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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재 Jan 09. 2021

말 많은 고양이와 산다는 건(6)

그 생물은 고양이입니다

고양이라는 생명체는 정말 특이하기 그지없다. 똑똑한 듯싶다가도 멍청하고, 새침하기 이를 데 없다가 어느샌가 머리를 비빈다. 참 기묘하고 장단 맞추기 어려운 생명체인 건 틀림없다.

고양이와 관련된 정보를 주는 유튜브, 프로그램, 웹툰 등이 많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양이를 집 안으로 들인 역사는 짧고, 고양이와의 상호 작용을 몸으로 부딪히며 이해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고양이는 왜 그럴까?

고양이는 우리는 주인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같이 방을 쓰는 동거인이라면 모를까. 오죽하면 주인도 아니고 “집사”라고 불리는 정도니까. 고양이는 대부분 사람의 손길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무리 개냥이라고 할지 언정, 정말 몇몇의 고양이들을 제외하고는 독립적인 시간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아무 때나 다가가서 쓰다듬는다고 좋아하지 않고, 그들의 유대감은 쓰다듬거나 관심을 과도하게 보이는 걸로 늘어나지 않는다. 그들에게 신뢰를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실 데면데면해지는 것이다.

 고양이를 통해 어떠한 대단한 감정의 교류를 원했던 이들에겐 슬픈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고양이는 사람이 운다고 곁에 다가와서 살랑거리지 않는다. 후추는 심지어 내가 서러워 방구석에서 울고 있을 때도 자기 혼자 놀다가 내 배를 신나게 밟고 뛰어갔다. 야속하기 그지없는 생명체다.

 


어린 시절의 후추. 베란다 사랑은 이 때 부터 시작된다.


고양이와 친해지기

고양이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처음 마주했을 때 과도한 관심을 주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다. 그저 이 장소가 너에게 위험하지 않고, 내가 너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인물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 좋다. 소심한 고양이는 대뜸 사람에게 와서 냄새를 맡고 확인하지 않는다. 주변의 물건이나 신발 등을 통해 사람의 체취를 맡고 나름의 확인 작업을 거친다. 집의 환경을 충분히 둘러볼 수 있도록 조용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고양이를 위한 환경을 갖추어 두었다면 필요한 건 시간이다. 아침쯤에 온 고양이는 늦은 점심쯤엔 확인을 모두 마칠 거고, 괜히 가만히 앉아있는 나를 향해 다가올 것이다. 충분히 고양이가 안심할 때까지 냄새를 맡게 해주자. 굳이 고양이에게 무리한 스킨십을 시도할 이유는 없다.


고양이는 안정된 환경을 좋아한다. 이사가 잦은 것도, 집의 인테리어나 구조가 자주 바뀌는 것도, 소란스러운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가 필요할 때만 자신을 쓰다듬길 바라고, 자신이 온전히 휴식하거나 쉴 때에는 건드리는 손길을 거부한다. 이미 친해진 고양이라면 집사가 건드는 손을 냉큼 깨물었다해서 섭섭해할 필요는 없다. 그저 지금이 그때가 아닐 뿐이니까.


처음 친해질 때엔 놀이 활동을 하는 것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다. 만족스럽게 잘 논 어린 고양이는 금세 경계를 풀고 간식을 받아먹을 것이다. 그때에 조금씩 스킨십을 시도해보자. 부드럽고 안정된 손길로 몇 번 쓰다듬고 만다. 너무 오래도록 쓰다듬는 것도 고양이에겐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혹시 자주 물거나 예민한 고양이라면 최대한 짧은 시간 동안 몇 번만 쓰다듬고 마는 것이 좋다. 만약 고양이가 쓰다듬는 손길을 거부했는데도 계속해서 쓰다듬거나 지속적으로 스킨십을 시도하면 오히려 더욱 당신을 경계하고 스킨십의 시도조차 허락하지 않을 수 있다.


고양이와의 유대감

고양이의 유대감은 안정감을 통해 증진한다. 물론 놀이 활동이나 스킨십을 통해서도 증진이 가능하지만 단순히 고양이가 자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공간 안에서 아무런 위협이나 교류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같은 공간 안에서 고양이가 자신의 영역을 지킬 수 있도록 자신감을 키워주고, 만족스러운 휴식이 가능하도록 루틴을 맞추어준다면 어느새 당신에게 가까워진 고양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 유튜브에 나오는 여느 고양이처럼 애교를 부리고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행동을 하지 않아도 가끔씩 당신을 향해 울고, 가끔씩 옆에 와서 잠들고, 가끔씩 손길에 골골 송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정말 동거인이라고 보는 게 좋다. 동거인이 하루 종일 내 옆에 붙어 있거나 하루 종일 관심을 달라고 나에게 매달리지 않듯이, 고양이도 그렇다. 그저 같이 하루를 보내고 같이 노는 시간과 개인적으로 휴식하는 시간을 만들어가면서 서서히 쌓인다. 그렇게 안정된 관계가 만들어지고, 종내에는 신뢰가 두터워질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들에게 너무 많은 교류와 상호 작용을 요구하지 말아라. 그 생물은 고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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