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을 마음 한편에 쌓아둔 이유
햇빛이 들어오는 교실 안은 텁텁하고 후덥지근하다. 중앙제어 방식의 에어컨은 어리고 열정 가득한 아이들의 들끓는 열을 조금도 식혀 주지 못하는 것 같다. 낡은 나무 책상의 겉면은 코팅이 벗겨져 까끌까끌한 나무의 질감이 그대로 손으로 전해지고, 나는 그 책상에 얼굴을 붙인다.
어린 사랑은 언제나 아쉬움이 따라붙는다. 그 날의 책상이 유독 시원했던 것도, 그 아이의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유독 내 안에 크게 다가오는 것도 모두 이제는 내 일부가 되더니 변형되었다. 나는 그때, 그 교실에서 나눴던 어린 사랑을 다시는 찾을 수 없음을 안다.
사랑은 반복할수록 성숙해지고, 무뎌진다. 이성과의 교류를 익히고 데이트를 반복하면서 종종 어린 시절의 사랑이 떠오른다. 그 애가 아니고, 그때의 내가. 모든 걸 내주고도 아쉬운 지 몰랐던 그 시절이.
나의 첫 연애는 잘못된 조각과 같았다. 무엇을 깎아내고, 무엇을 내어 주지 않아야 하는 지를 몰라 멋대로 다 깎아낸 처참한 결과였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조각은 대단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린 날의 부푼 마음은 쉽게 무너지는 법이다. 나는 그 망가지고 부서진 조각을 손에 쥐고 버리기도 아까워 한참을 헤매야 했다.
조각은 많이 할수록 실력이 늘지만, 그 설렘은 덜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설렘과 불타는 열정은 내 늘어나는 내공과 상관이 없다. 그렇게 치기 어렸던 그 시절의 사랑이 더욱 빛나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다. 멋대로 망쳐버린 조각의 잔해를 나는 아직도 한 구석에 쌓아두었다. 그 시절에 데었던 상처와 경험은 나를 성장시키고 온전하게 해 주었지만, 그 불완전함이 만든 잔해는 이후에 새겨 냈던 어떠한 작품보다도 자유롭다. 나는 종종 누적되는 연애에 무뎌질 때쯤엔 내 마음속의 구석에 쌓아뒀던 첫 연애의 잔해를 뒤적거린다. 아무 계산도, 설계도 없이 내 마음의 구석구석을 훑어 내보였던 그 잔해에는 그 시절의 내가 들어있다. 후덥지근하고 축축한 여름날의 바람, 환하게 웃던 모습, 덥다며 나눠먹던 값싼 아이스크림, 그리고 나.
그 시절의 여름 날을 떠올리고 나면 코끝에 여름 내음이 스치는 것 같은 착각이 인다. 그러고 나면, 다시 내가 조각하던 작은 작업대 앞에 앉는 것이다. 성숙해진 나와, 그 시절의 솔직했던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