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min Mar 14. 2020

오늘의 거짓말

참말을 찾기가 힘드네

"좋은 아침입니다."

아침 댓바람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거하게 한바탕 거짓말을 쏟아낸다. 사무실 사람들의 얼굴을 보라. 이게 좋은 아침을 맞는 몽타주들인가.


"부장님, 어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지우개도 기름에 튀기면 대충 맛있다. 퇴근 직전 술 먹자고 불러서 억지로 끌려간 통닭집이 뭐가 그렇게 맛있었겠는가.



"와, 애기가 너무 이쁘네요. 이목구비가 세상에.."

갓 태어난 자기 조카 사진을 꺼내 자랑하는 동료에게 내가 할 말은 이것뿐이다. '그냥 흔한 애기의 몽타주입니다'라고 할 수도 없고 '저도 집에 두 개나 있어요' 이럴 수도 없다.



"거의 다 해갑니다. 금주 내에 보고 드리겠습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방금 다시 기억나서 오늘부터 야근해야 한다. 상사의 말은 늘 긴장되지만, 이상하게도 맛있게 잘 까먹는다.


"그럼요. 전 잘 지내요. 어머니 건강만 잘 챙기세요."

엄마.. 아들 못 지내요. 오늘도 가시 지옥 같은 하루였어요. 어제는 지우개 맛 통닭도 먹었어요.



누가 맨 처음 시작했는지 몰라도 거짓말을 만든 사람에게 감사하다. 나에게는 퀴리부인 보다 거짓말 발명가가 더 고맙고 의미 있는 존재이다.


오늘도 거짓말 실컷 했고 내일도 원 없이 할 것 같다. 그래서 사회도 사회답게 돌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너무 행복하다.

살맛 나는 세상이다.


- 끝 -

   

매거진의 이전글 마스크가 가져온 기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