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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월매 Feb 05. 2024

일본에서는 젊은이들이 데이트를 너무 힘들어해서

CNN — 일본에서는 젊은이들이 데이트를 너무 힘들어해서 부모가 대신 해준다 (In Japan, the young find dating so hard their parents are doing it for them)



일본 오사카. 약 60명의 남성과 여성이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오미아이", 즉 중매 세션을 위해 모였다. 그들은 상공회의소 건물의 회의실을 바쁘게 오가며 만남과 경쟁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는 평범한 스피드 데이트가 아니다. 참가자들 중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자기 이름도 제대로 밝히지 않는다.


나이가 지긋한 이들 참가자들은 성인이 된 미혼 자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한 60대 여성은 공립 초등학교 교사인 34세 아들을 소개했고, 한 80대의 남성은 전기회사에서 컨트롤러로 일하고 있는 49세 아들의 사진을 들고 있다.


중매 기관인 <결혼 정보 부모 협회>가 주최하는 이 행사에 참가자들은 14,000엔(약 14만원)을 내고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자신과 같이, 아직 미혼인 딸이나 아들이 있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완벽한 짝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자식 대신 소개팅을 하고 있는 것일까? 높은 업무강도로 유명한 일본. 그 무엇보다 시간이 귀중한 이 곳에서도 젊은이들이 시간을 내 직접 만남에 나서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하고 있는 꼴을 보고 있자니 이거 안되겠다 싶어진 부모들이 이제 직접 발벗고 나선 것. 


생활비 상승, 경제 전망 악화, 까다로운 직장 문화 등으로 인해 오늘날 결혼하고 자녀를 갖기를 선택하는 일본인의 수가 줄고 있다. 손주를 볼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그들의 부모 세대가 이제 나서고 있는 것이다.


거의 20년 동안 중매 행사를 조직해온 이 회사의 이사 노리코 미야고시(Noriko Miyagoshi) 씨는 “부모가 자녀의 결혼을 이런 식으로 도와도 괜찮다는 생각이 더욱 널리 퍼졌다”고 한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이러한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부끄러워했을 수도 있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고.



위기의 결혼


이러한 문제들은 세계 3위 경제 대국인 일본의 인구 통계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결혼율, 출생률, 인구 수가 모두 감소하고 있다. 특히 오랜 감소세를 이어온 일본의 인구는 지난해 1년동안 800,523명 감소한 1억 2,540만 명으로 기록적인 수치를 돌파했다.


인구가 급감하는 것과 맞물려 결혼과 출산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21년 새로 등록된 결혼 건수는 501,116건으로, 이는 1945년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1970년대에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결혼을 하는 연령대도 높아지고 있다.  2021년 결혼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의 경우 34세로 1990년 29세에서 증가했고, 여성의 경우 27세에서 31세로 늘어났다. 참고로 한국도 이와 비슷한 남성 평균 초혼 연령 33.7세, 여성 31.3세다. 결혼 감소와 함께 출산율도 하락해 지난해 출산율은 1.3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안정적인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2.1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 


이 모든 것은 납세자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한편 급속한 노령화 인구의 의료 및 연금 부담으로 정부에 점점 더 큰 짐이 되고 있다. 지난해 초 기시다 총리 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수조 엔 계획을 발표하고  2세 이하 자녀 한 명당 월 15,000엔(15만원), 3세 이상 자녀에게는 10,000엔(10만원)이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프린스턴대 동아시아 연구 전문가 제임스 레이모(James Raymo)는 결혼율을 먼저 높이지 않으면 출산율을 높이려는 노력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결혼한 부부가 자녀를 덜 낳는 것은 실제로 큰 문제가 아니다. 우선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이유, 이유, 이유


그렇다면 사람들이 결혼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아이치현 주쿄대학의 사회학자 마츠다 시게키는 사람들에게 결혼하고 싶은 욕구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국립인구사회보장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약 80%가 여전히 결혼하고 싶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극복할 수 없다는 좌절감에 있다.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일본 청년들은 낮은 고용 전망과 오르지 않는 임금의 굴레에 갇혀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평균 연봉은 1991년부터 2021년까지 단 5% 증가한 반면, 프랑스와 독일 등 다른 G7 국가에서는 34% 증가했다. 

마츠다는 “이로 인해 결혼을 시작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약화됐다”고 말한다. 


레이모(Raymo) 교수도 일본의 높은 생활비와 악명 높은 긴 노동 시간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일주일에 70시간을 일한다면 당연히 적합한 파트너를 찾을 수 없다. 누군가를 만날 시간이 없으니까 말이다.” 


위기의 깊이는 일상생활속에서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1인용 식사나 소포장된 채소를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다. 독신 생활을 위해 맞춤 제작된 작은 아파트들의 비율도 매우 높다. “이 나라는 싱글 생활에 최적화된 나라다.”라고 레이모는 말한다. 


여성의 경우 경제적 비용만이 다는 아니다. 일본은 여전히 고도의 가부장적 사회다. 가사에 남편을 더 많이 참여시키려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집안일을 담당하는 건 여성에게만 기대되고 있는 현실중매업자 미야고시 씨는 “일본은 법적으로는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지만 실제로는 여성이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하고 남성은 집 밖에서 일해야 한다는 믿음이 사회 속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어색한 대화는 필요없어


다시 사카이 상공회의소로 돌아가보자. 큐피드가 활을 당길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이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가벼운 음악이 연주된다.


부모들 중 일부는 이미 몇 차례 세션에 참석한 경우도 있고, 처음 온 부모들도 있다. 이들은 모두 설문지를 들고 있는데, 상황이 괜찮다면 상대방을 위해 기꺼이 이주할 의향이 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 빼곡히 적혀있다. 당연히 사진도 지참되었다. 기모노를 입고 있거나, 전문 사진사에게 의뢰해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가장 어린 사람은 28세이고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은 51세. 의사, 간호사, 공무원, 비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자녀들로부터 이 행사에 참석해 달라고 직접 요청받은 부모들도 있었다. 60대의 한 어머니는 37세 딸이 자기 또래 친구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갖는 것을 보고 불안해한다며, 좀 더 이전에 딸에게 파트너를 찾도록 강요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말한다.


기관에서는 매칭된 커플들 중 약 10%가 결혼을 한다고 추정하지만, 부모가 자녀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반드시 알려주지는 않기 때문에 실제 수치는 더 높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스피드 데이팅에서 자식들의 인연을 만드는데 성공한 한 어머니는, 부모만 참여하면 그것만의 이점이 있다고 전한다. 자녀가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더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어색한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처음에 타인에게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소심한 사람들에게는 안전한 선택이 될수도 있다. 


이런 경우도..


많은 부모들이 중매 행사에 참여하는 이유는 역시 손주들을 보고싶다는 마음이다. 그래서인지 이 행사에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연령대의 여성을 찾고 있는 40대 남성의 부모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들 중 한 아버지는 다른 부모 10명과 프로필을 교환했음에도 불구하고 40세 아들과 아무도 매치가 되지 않았다며 불평했다. 이 아버지는 30대 중반 여성이 나이가 많아서, 학벌이 좋은 여성은 아들보다 학력이 높아서 모두 거절한 경우였다. 그는 또한 남자 형제가 없는 상대방도 거부했는데, 이러한 상황에 처한 여성은 나이가 들면 시댁을 돌보느라 정신이 산만해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아마 오랫동안 인연을 만나지 못할 것 같다.)


한편 손자를 원하는 마음이 아무리 크더라도 미야고시는 부모들에게 자녀가 최우선이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두 쌍의 부모가 서로 마음에 들더라도 당사자들이 서로 마음이 맞아야 하는 것이 일순위다. 자녀문제도 마찬가지로, 부모가 아무리 손자를 원하더라도 본인들이 기꺼이 아이를 낳을 의지가 있어야 한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전문 중매인답지않게도, 미야고시는 적절한 시기에 좋은 사람을 만나 싹트는 로맨스를 가리키는 일본 개념인 '고엔'을 믿고 있다고. 바야흐로 입춘. 사랑의 계절이다. 이런 응원하는 마음들이 쌓여 언젠가는 젊은이들에게도 스스로 인연을 찾는 '사치'를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 



(이 글은 CNN 기사 In Japan, the young find dating so hard their parents are doing it for them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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