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책방(방산종합시장) & 계절책방낮과밤(마포구 망원동)
지난주, 방산종합시장에 위치한 그래서책방에 두 권의 독립출판물을,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계절책방 낮과밤에 한 권의 독립출판물을 입고하고 왔습니다. 브런치 독자분들께 그 책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책에 수록된 글을 하나씩 읽는 동안, 나도 여러분들도 계속해서 질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나를 나되게 만든 사람은 누구였는지를. 왜냐면 적어도 나는, 그 질문을 하는 동안 내가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 <엄마를 옷걸이에 걸었다> 들어가는 글 '위대한 유산' 중에서
사연 있는 물건을 곁에 두고 사는 이에게,
좀처럼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부모님의 습관은 내게로 대물림되었습니다. 그 물건들을 보며 나를 이루고 있는 물건에 관한 틈글*을 적었습니다. 작은 것 하나도 내가 온전히 이룬 것은 없음을, 누군가의 도움으로 완성했음을 이야기합니다.
* 틈글 : 일상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생각, 스쳐 지나가고 마는 생각이 날아가기 전에 종이 위에 기록하는 글.
틈글집은 저 혼자 만드는 독립출판물 시리즈의 이름입니다. 첫 번째 틈글집 <뭐야 너무 다정하잖아>와 두 번째 틈글집 <열두 달 이야기>에 이어, 세 번째 틈글집을 SPT25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는데요, 제 브런치를 읽어주시는 분들이라면 "어?" 하실 겁니다. 브런치북으로 연재(바로가기)하던 것을 책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평소 스스로를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에 껴 있는 사람이라 소개하곤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온라인에 연재한 글을 꼭 다시 한번 물성을 지닌 책으로 엮어내고 싶어 하지요. 특별히 세 번째 틈글집에는 첫 번째와 두 번째 틈글집 땐 없었던 책등이 생겼습니다(분량이 꽤 나왔단 소리겠지요)! 그리고 SPT25에서도 반응이 꽤 좋더라고요.
저만의 이야기지만 가족과 유산이라는 커다란 키워드가 모두의 관심을 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책의 크기는 손바닥에 들어오는 A6(105mm*148mm) 사이즈인데요, 제가 워낙 일본 문고판 사이즈를 좋아하기도 하고 이만한 크기가 들고 다니기에도,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읽기도 좋더라고요. 틈글집을 만드는 내내 고집하는 판형입니다.
타오를 것이 아직 남아 있다.
- <열두 달 이야기>, 유월 '소낙비' 중에서
두 번째 틈글집, <열두 달 이야기>는 만년 달력 형식의 시집입니다. 매일 밤 뜨는 달을 보며 열두 달을 추억했지요. 달력 속 숫자들의 자리를 글과 사진의 것으로 바꾸고, 한 해의 시작을 봄이 오는 사월(그리고 제 생일이 있는 사월)로 표현했답니다.
책 곳곳에 수록된 사진들은 제가 유럽에서 살던 때 찍었던 것들이고, 책의 레이아웃은 베를린의 독립서점 Do you read me? 에서 구입한 요리책, <BRUTTO>를 참고했답니다.
출간 후 1년 간은 터무니책방에서, 그리고 최근 2년 간은 지음지기로 북페어에 나갈 때만 독자님들께 선보여드렸는데, 좋은 기회로 마포구에 있는 서점(제가 애정하는 장소여요) "계절책방 낮과밤 @natbambooks 의 2026 캘린더전 -내년을 기달력"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도록 준비했어요.
언제든지 곁에 시와 사진을 두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계절책방 낮과 밤을 찾아주세요. 캘린더전은 26년 1월 31일까지 계속됩니다.
+ <열두 달 이야기>의 재고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12월에 있을 마우스북페어 출전 후엔 재쇄를 하지 않으려 해요. 대신 365편의 시와 365장의 사진을 담은 일력 형태의 시집으로 개정판을 준비해 볼 생각이에요(이번 캘린더전이 두 번째 틈글집의 처음을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속삭이는 거, 네, 맞습니다.)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맛 주변엔 늘 사람이 있었습니다.
- <한 끼의 문학> 들어가는 글 '한낮의 전화통화' 중에서
그리는 사람 최정연과 쓰는 사람 전주현이 함께 하는 독립출판 프로젝트 팀, 지음지기의 네 번째 산문집이 나왔습니다. KT&G 대치갤러리에서 전시 <글그림 씨의 식탁>을 선보이고, 텀블벅 펀딩 후 SPT25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책이지요.
『한 끼의 문학』은 "무엇을 먹을까"에서 "누구와, 어떻게 먹을까"로 바뀌는 마음의 궤도를 따라갑니다. 맛있는 이야기를 탐닉하며 식탁에서 오고 가는 마음과 시간을 들여다봅니다. 함께, 배부르게, 웃고 웁니다.
- 그래서책방 온라인 구매링크 (특별히 구매 선착순 세 분께는 전시 도록 세트도 함께 드리고 있어요!)
맛있는 이야기를 탐닉하던 중, 함께 음식을 나누었던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무엇을 먹을까 하는 질문을 누구와 어떻게 먹을까 하는 질문으로 바꾸니 여러 음식들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여섯 편의 끼니를 골라, 한 권의 책으로 완성했습니다.
맛에 따라 총 3부로 나누었습니다.
소박하지만 소중한 맛. 할머니를 따라 처음으로 만든 돈가스와 출근하는 엄마가 짬 내서 삶아 주던 달걀. 조리법이 화려하진 않지만, 추억의 음식이 되기에 충분한 음식입니다. 누군가와 함께 먹었던 기억 덕분입니다.
눈물 젖었으나 필요했던 맛. 재수학원 가는 길에 엄마에게 전달받은 도시락과 타국에서 한국을 그리워하며 사 먹은 샐러드. 풀 죽어 있던 마음을 달래고 배부르게 하던 음식엔 가족이나 고국을 향한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정성스레 준비하고 연습했던 맛. 직접 키운 바질로 만들어 먹는 파스타와 연인을 생각하며 공부하듯 요리한 토마토수프. 누군가를 위해 식탁을 차리는 수고가 즐거운 건 함께 먹을 밥보다도 함께 먹을 사람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는 요즘, "올해 무얼 이루었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는데요, 그간 작업한 책들을 소개하니 괜히 뿌듯해집니다. 위 책들이 브런치를 통해 누군가에게 가 닿을 수 있다면, 작가(지망생)로서 매우 기쁠 것 같아요.
오늘도 몸과 마음을 단단히 지키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