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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를 집에 들이면 불운하다?

베트남 실생활에서 마주치는 미신 7가지(7)

by 한정호

베트남 민간신앙 속 길상과 금기의 경계에서


어느 날, 붕따우의 기념품 상점에서 정성스럽게 조각된 금동 거북이를 하나 발견했다. 단단한 등딱지에 노을빛이 반사되어, 왠지 장수와 복이 깃들어 있을 것 같았다. '집에 두면 참 좋겠다' 싶어 직원에 물었다.

“이거 집에 가져가도 되죠?”

그는 한참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집에는 두지 마세요. 거북이는… 안 좋아요.”


왜 거북이가 불운의 상징이 되었을까?

사실 거북이는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대체로 장수와 복, 인내심의 상징이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의외로 집 안에 거북이를 들이는 것을 불길하게 여기는 금기가 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 문화적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1. 거북이는 ‘무거운 기운’을 지닌 동물

거북이는 '땅의 기운(지기)'를 상징하면서도, 느리고 무겁고 정체된 에너지를 지닌 존재로 여겨진다. 특히 집 안에 활기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동남아 풍수 개념에 따르면, 이런 무거운 기운은 기운의 흐름(기, khí)을 막고 운세를 가라앉힌다고 여긴다.

2. 거북이는 공공의 상징이지, 개인의 것이 아니다

하노이의 응옥썬 사원이나 문묘에 있는 비석을 짊어진 돌거북(김귀, Kim Quy)은 지혜와 왕권, 역사적 권위를 상징하는 존재다. 이런 상징적 동물을 개인의 집에 둔다는 것은 그 영험함을 사유화하는 행위로, 도를 넘는다고 여겨진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거북이를 두면 집안에 시험, 분쟁, 관재수가 생긴다고 말하기도 한다.

3. 거북이는 물속 존재로 물과 관련된 재앙을 연상시킨다

베트남 민간신앙에서는 '물'이 곧 복과 재물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재앙과 홍수의 기운도 포함하고 있다. 거북이는 기본적으로 수중 생물이기 때문에, 잘못 들이면 물과 관련된 사고나 손실, 혹은 재산의 유실을 암시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한국의 '불상 금기'와 비슷한 심리?

문득 어릴 적 어머니가 “불상은 절에 있어야지, 집에 들이면 안 된다”고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당시는 이유를 묻지도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신성한 존재를 모시는 데 따르는, 두려움과 조심스러움'이 아니였을까 싶다.

그와 비슷하게 베트남에서도 불상, 관세음보살상, 성모 마리아상, 조상 제단용 불화 등을 집에 들여놓을 때는 '제대로 모셔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두 나라 사람들의 생각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베트남 사람들에 있어, 불상은 ‘존중하면 된다’라는 생각이고, 거북이는 ‘아예 들이지 않는 게 낫다’는 금기의 생각 차이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불상이나 관세음보살상은 베트남 가정 내 제단에 매우 자주, 그리고 정중히 모셔지는 존재다. 특히 여성들이 중심이 되는 가정 제단(Bàn thờ)에는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부처님, 성모 마리아 상이 함께 놓이기도 한다.

반면 거북이 장식은 종교적 신성함과 무관하게 불길한 기운의 덩어리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모셔두는 게 아니라, 아예 들이지 않는 것이 조심스럽고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신성과 불안 사이에서

거북이를 집에 들이면 안 된다는 이 전통은 어쩌면 거북이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우리가 무언가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태도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베트남 사람들은 거북이를 공공의 장소, 즉 사원, 대학, 공원, 역사적 공간에서 존중받는 존재로 남겨둔다. 그 영험함을 지나치게 가까이 들이면 도리어 불편하고 위험할 수 있다는 믿음. 그건 어쩌면, 인간이 경외심을 어디까지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오래된 고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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