인터넷은행들은 ‘빠르고 편리한 송금’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대신, 여전히 지점 방문, 전통 창구 서비스를 기본으로 운영하는 구조라 전산 시스템 개선이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것도 문제이다.
5. 고객 수용성과 우선순위
베트남 현지에서는 아직 대기업, 기관이 주로 높은 이체 한도를 사용하는 반면, 개인 간 소액이체 수요가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실시간·정확 송금’ 기능 도입에 대한 압박이 약했던 것도 문제이다. 한편 고객 스스로도 ‘이틀 정도 기다리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 있어, 은행에 시스템 개선을 적극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지 않은 것도 시스템 개선 지연에 일조했다.
2022년부터 중앙은행 주도로 실시간 소액결제(Instant Payment)가 시범 운영되고 있고, 일부 은행이 계좌·이름 매칭 기능을 테스트 중이다.
HSBC, Standard Chartered 같은 글로벌 은행과 한국계 은행(KB국민, Shinhan, Hana)은 내부 글로벌 플랫폼을 일부 적용해, 법인 간 송금에 한해 이름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있는 상태이다.
현재 전반적인 레거시, 규제, 수익 구조의 한계로 속도가 더디기는 하지만, ‘계좌번호-이름 자동 대조’는 궁극적으로 베트남 금융시장의 필수 서비스가 될 것이다. 베트남 정부와 중앙은행이 디지털 결제 인프라 고도화를 계속 추진하는 만큼, 머지않아 일상 송금에서도 한국 수준의 안전·편의성을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베트남의 스마트 뱅킹이 실행되기 전까지는 이용자가 다시 한 번 주의해서 피해를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1. 송금해야 할 상대방의 정확한 계좌 요청 : 구두로 받아 적는 것이나, 메시지 형식으로 계좌번호를 받는 것 보다는 통장 사본을 요청하는 것이 정확할 듯 하다. 송금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 계좌를 잘못 보내 주거나, 송금을 하는 사람이 계좌 입력을 실수 하더라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2. 은행 대면 송금시 은행원이 제시하는 송금장의 계좌번호는 다시 한 번 확인한다.
3. 송금 진행 확인후 반나절이 지나도 입금이 되지 않은 경우 반드시 다시 은행에 문제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문제 발생시 지연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4. 목요일 이후 송금시 상대방의 긴급여부와 내 계좌의 여유자금을 확인해 보는 것도 비상시에 대비하는 요령이다. 만약 은행간 송금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내 계좌에서 다시 한 번 송금처리를 하고, 다음에 잘못된 금액은 원상복구 되면 서로에게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