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아침 댓바람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거하게 한바탕 거짓말을 쏟아낸다. 사무실 사람들의 얼굴을 보라. 이게 좋은 아침을 맞는 몽타주들인가.
"부장님, 어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지우개도 기름에 튀기면 대충 맛있다. 퇴근 직전 술 먹자고 불러서 억지로 끌려간 통닭집이 뭐가 그렇게 맛있었겠는가.
"와, 애기가 너무 이쁘네요. 이목구비가 세상에.."
갓 태어난 자기 조카 사진을 꺼내 자랑하는 동료에게 내가 할 말은 이것뿐이다. '그냥 흔한 애기의 몽타주입니다'라고 할 수도 없고 '저도 집에 두 개나 있어요' 이럴 수도 없다.
"거의 다 해갑니다. 금주 내에 보고 드리겠습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방금 다시 기억나서 오늘부터 야근해야 한다. 상사의 말은 늘 긴장되지만, 이상하게도 맛있게 잘 까먹는다.
"그럼요. 전 잘 지내요. 어머니 건강만 잘 챙기세요."
엄마.. 아들 못 지내요. 오늘도 가시 지옥 같은 하루였어요. 어제는 지우개 맛 통닭도 먹었어요.
누가 맨 처음 시작했는지 몰라도 거짓말을 만든 사람에게 감사하다. 나에게는 퀴리부인 보다 거짓말 발명가가 더 고맙고 의미 있는 존재이다.
오늘도 거짓말 실컷 했고 내일도 원 없이 할 것 같다. 그래서 사회도 사회답게 돌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너무 행복하다.
살맛 나는 세상이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