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LivesMatter 와 인스타그램
기사 원문: Elite N.Y.C. Girls’ Schools Have a Racist Culture, Black Alumnae Say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미국 전역에서는 경찰의 잔인한 진압방식과 흑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대한 분노의 물결이 일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고등학생들은 익명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교실과 학교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적 사건들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제 눈길을 끈 것은 뉴욕 어퍼이스트에 위치한 명문 여자 사립학교들, 브리얼리, 채핀, 스펜스 스쿨의 소식입니다. 올드머니와 배타적인 지역사회로 대변되는 어퍼이스트에 자리한 이들 학교는 1년 평균 학비 5만달러(6천만원) 정도로 아이비리그로 보내는 학생 수로도 전국 최상위권(다섯 손가락 안에!)을 자랑합니다. 이방카 트럼프, 기네스 펠트로, 케네디가의 자제들도 이 학군 출신이죠.
아주 귀여운 꼬마들입니다. 자세히 보면 미국학교는 이런 사진을 찍을 때 인종의 구성을 꽤나 신경씁니다. 학교에 몇 안되는 외국인 교환학생들을 열심히 불러와 브로셔 사진을 찍는 한국의 대학들보다는 약간 하수입니다. (출처: 아마존북스)
보수적인 지역색이 뚜렷한 동네, 구성원의 대부분이 백인이고 백인문화가 주류인 이곳에도 물론 우수한 유색인종 학생들이 다니고 있습니다. 이들의 학교생활은 어떨까요? 졸업생들이 언급한 바에 의하면, 평범하지는 않았습니다. 똑같이 미국에서 나고 자라 최고의 교육을 받게 된 학생들 사이에서도 흑인학생들은 남들과는 다른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했던 경험이 있었던 것이죠.
그동안 흑인학생에 대한 차별적 일화들은 내부에서만 전해지며 쉬쉬하는 분위기였지만 지난 몇주간 인종차별과 관련된 사회적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졸업생들 사이에서도 많은 증언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교실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던 이야기, 이제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 채핀 스쿨을 졸업한 메이샤 아그리파는 #Blacklivesmatter 운동에 대해 모교가 아무런 지지나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 것에 실망했습니다. 그는 지식인을 대표하는 명문사학들이 진실성과 개방성를 보여줄 기회를 놓졌다고 비판하며 이러한 침묵을 규탄하기 위해 5월 31일 새벽, 인스타그램에 그녀 자신과 학교 친구들의 이야기를 올리기 시작합니다.
학생들이 교무실에 몰래 들어가 우리가 받는 학자금 지원 서류와대학방문에 대한 지원금 요청 서류를 훔쳐보았다. 이런 말도 안되고 불법적인 프라이버시 침해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벌받지 않았다.
아그리파의 계정은 다른 지역의 학교들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브리얼리와 스펜스 뿐 아니라 공학인 달튼과 버클리캐롤 등 뉴욕과 동부의 명문 사립들에서 용기있는 동문들이 모여 이와같은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www.instagram.com/blackatbrearley/
www.instagram.com/blackatchapin/
www.instagram.com/blackspencespeaks/
www.instagram.com/blackatdalton/
www.instagram.com/blackatbc/
1973년에 브리얼리를 졸업한 그웬돌린 폴슨은 유럽인들이 "역사를 만들었다고"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유럽역사 챕터를 시작하면서 교사가 "우리는 오늘 역사를 시작한 사람들에 대해 배워보겠다"고 언급했고 폴슨은 고대 이집트의 예시를 들어 반문했지만 철저히, 그리고 의도적으로 무시당했습니다.
지난해 브리얼리를 졸업한 그레이스 윌리엄스는 자신의 옆에서 인종차별적 단어가 들어간 노래를 외쳐 부르던 백인 급우들에게 왜 그 단어를 사용하는지 따진후 며칠간 따돌림을 당해야 했습니다.
2017년 브리얼리 졸업생 아요 루이스는 "미국이 노예들의 노동에 의해 세워진 나라"이며 백인들은 인종차별의 오랜 역사에 책임이 있다고 발언했다가 한 백인 학생이 울어버렸고, 이에 그녀는 그 자리에서 쫓겨나고 결국 그 학생에게 사과해야했습니다.
이러한 인스타그램 고발의 물결은 오랫동안 그들의 문제를 조용히 처리하기를 바라 온 학교측을 놀라게 했습니다. 브레어리 이사회는 이메일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우리는 이 고통스러운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며
제도화된 인종차별주의가 우리의 공간 안에서 일어나고 있었다는 점에 깊이 통감합니다.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고 특히 다양한 인종이 모여사는 '리버럴' 뉴욕에서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면 손가락질(두번째 손가락이 아닐 수도 있음) 당하며 상종못할 미개한 사람 취급을 받는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소수자인 학생들이 경험한 부당한 일들은 어디에나 무지와 혐오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땋은 머리가 게토(빈민가)에서 하는 머리가 아니냐고 물은 12세 학생의 질문이 혐오에서 나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의 무지가 어떻게 타인을 타자화하고 상처를 주는지 이해하는 것은 문명사회에 사는 우리가 깨쳐야할 의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