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봄맞이

소소한 행복

by 생각의 틈


서둔 것이었을까요?

그날 낮에 산수유 꽃봉오리가 조금 벌어져, 그 틈새로 노란색이 보였었답니다. 저는 ‘와! 봄이 왔네’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그리곤 아파트 베란다로 나가서 화분에 덧씌운 겨울 외투를 벗겼답니다.


저는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다가오면, 베란다에서 키우는 식물의 키만 한 높이의 종이상자를 구합니다. 화분 하나에 하나의 상자가 필요합니다. 화분이 많을수록 상자의 수는 줄어듭니다. 구해온 상자를 펼치면 기다란 직사각형에 위아래로 뚜껑 부분과 아랫부분이 붙어있습니다. 위쪽은 그대로 두고 아래쪽은 잘라냅니다. 그래야 바닥에 설 수 있으니까요.

그다음으로는 상자에 얇은 막대를 대고 돌돌 감습니다. 마치 주름을 잡는 것처럼요. 그러면 화분의 몸에 맞는 맞춤옷을 입힐 수 있답니다. 바람이 파고들 틈을 줄이는 거죠. 돌돌 만 상자들로 화분을 감싸서 대강의 형태를 잡으면 그다음의 일이 있습니다.

전체의 상자 안에 적어도 3개 이상의 철 지지대를 뚜껑 부분에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강력한 테이프로 붙이는 일입니다. 그래야 날이 더 추워지면 바람을 막는 비닐 외투를 입힐 수 있습니다. 철 지지대가 식물보다 키가 커야 화분 속 식물이 비닐이나 신문지에 쓸리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정말 강추위가 몰아치면 그 위로 비닐이나 신문지를 덮어 보온을 유지해야 하니까요. 철 지지대를 붙이고 나서는 위에서 보기 쉬운 곳에 온도계를 투명 테이프로 붙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온도계는 눈금을 보기가 쉽지 않아서 세심하게 각도를 조절해야 한답니다. 물론 항상 같은 자리, 콘크리트 벽에는 베란다 전체 온도를 알려주는 크고 잘 보이는 온도계가 붙박이로 있답니다.

저는 모든 연결은 빨래집게로 합니다. 테이프로, 스템플러로, 테이블 타이로 시도해 보았지만, 지금으론 빨래집게가 최선입니다. 비닐 외투는 수시로 벗기기도 하고, 신문지 역시 마찬가지여서 수월하게 더하고 빼기를 할 수 있는 것이 빨래집게입니다. 아주 가끔은 종이 외투까지 벗길 일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2월 말부터 신문지는 구석으로 치워버렸답니다. 종이상자와 비닐은 한 해만 사용하고 철 지지대와 온도계는 보관했다가 다시 사용합니다. 빨래집게는 본래의 일터인 건조대로 옮겨놓았습니다.


이렇게 모두를 벗기고 치우고 바닥을 청소했답니다. 그리고 화분에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흙이 쿨렁거리면서 물을 마셨습니다. 물이 모두 빠지기를 기다려 다시 한번 넘칠 듯이 물을 주었습니다. 그걸 지켜보면서 옆에서 말했답니다. “봄이야!”라고요.


아파트 베란다는 겨울이라고 언제나 추운 곳은 아닙니다. 날이 맑아 해가 쨍한 날에는, 온실효과로 온도가 20℃를 넘곤 합니다. 어떨 때는 아파트 실내 온도보다 높아져서 온도계의 빨간 막대가 30℃ 가까이 올라가 있기도 하답니다.

제가 알기로는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뀔 때, 베란다 기온이 10℃ 이하로 내려가면 식물에 물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식물의 모든 작용이 멈추기 때문이고, 뿌리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요. 특히나 군자란은 뿌리가 굵어서 수분을 많이 품고 있으니까요. 쉽게 얼 수 있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저는 30℃ 정도가 되면 비닐을 벗기고 식물 잎사귀와 겉흙에만 분무기로 물을 살짝 뿌려준답니다. 제 생각에 식물이 심한 갈증을 느낄 것 같으니까요. 생명이잖아요. 그러면서 뿌리에는 물이 닿지 않게 조심조심한답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식물의 보온을 책임졌던 그 겨울 외투를 벗기고, 뿌리까지 스미게 물을 듬뿍 준 그날 저녁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답니다. 그러더니 비가 눈이 되어 내리고 바람도 불었답니다. 외출했다 돌아오면서 하늘을 보고 옷을 여미며 뿌리가 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베란다 온도계를 보니 영상 10℃ 바로 아래로 빨간 막대가 내려가 있었습니다. 계속 진눈깨비는 바람에 날리며 내렸답니다. 벗겨둔 상자를 찾아 다시 겨울 외투를 꽁꽁 여미듯 입히면서 화분 아래쪽에 많은 신문지를 구겨서 넣었답니다. 털내복처럼요. 너무 추운 날에 지지대 위에 신문지를 덮을 때 화분 아래 뿌리 부분의 보온을 위해 따뜻한 속옷을 입히곤 하던 방법이랍니다.

군자란은 계속 새잎이 나오지만, 뿌리가 상하면 시름시름하다가 썩고 맙니다. 군자란과는 20여 년을 함께 했거든요. 군자란 화분이 다섯 개인 적도 있었답니다. 여러 번의 실수를 반복하면서 지금도 식물을 보살피는 방법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저는 이번에도 서투르고 어설프게 봄을 맞이했답니다. 그날 저는 걱정으로 밤을 지새웠답니다. 며칠 동안 마음을 졸이며 그대로 두고 지켜보았답니다. 군자란 뿌리는 무사했답니다. 왜냐하면, 어느 날부터, 마주 보며 돋아나는 군자란 잎사귀 사이로 꽃망울이 보이기 시작했으니까요. 거의 해마다 주인이 어설펐음에도 이렇게 꽃을 피워줘서 얼마나 감사한지.

이렇게 집안의 봄맞이를 했답니다.


내 정원의 식물들은 겨울을 어떻게 지냈을까요? 장엄한 법칙으로 운행되는 위대한 자연신의 보호 속에서 말이에요.

궁금하며 설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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