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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산모의 1개월 ‘외출금지령’

베트남 실생활에서 마주치는 미신 7가지(5)

by 한정호

“산후 1개월, 밖에 나가면 큰일 납니다”


호찌민시의 한 골목.

이웃 아주머니가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은 건 벌써 열흘째 되는 날이었다. 축하 인사라도 하려, 문 앞에 들렀다가… 이상한 기류를 느꼈다.

집 안에 인기척은 있었지만, 현관은 굳게 닫혀 있었고, 옆집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어 끄 중이에요. 부르면 안 돼요. 바람 들면 안 되거든요.”


베트남 산후 전통, “Ở cữ (어 끄)

베트남에서는 출산 후 약 1개월간 산모가 외출하거나 손님을 맞이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 이를 “ở cữ”라고 부르며, 말 그대로는 ‘몸조리하는 기간’이며, 이 기간동안 ‘풍을 피하고 기운을 가다듬는다'고 한다.


“풍(Phong)”을 막아라 – 바람이 병을 만든다

베트남에서는 ‘바람(풍, Phong)’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기후가 아니라, 사람 몸에 영향을 미치는 병의 원인으로 여겨진다.

출산 직후의 여성은 기가 약하고 몸이 열려 있다고 보고, 이때 찬 바람이나 외부 자극을 받으면 “싸잉 풍, sanh phong”이라 부르는 산후풍이나 평생 병을 얻는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다음과 같은 철저한 생활지침이 따른다.


어 끄 기간의 5가지 금기

1. 외출 금지 : 외부 바람이나 사람과의 접촉은 해롭다고 봄.

2. 머리 감기 금지 : 찬 물 사용은 절대 금지. 머리를 말리지 않고 습기가 남으면 병이 된다고 믿음.

3. 차가운 음식 금지 : 얼음, 냉채, 찬 과일은 피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음식만 섭취.

4. 제한적 목욕 : 따뜻한 약재물(예: 라임잎, 민트잎)을 끓여 닦는 방식으로 목욕을 간단히 진행.

5. 울지 않기, 큰소리로 말하지 않기 : 감정 기복이 몸의 회복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김.


‘보살핌’이라는 이름의 규율

이 문화는 때로 산모를 지키기 위한 따뜻한 보호이자, 한편으로는 가족 중심주의적 관습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 끄'는 단순히 의료적 행위 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역할, 질서, 세대 교차점으로 이어진다.

요즘 젊은 산모들, 특히 도시에서 교육받은 여성들 중엔 “너무 답답하다”, “샤워 좀 하고 싶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이들이 “어 끄 안 하면 평생 후회한다”는 말에 설득되곤 한다.

전통과 과학이 충돌하는 시기, 하지만 베트남 사회에서 여전히 ‘어 끄’는 산모가 가족의 축복 속에 가장 조심스럽게 지켜지는 시간이다.


몸을 묶는 것이 아니라, 삶을 위한 쉼표

어쩌면 '어 끄'는 산모가 외출하지 못하는 시간이 아니라, 밖으로부터 지켜지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한 달간의 고요, 몸을 덮는 뜨거운 약탕의 수증기, 조용한 밥상 위의 족발죽이나 삶은 바나나, 찹쌀 밥, 파파야 등의 보양식, 그리고 방문 너머 들리는 아기의 숨소리.


그것은 새로운 생명을 맞이한 여인이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기 전, 자기 자신을 감싸 안고 챙겨주는 가족과 사회의 배려와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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