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실생활에서 마주치는 미신 7가지(6)
지난 해, 매니저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병원을 찾았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나는 무심코 입고 있던 검은색 반팔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다른 매니저가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검은 옷 입고 병원 가면 안 돼요. 부정해요.”
그 매니저의 충고 덕분에, 병문안을 가서 어머님을 뵙고 안부인사를 드리면서 가슴을 쓸어 내렸던 기억이 새롭다.
1. 검은색은 왜 병문안에 부정한가?
베트남 문화에서 검은색은 기본적으로 '죽음'과 연결된 색이다. 한국에서도 장례식에서 검은 정장을 입는 것처럼. 베트남에서도 검정은 상복(喪服)의 상징이며, 특히 장례식, 조문, 제사와 같은 ‘죽음과 이별’의 자리에서 주로 사용된다.
따라서 환자를 위로하고 회복을 기원하는 ‘생명의 자리’인 병원에서 검은색 옷은 금기시된다. 특히 노인이나 시골 지역에서는 이 금기를 매우 민감하게 여긴다.
2. 왜 어르신들은 더욱 예민하실까?
이는 단순히 색깔의 상징성 때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통 문화는 유교, 불교, 도교가 섞인 음양론적 사고에 바탕을 둔다. 병원은 ‘기운이 약한 장소’, 즉 음기가 상대적으로 강한 공간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검은 옷처럼 음기와 죽음을 상징하는 요소가 더해지면, 환자에게 좋지 않은 기운을 끼친다고 믿는다. 그래서 특히 중증 환자, 어린아이, 노인에게는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여기고 조심하는 것이다.
3. 그럼 병문안 갈 때 추천 색은 무엇이고, 어떤 색은 피해야 할까?
우선 권장하는 색으로는 밝은 베이지, 연한 녹색, 흰색, 하늘색 등이 있다. 이 색깔들은 깨끗함, 희망, 평안함 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파스텔 계열의 단색 옷이 튀지 않고 조심스러운 인상을 줄 수 있다. 단, 순백색은 장례 때 입는 경우도 있어서 너무 ‘백의민족’처럼 입는 건 피하는 게 좋다.
반면, 피해야 할 색으로는 검정색을 위시하여, 짙은 회색, 어두운 남색 등이 있다. 이 색상들은 상복, 죽음, 어둠 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단 하의에 경우에는 검은 색 등도 무난하다. 얼굴 주변에 가까운 상의(셔츠, 블라우스)가 환자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다고 여겨지는 것이고, 상의가 검정이면 환자가 받는 심리적 느낌이 어둡고 무거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바지는 상대적으로 시야에서 아래쪽에 있고, 특히 단정하고 깔끔하게 입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4. 병문안, 이렇게 하는 게 좋아요
가.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향수 진한 옷은 피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는 단색의 밝고 단정한
복장이 좋다.
나. 병문안은 ‘만남’이 아니라 ‘위로’가 목적이다. 방문 시간은 짧고 조용하게 하고, 오랜 대화나
큰 웃음, 시끄러운 말은 삼가하는 것이 예의이다.
다. 위문 선물로는 실용적인 것이 좋다. 꽃 대신 과일, 소화 잘 되는 건강식, 혹은 따뜻한 말
한 마디가 더 효과적이다. 반면 사탕, 초콜릿, 커피 등은 피하는 편이 좋다.
라. 환자의 상태를 묻기 전에 보호자나 병원 상황 등 분위기 파악하고, 되도록 완곡한 표현으로
상황이나 상태를 묻는 것이 배려다.
환자에 대한 ‘기운’의 배려
병문안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환자의 기를 살리는 따뜻한 방문, 혹은 희망의 기원을 담은 방문이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검은색 옷은 단지 금기일 뿐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가짐을 비추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밝은 옷 입고 가야 한다'는 말을 듣곤 했지만, 베트남에서의 그것은 조심스러움이 더 깊이 생활에 녹아든 방식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