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를 선택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들
우리나라에서 학교는 청소년들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자퇴'라는 것은 인생에 정말 큰, 어쩌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퇴를 결정하는 당신, 어디까지 생각하고 선택했는가? 오늘은 내가 자퇴를 하면서 고려했던 많은 것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세 가지만 뽑아 정리해 보았다.
천만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학교=공부가 아니다. 물론, 학교를 나온 뒤 무엇을 할지에 따라 우리가 흔히 아는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퇴를 결정하려면, 적어도 학교에서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학교에서는 누군가 공부를 시켜주었지만, 이제는 나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하다못해 검정고시로 졸업장을 따려해도 공부를 해야 하고, 시험을 쳐야 한다. 만약 대학을 가고 싶다면?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보다 몇 배는 노력해 공부해야 한다. 단지 공부를 하는 장소가 바뀔 뿐이다. 학교에서만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떤 큰 배포가 있어 자퇴를 결정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면? 물론 이것은 학교에 다니든 말든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질문이지만, 어쨌든 결론은 공부를 아주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나중에 무엇을 하게 될지 모른다. 혹시 내가 기존 목표를 수정해 새로운 미래를 찾아야 할 때,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교를 졸업한 자들보다 리스크가 크다. 가장 만만하고 쉬운 준비가 공부다. 말도 안 된다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정말 그렇다. 세상엔 생각보다 쉬운 게 없다.
우리나라 일반적인 청소년들의 계획은 비슷하다.
1.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2. 중학교를 졸업한다.
3.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3-1. 취업한다.
3-2. 대학을 간다
3-2-1. 취업한다.
남들이 가는 대로 간다, 초-중-고를 졸업하면 취업하거나 대학을 간다. 어쨌든 인생의 최종 목표는 취업이다. 학교에서는 공부를 시킨다. 생기부란 걸 써준다. 자소서를 쓰도록 한다. 학생은 이 과정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 되고자 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별생각이 없어도 어쩔 수 없다. 억지로 지어내서라도 학교는 학생의 미래를 설계하게 한다. 어떤 학교는 학생의 취업을 돕는다. 애초에 취업을 위해 그 학교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학교를 나오려는 당신, 어떤 목표를 세웠나? 내가 당장 무엇을 할 것이며, 어디서 어떤 일을 하며 먹고살 것인지. 얼마만큼 계획을 세웠나?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라. 나의 인생 목표는 무엇이며, 이를 이루기 위해 몇 살 때 무엇을 할 것이며, 어디서 어떻게 목표를 이룰 것인지. 이 질문을 풀어나가다 보면, 학교가 생각보다 많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같은 질문을 학교 안 청소년들에게 물어보자. 일단 성인이 될 때까지 학교에 다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사회에 나가…. 차이점을 느꼈나? 학교 안에 있을 땐 인생에 '유예기간'이 존재한다. 성인이 될 때까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저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흘러가면 된다. 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은 어떤가. 일단 지금 당장 무엇을 할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누군가 계획을 만들고 시켜주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부터가 사회의 시작이다. 학교에 있을 땐, 조금 허황된 계획을 세워도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누군가 먼저 조언해주기도 하고, 스스로 깨닫기도 한다. 허나 학교 밖에선 그렇지 않다. 같은 나이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은 비교적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회에서의 내가 된다. 먼저 나서 고쳐주고 상의해주는 학교가, 선생님이 없다.
최대한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계획을 짜라. 학교에 있을 때는 학생이었지만, 이제 내 신분은 '취준생이다'라는 생각으로.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는, 어영부영이 큰 적이다. 억지로라도 시켜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본인의 인생을 명확히 설계해 놓았고, 미래에 대한 자신이 있으며 지금 당장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내가 뭐라 해 줄 말이 없다. 그런 아이들은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는 아이들이다. 단순히 미래를 위한 자퇴라면, 이런 아이들이 해야 한다. 자퇴를 결정하려면, 인생 계획부터 세워라.
자퇴생, 검정고시 출신, 학교 밖 청소년. 생각해보라. 특정한 느낌이 떠오를 것이다. 사실 자퇴에 대한 편견은 자퇴생 본인에게도 존재할지 모른다. 나는 그랬다. 내가 자퇴생이면서도, 자퇴생들에게 편견을 가졌다. 노는 학생이었을 것도 같고, 공부를 안 했을 것 같고, 적응을 못했을 것 같고…. 편견은 나쁜 거라지만, 솔직히 지금 당장 편견을 없애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매체에 등장하는 자퇴생들은 비행 청소년이나, 학교 생활에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학교 밖 청소년으로 살면서, 편견과 차별을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제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학교 밖 청소년으로 살면서 한 번도 편견과 차별을 겪지 않았다. 놀라울 정도였다. 자퇴를 결정하기 전 가장 고민하고 또 걱정했던 부분인데, 지레 겁을 먹었던 내가 우스울 정도로 세상 사람들은 나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이게 가장 이상적인 반응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의 커뮤니티나 이야기만 봐도 내 경험은 매우 특이한 케이스였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내가 겪은 반응은 흔치 않다는 것이다. 아마 이 글을 보고 있을 학교 밖 청소년 십중팔구는 편견과 차별을 겪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니까 자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내가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앞의 두 고민은 나만 잘하면 되는 것들이다. 내가 공부하고, 계획 세우면 된다. 하지만 이번 고민은 다르다. 편견과 차별은 남의 시선에서 주어진다. 나는 그 틀에 욱여넣어지고, 그들의 잣대에 들이밀어진다. 자,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나하나 싸우고 이길 것인가? 물론 그럼 좋겠지. 하지만 현실은 일일이 대응할 수가 없다. 나를 차별하고 편견으로 대하는 상대가 어쩌면 내가 잘 보여야 할 사람일 수도, 싸워 이길 수 없는 상대일 수도 있다. 그럼 어쩔 수가 없다. 그럴 땐 나 스스로 위로하고 이겨내야 한다.
편견과 차별에 좌절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도 많이 보았다. 하지만 인간관계가 넓게 형성되지 않은 이들의 특성상 도움을 받을 사람도, 위로해줄 사람도 딱히 없다. 비슷한 신분에 놓여있는 청소년들끼리 똘똘 뭉쳐 이겨낸다면 많은 힘이 될 테지만, 사실 주변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찾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일단 내가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물론 강한 태도에 주변의 도움까지 얻을 수 있다면 베스트다.
이상 학교 밖 청소년으로 살면서, 내가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조언 중 세 가지이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지만, 이마저도 깊게 고민해보지 않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마냥 편하고 자유로울 것이라는 상상만으로 학교를 나온다면, 분명 큰 벽 앞에 부딪힐 것이다. 실제로 자퇴를 후회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이 보았다. 자퇴를 하겠다고 했을 때, 정말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후회하지 않겠니?'인 만큼.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건, 그만큼 생각하고 노력해야 할 게 많다는 뜻이다. 무언가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큰 선택을 했는데 뒤늦게 후회할 순 없지 않은가.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법이니 부디, 제발. 신중하게 고민하고 또 생각했으면 좋겠다. 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오랜 시간 준비하길 바란다. 혹시 마음이 바뀌더라도 언제든 되돌릴 수 있게. 그렇게 한다면 학교 밖에서도 충분히 이겨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