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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점 Jul 14. 2019

스릴에 따르는 책임

하와이 여행기 - 5

새벽 5시 반부터 알람 소리가 울리고, 움직임이 분주하다. 6시 40분까지 항구로 가서 체크인을 해야 한다. 지난밤 아침에 먹으려고 사놓은 그래놀라와 요거트를 꺼내어 단숨에 들이마시고는 재빨리 떠날 채비를 한다. 오늘은 몰로키니 트릴로지 투어가 예정되어 있다. 진행하는 회사가 트릴로지고, 목적지가 몰로키니라는 작은 초승달 모양의 섬이며, 하는 일은 배를 타고 나가 포인트에서 다이빙 해 스노클링을 하는 것이다.



널찍한 항구 한편에 주차를 해놓고, 무인 주차기에서 티켓을 뽑아 대시보드 위에 올려놓았다. 잔돈은 받지 않는 영악한 친구다. 항구는 굉장히 커서 우리의 출항지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6번. 7번.. 우리의 출항지는 99번인데, 글쎄 전혀 반대편에 와있었다. 실소를 터뜨리며 아침부터 뜀박질을 해서는 99번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고, 신발을 벗고 배에 오르니, 이미 배 앞머리 좋은 위치에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한 명의 크루가 앞에서 본인 소개, 그리고 오늘 출항을 같이 할 서너 명의 동료들을 소개하고, 각종 주의사항을 설명한다. 화장실 변기에는 휴지 외에는 아무것도 버리지 말 것이며, 배 안에 멀미약이 준비되어 있으니 느낌이 오면 대비하라는 등의. 이윽고 배가 출항하며 큰 물보라를 일으킨다. 물에 이온음료를 풀어놓은 듯 색깔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청량하다.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한국인 출신 크루가 다가와 어깨를 가볍게 치며, 오늘 할 스누바 다이빙에 대해 설명해주겠다고 한다.


몰로키니 정박

스누바 다이빙은 스노클링과 스쿠버 다이빙의 합성어로, 스쿠버 다이빙과 거의 비슷하지만 산소통을 등에 매지 않고 배에 있는 산소통과 연결된 호스를 입에 물고 들어간다. 뭐랄까, 좀 덜 본격적이다. 스노클링과 스쿠버의 중간 정도로 보면 되지 싶다. 스쿠버 하기엔 겁 나지만, 스노클링으로는 아쉬운 사람들이 하기에 충분하다. 단단히 교육을 받고 물에 풍덩. 빠져들었는데 아쉽게도 물속에는 부유물이 많아 시야가 좋지 않다. 줄이 나를 못 가게 당기는 한에서는 끝까지 내려가 본다. 정신없이 물속을 누비다가 결국은 산호초에 다리를 긁히는 영광의 상처를 얻고 30분의 시간이 흘러 올라온다. 우리를 이끌어준 다이버가, storm의 영향으로 파도가 강해서 물속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배는 두 번째  turtle 포인트에 정박하지 못하고, 원래의 반달 모양 몰로키니로 돌아온다. 초승달 모양의 작은 섬이 관광객을 싣고 온 여러 척의 배들을 품고 있는 형상이다. 섬에서부터 부딪혀 밀려 나오는 파도가 워낙 거세서 다가가면, 강하게 밀어낸다. 섬 근처까지 가보려다가 나는 밀려 나오는 파도에 오리발을 잃고 허우적거렸다. 손 내밀면 닿을 거리에 오리발이 있는데, 내 몸은 점점 가라앉고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좀 더 깊이 다이빙을 하려고 구명조끼를 기능이 약한 것으로 바꾼 탓이다. 이제 와서 미련한 용기를 후회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순간 물 위로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이는 커다란 배와 승객들은 평화로웠고, 나만 아우성치고 있었다. 마음이 안정을 잃으니, 몸은 더더욱 말을 듣지 않는다. 정신없이 허우적거리는데, 멀리서 서핑보드에 올라탄 외국인 여자 한 분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다가온다. 나는 그 서핑보드를, 절벽 끝에 매달려 나뭇가지 붙잡듯 강하게 움켜쥐고 올라탄다. 살았다. 여자분이 괜찮냐고 배로 돌아가지 않겠느냐고 다정하게 물어오고, 나는 좀전의 패닉 상태를 숨기고는 그녀의 걱정을 덜려는 듯이 웃어 보이고 고맙다고 말했다. 더 이상 물놀이는 하고 싶지 않아서 배로 돌아와 마스크와 구명조끼를, 아까의 기억을 떨쳐버릴 것처럼 강하게 벗어버렸다.


모든 놀거리가 그렇다. 강한 재미와 스릴감은, 위험을 필수 불가결하게 데리고 다닌다. 그래서 우리가 액티비티를 시작하기 전에 서명하는 수많은 계약서는, 늘 우리의 목숨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조금은 무책임한 조항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스릴을 즐기면서도, 처할 수 있는 위험을 통제하고 스스로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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