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와 무시가 주는 한국인에 대한 나쁜 인상
호치민시의 총영사관에서 통역과 지원업무를 하는 베트남 여성을 한 명 만났다. 그녀의 남자 친구가 우리 회사의 직원이었고, 회사의 중요한 미팅에 통역을 지원해 주어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녀는 한국의 모 대학에서 2년간 석사학위를 위해 유학을 다녀왔다고 했다. 관광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나는 베트남 사람이 한국에 대해 느끼는 것을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한국사람이 싫었던 적이 있나요?"라고 물었는데, 놀라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학생 때 친구들과 농촌활동을 간 적이 있었다. 그 마을의 아저씨가 참으로 사과를 깎아 주시면서 "베트남에서는 사과 못 먹지?"라고 하시길래 속이 상해서 "네 저희 베트남에선, 사과 돼지들 밥으로만 먹여요"라고 답하고 그 사과를 먹지 않았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한 편으론 속 시원하게 대답 잘했다고 말해 주었지만, 한편에선 닭살이 돋는 것을 느꼈다. 물론 모르고 배려로 그렇게 말하셨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배려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베트남, 베트남 사람을 우습게 보고 깔보는 마음이 있었으면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그녀는 ‘한국 사람들이 정말 싫을 때’라면서 또 한 가지를 말해 주었다. 한국에 버젓이 아내도 있고 가족도 있으면서 여기서 베트남의 젊은 여성들에게 아직 싱글이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팔짱까지 끼고 도로를 버젓이 다니는 한국 남자들을 보면 정말 화가 난다고 했다.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며칠 전 그녀의 남자친구와 저녁을 같이 하면서 지인 중 한 사람이 베트남 대학교수직을 하면서, 베트남 여자를 사귀고 동생과 함께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에 버젓이 부인이 있는데 말이다. 바로 그런 사람들이 싫다는 말을 들으니 괜히 나까지 부끄러워져서 주제를 다른 것으로 바꾸었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베트남이 한국보다 더 잘 살았었다고 얘기하고, 한국도 이렇게 빠르게 성장했는데 우리는 못하겠냐'라고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베트남 사람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대접을 받으며 당당하게 살았던 중국, 베이징에서의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다. 사드 문제로 정부에서 손을 벌려도 들을까 말까 하고 중국인의 한국관광은 사드 사태가 끝난 지 몇 년이 지나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우리가 뿌려 놓은 씨앗들 때문인 것이다. 없이 여기고, 지금 나보다 못 산다고 괄시하는데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일부 한국인의 베트남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변한 것이 없다. 얼마 전 주차장에 무작정 오토바이를 주차해 놓고 밥을 먹고 나와서 주차 요원이 주차표를 주고 요금을 내라고 하자, 한국말로 "네가 아까 나 안 줬잖아" "여기 주차장 맞아?" "병신새끼 제대로 받아야지, 개새끼"라고 하면서 히히덕거리며 오토바이를 끌고 가는 한국 청년들을 보면서 가서 뒤통수를 때려 혼을 내주고 싶었지만 참았던 기억이 난다. 한국말은 몰라도 욕은 알아듣는다. 우리도 베트남어 잘 못해도 욕하는 것은 느낄 수 있다.
한국에선 갑질 논란이 거세다. 만약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의 이런 상황을 안다면 "니들이나 잘해!"라고 아우성을 칠지 모를 일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차이를 인정해 주고 존중해 줄 때에만 서로가 같이 공존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서 한 경험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기만 하다. (솔직히 한국에서 결혼도 제대로 못해 느즈막에 외국 젊은 여성과 국제결혼을 하면서 뭘 그리 잘 난 척을 하려는지, 한국에서 사업할 능력도 못되어 여기에 조그마한 돈 꾸려와 생활하면서 뭘 그리 귀족 행세를 하려 하시는지... 베트남 사람들의 안 좋은 감정이 그분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 한국사람 전체에 대한 인식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아 중국꼴이 날 것이 무섭기까지 하다.
중국, 베트남 두 나라 모두 사회주의 국가이고 '한국 같은 나라 없어도 그만'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나라,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마음 아픈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