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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바라는 일

by 월하

1. 산책: 자연 속에 머물기


주말이면 책 한 권 집어 들고 집 앞 천변으로 산책을 나간다. 천변을 따라 산책로가 잘 구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산책을 하며 음악도 듣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이 꽤나 웅장하게 느껴지는 맑은 날이다. 주책이지만 요즘은 하늘만 봐도 그 아름다움에 울컥할 때가 있다. 이 아름다움을 보며 감사함을 느끼기까지 나는 스스로 고통이라 불러왔던 이 모든 경험들이 필수적이었나 보다 하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걷다 보면 물가에 오리도 보이고 흐드러지게 핀 꽃잎들, 풀잎 사이사이 날아다니는 나비도 가만히 서서 한 참을 관찰한다. 그러다 바람이라도 불면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도 느껴보고 이 모든 자연을 만끽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다시 한번 일어난다.


드넓게 펼쳐진 광장에서 캐치볼을 하는 아빠와 아이, 자전거 타는 아이들, 벤치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 가족들을 바라보니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그 평화로움이 순간 시야에 들어온다. 이 평온 속에서 오늘도 나는 혼자서도 온전하고 자유롭다.


그러고 나서는 벤치에 앉아서 한 참을 책을 읽다 하늘이 어둑어둑하기 전에 일어난다. 하늘과 빌딩숲 사이 맞닿은 그 경계에 번지는 석양을 보며 귀가하는 맛이 있어서다. 밤에 달 보는 걸 참 좋아하는데 달은 매일 볼 수 없지만 대신 달 보는 것만큼 석양이 질 때 바라보는 하늘도 참 매력적이다.


2. 베풂

최근에는 소액이지만 기부도 시작했다. 내가 평화롭고 평온함에 머물수록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라는 마음이 일어난다. 처음 기부를 시작했을 때 이만 원을 기부했다. 정확히 6일 뒤에 뒤에 생각지 못하게 오십만 원이 생겼다. 바로 그 자리에서 삼만 원을 다시 기부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우주가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영혼은 내게 선순환이라는 것을 알려주았가다. 꼭 물질적인 도움이 아니더라도 좋은 의도를 내고 선한 마을 나누는 것 또한 베풂이다. 지금은 흡연을 하진 않지만 흡연장을 청소해 주시는 분께 감사해서 편의점에서 시원한 음료를 사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한 적이 있었다. 웃으며 인사를 하는 일도 선한 의도를 내는 일이다. 사람들을 돕는 것은 결국은 나 자신을 돕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천 원이 갖고 싶다면 먼저 천 원을 베풀어보자. 진심으로 나누다 보면 배가 되어 돌아온다.


3. 감사하기

앞서 나는 자연에 감사한 마음뿐만 아니가 내 생활 전반에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서 많은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하루를 끝마치고 저녁 아홉 시에서 열 시 사이 옥상에 올라간다. 그날 있었던 하루를 복기하고 무탈하게 오늘 하루도 마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낸다. 가장 강력한 기도는 무언가 바라는 것이 아닌 비워내고 감사한 마음을 내는 것이다.


4. 알아차림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수만 가지 감정과 생각이 쉬지 않고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것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 감정과 생각이 나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알아차리면 그것은 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내가 가진 것과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구분은 필요하다. 내가 느끼는 짜증이라는 감정이 곧 나는 아니다. 내가 못생기고 쓸모없다고 생각한다고 해도 결코 나는 못생기고 쓸모없는 사람은 아니다. 그것들은 그저 내가 가진 생각이나 감정일 뿐이다.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을 관찰하고 알아차리면 그것들은 구름처럼 잠시 왔다 흘러간다. 진정한 나는 그것들을 관찰하고 알아차리는 자리에 있다.



5. 명상

자기 전에 이십 분에서 삼십 분 정도 명상을 한다. 호흡에 집중하는 명상을 할 때도 있고, 일어나는 생각을 그대로 관찰하는 명상 등 이것저것 해보고 나에게 맡는 명상을 꾸준히 하고 있다. 고요 속에 머물며 나 자신과 나누는 이야기들은 생활 전반에 고요한 평온을 가져다준다.


6. 내맡김

이사 문제를 앞두고 머리가 한 동안 아팠다. 기간은 다가오고 원하는 매물은 나타나지 않았다. 은행 대출도 알아봐야 했기에 시간이 촉박했다. 결국은 전세 아파트로 이사는 포기하고 월세 살이를 일 년 더 하기로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원하는 매물을 보러 가는 길에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내 앞선 번에서 계약을 이미 했으니 집을 보러 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일을 두 번이나 겪었다. 본 매물은 맘에 들지 않았고 보고 싶었던 집은 내 앞에서 계약이 두 번이나 이뤄졌다. 그러고 나서 곰곰이 생각을 마치고 힘을 빼기로 마음먹었다. 이사를 하지 말라는 흐름을 신뢰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신 전세자금의 일부를 갖고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적어도 내가 선택한 내 인생의 시나리오에서 불필요한 경험은 없으니 이 흐름을 신뢰하고 걸어가는 수밖에.


자연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힘이 닿지 않거나 우주에 의해 저절로 이루어진 상태를 뜻한다(네이버 국어사전). 자연스럽다는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않고 애쓰지 않고 저절로 된 듯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어깨 힘 빼고 자연스럽게 흐름에 내맡겨 보는 건 어떨까.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을 이유는 명확하다.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지더라도 그 일은 내가 필요해서 주문한 택배와 같은 것이다.


영혼이 내게 바라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그 과정 속에서 평온하고 자유로운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자유롭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것 또한 나와 내 영혼이 바라는 일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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