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한국에서 하시던 대로만!!
매장에서 한국 손님들을 맞다 보면 정말 별 희한한 사람들을 보곤 한다. 특히나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으로 꽉 찬, 그러나 베트남 현지 직원들에게 예의라고는 하나도 없이, 직원을 막 대하는 고객들을 보면 한국인임이 창피해지는 경우도 있다.
1. 어느 날 현지 매니저로부터 전화가 와서 한국손님이 클레임을 걸고 있으니, 해결을 부탁한다는 것이었다. 달려가 그 손님을 만나 불만사항을 듣자니 자기가 후라이드 치킨을 시킨 후, 양념 치킨으로 바꿔 줄 수 있냐고 했는데 양념치킨으로 바꿔 주고는 왜 돈을 더 받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고객에게 후라이드와 양념치킨은 메뉴에서 보시듯 가격이 차이가 나는 것이니 추가 지불을 하시는 것이 맞다고 말씀드렸다. 혹시나 양념 소스를 조금 달라고 한 것인데 직원이 양념치킨으로 바꿔 준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한국어나 영어로 직원에게 말씀하셔서 소통에 문제가 있었는지 모르겠네요..."라고 말을 하니, 자기는 베트남어를 잘해서 베트남어로 설명을 다 했는데 후라이드 치킨을 양념치킨으로 바꾼 건 맞는데 "그럼 그때 가격이 오른다는 것을 말해야 하지 않냐!"며 내게도 직원 교육을 잘못시켰다는 투로 말을 던졌다.
'허허... 이 사람 안 되겠구먼. 다른 곳에 가서도 베트남어 조금 한답시고 애들 꽤나 속상하게 만들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도 후라이드와 양념치킨 가격이 다른 건 초등학생들도 아는 일이다. 고객이 더 화를 내지 않을 정도로만 달래고 보냈다. 직원들에게는 너희들 잘못이 아니라고 설명하면서도 내 낯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2. 공감 매장은 편의점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이스크림과 즉석 제조 라면으로 베트남 청소년들을 타깃으로 매장을 열었으나, 한국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요청하시는 상품들이 많아졌고, 지금은 생맥주 기기도 설치하였고, 삼겹살 등의 고기류로 갖다 놓아 고객들이 야외 매장에서 직접 구워 드실 수 있게 만들었다.
이곳 주변에는 대형공사 현장이 많아 하노이, 호치민시와는 달리 단신부임이나 출장, 파견을 나오신 한국분들이 많아 대부분 집에 취사도구들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숙소에서 간단한 요리도 못 해 드시는 분들을 위해 브루스타와 불판 등을 준비해 놓고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드실 수 있도록 준비해 드렸다.
앞서 언급한 대로 단신부임자들이 많다 보니 현지에서 애인을 만든 사람들도 가끔 보인다. 사랑에 국경이 어디 있으며, 남이 어떤 생활을 하던 내가 왈가왈부할 바가 아닌 관계로 더 이상의 언급은 삼가겠다. 하루는 한국 분 한 명과 현지 애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야외매장에 앉아 생맥주를 주문하면서 한치구이를 주문하셨다. 한치구이를 준비해 우리 여직원이 갔다 드리니 직원에게 한치를 찢어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다가가 말씀드렸다. 여긴 술집이 아니고 편의점이라고. 그제야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옆에 있는 여성에게 찢으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한국인 사장) 가서 말을 했기에 그 정도로 끝났지, 내가 없었으면 우리 여직원들이 무슨 말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받았을지 눈에 선하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한국말로, 그것도 기분 더러울 것 같은 말을 분명히 하고 있을 거고.
3. 매장에 자주 오셔서 식사를 하고 가시는 분이 있었다. 그분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신 듯하다. 내게는 “사장님! 사장님” 하시면서 '참 예의 바르시구나'하는 인상을 갖게 하곤 하신 분이다. 어느 일요일 아침, 현지 직원에게서 전화가 와서 빨리 와 보라는 것이다. 이상한 사람 있다고. 매장으로 달려가 보니 그분이 내게 환히 웃으며 "교회를 가려고 하는데 택시를 한 대 불러 주게 직원에게 말씀해 주세요"라고 정중히 요청하였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현지 직원에게 다가가 물어보니 마치 자기가 사장인 양, 빨리 택시를 부르라고 호통을 쳤다는 것이다. Mr.Han 만 아니면 아예 상대를 안 할 생각이라고, 그래서 전화를 걸었다고 하는 것이었다. 지난주에도 와서 택시를 불러 달라 해 놓고는 택시가 3분 늦었다고 그냥 취소를 하고 자기가 다시 전화를 해서 택시를 불러 20분이나 더 기다려 다른 택시를 타고 갔다고도 했다. 그 친구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다음번에 또 택시를 취소하거나 하면 다음부터는 내게 바로 전화를 하고, 택시를 잡아드릴 수 없다고 답변드리라며 달랬다. 그런데 정말 2주 후엔가 이 고객이 와서 택시를 요청해, 택시가 왔는데 지난주 보다 비싸다고 취소를 하라고 하면서 또 그냥 가버렸다는 것이다. 그 후로 매장에서 택시를 요청하시는 분들께 정중히 말씀드린다. 전에 많은 분들이 약속을 자주 어기셔서 택시기사도 잘 안 오려하고, 우리 직원들도 기피한다고 그래도 꼭 기다리신다면 택시를 불러 드리겠다고 하고 택시를 불러드린다.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없겠냐 만은 그래도 해외에 나와서는 좀 더 '한국인' 그리고 '자기 자신'에 진정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행동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딸내미 같은 직원들에게 제발 한국에서만큼 행동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