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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월매 Jun 06. 2024

텀블러가 일회용품보다 낫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요?

스타벅스에 가서 아이스프라프치노를 시키면 어김없이 종이 빨대를 준다. 이 휴지심 아니 종이빨대는 스타벅스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2018 년 도입되어 10분만 지나면 조금씩 촉촉해지는 펄프의 감촉과 친환경 종이 맛으로 많은 이들의 입맛을 떨어트리며 사람들의 다이어트 및 스타벅스 인기 하락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사실 스벅의 인기하락요인은 이것이 아닙니다만).


기왕이면 빨대를 쓰지 말고 컵으로 마실수 있도록 친절히 음료의 입구도 바뀌었지만 어쨌거나, 시럽이 바닥에 가라앉거나 분말이 가라앉는 등, 빨대가 없어도 무리 없이 마실수 있는 음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특히 나 같이 세월아 네월아 음료를 마시는 슬로우 드링커의 경우 아이스 라떼를 맛보기 위해 얼음이 다 녹아 밍밍해진 윗부분의 물을 조금씩 마셔야할때는 서럽기 그지없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스타벅스는 전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회사의 폐기물, 물 사용 및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선언했다. 스타벅스의 모든 포장재는 그 때까지 재사용, 재활용 또는 퇴비화가 가능하도록 할것이라고.


스타벅스가 환경을 생각하며 여러가지 쉽지않은 결정을 내린 것을 나도 응원하는 바이다. 하지만 진정 음료 용기의 환경적 영향을 줄이고자 한다면, 더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그들의 MD상품이다. 스타벅스는 새로운 계절마다 화려한 MD상품들을 내놓는다. 유리잔, 텀블러, 머그잔, 재사용 플라스틱 컵, 환경을 생각한 철제 빨대까지.. 각 도시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품용 컵도 인기다. 이러한 다회용 컵 판매가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그걸 너무 많이 산다는 것이다.


 재사용 가능한 컵으로 바꾸는 것의 장점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사용 측면에 따라 그 효과는 의외로 미미할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일반 일회용 종이컵에 커피를 마시는게 텀블러보다 더 나을수도 있다.


깨끗한 일회용 용기가 버려지는 모습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죄책감이 든다. 우리 생활에서 눈에 너무 잘 띄기 때문에 환경을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컵을 닦을때 쓰는 물과 에너지도 그에 버금가는 생태적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세척시 들어가는 물과 에너지는 다회용 컵의 탄소배출의 약 90%를 차지한다. 가장 효율적인 세척방법은 (예상외로) 식기세척기인데, 손으로 하는 설거지보다 물과 에너지를 덜 사용한다. 따라서 손세척을 하는, 또는 해야하는 텀블러의 경우 환경보호 효과가 생각보다 낮을 수 있다.


버리는 물건에 대한 생각을 벗어나 물건을 만드는데 사용된 재료에 대한 생각도 해봐야한다.  재사용 가능한 컵은 일회용 컵보다 많은 양의 원자재를 사용한다. 또한 내구성을 위해 제조 과정에서 고온으로 가열되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철강 주조소, 유리 용광로, 세라믹 가마는 모두 섭씨 1,000℃ 이상에서 작동하며, 심지어 플라스틱도 적어도 300℃까지 가열해야 한다. 종이는? 100℃ 미만의 온도에서도 성형이 가능하다.


모든 재사용 가능한 컵에는 '손익분기점'이 있다. 일회용 컵보다 더 환경 친화적이기까지 사용해야 하는 횟수다. 텀블러를 5번 쓰고 더이상 쓰지 않는다면 종이컵 10개를 사용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2021년 UNEP의 연구에 따르면 세라믹소재 컵의 경우 350 회를 사용해야 일회용품보다 친환경적이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텀블러들이 100번이 넘게 사용될까? 이에 비해, 아예 사용되지 않고 있는 텀블러는 몇개일까? (어디선가 기념품으로 받아 촌스러운 로고가 달렸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찬장속 텀블러 하나쯤은 모두 가슴에 품고 살잖아요!)

텀블러를 소장용/수집용으로 모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스타벅스의 MD사업은 진작에 없어졌을 지도 모른다.


스타벅스의 세라믹 소재 컵




스타벅스는 과연 이런 문제를 모르고 있을까. 매 시즌 다른 디자인으로 나온 신상품 MD들을 눈앞에 흔들며, 더 많고 새로운 물건이 필요하진 않냐고 손짓하는 매장 한켠에 종이빨대가 측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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