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자리로만 걸어도 보고, 녹지 가운데로 나 있는 흙길 바닥을 조각도로 긁어내듯 쓱 내달리기도 합니다. 신기하게도 정원에는 천장이 있는데, 가장 높은 곳에는 퇴근길에 올려다본 하늘이 하얀 액자 안에 담겨 걸려 있습니다. 그를 보다가 발끝을 톡톡 구릅니다. 혹여 하늘에 닿을까, 구름을 모자처럼 쓰고 뙤약볕을 피할 수 있을까 질문합니다.
발목과 바지 끝 사이에 드러난 맨 살 옆으로 보드라운 무언가가 지나갑니다. 질문을 멈추고 고개를 떨굽니다. 백구가 꼬리를 흔들며 산책 중입니다. 자기를 알은 채 하니 가던 길을 멈추고 나를 돌아봅니다. 좌우, 시계방향, 좌우, 시계방향, 규칙적이지만 다소 불규칙적인 에너지를 풍기며 꼬리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너는 이곳이 처음이 아닌가 보구나. 내 말을 듣는 듯한 눈입니다. 뒤에서 포옹하는 바람이 불자 백구는 다시 앞을 봅니다. 내게서 등을 돌립니다. 그러나 이윽고 따라오라는 듯 컹 한 번에 꼬리 춤 세 번, 멈춰 섬 한 번, 고개 돌림 한 번을반복합니다. 멈추었다가 걷고 달렸다 걷기를 함께합니다. 정원에는 새로운 길들이 생겨납니다. 퇴근길 보았던 구름이 하얀 액자 안으로 들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