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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월매 Jul 04. 2020

창피한 트위터 끊기

1일차의 재미없던 그 기분이 간절한 이유


생각나는대로 써내린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친구에게 서운했던 속마음까지 말할 수 있는 곳. 트위터를 한다는 것은 왜인지 남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익명의 공간에서 주고받는 시덥잖은 소리나 날것의 논쟁들에 끼어있는 모습은 내 주변 누구에게도 쉽게 보일 수 없는 것이니까.


내 숱한 시간과 정신력을 소비했던 이것을 그동안 여러번 끊으려고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이유는.. 당연하게도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내 말과 사진에 사람들이 공감해주고 좋아요도 눌러주는, 이해받는 이 느낌. 인정받는 느낌.. 이 너무 좋아 첫 탈퇴 후 두번째 아이디를 다시 만든후에도 어느새 5천명 정도의 팔로워가 생겨버렸다. 하지만 모든 것에 끝이 있듯이 나는 이것을 그만둘 것이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어서 끊으려는 이유를 열거해보겠다.


하나, 시간. 트위터에서는 늘 끝없이 새로운 주제가 나타난다.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구경하다보면 볼거리가 끝이 없고 한없이 쳐다보게 된다. 여기서 얻어가는 내용도 유익하면 정말 좋겠지만 내 관심거리는 남의 일상이나 웃긴 말 구경(정말 웃긴 사람들이 많다), 유명인의 스캔들, 나랑 의견이 같은 말에 맞장구치기, 남을 흉보거나 이런 저런 논쟁을 구경는 정도라 사실 몰라도 무방한 정보들이 많고 오히려 모르는게 나은 내용들도 있다. 작고 소중한 나의 뇌에 다 담는 것은 사치다.

남의 얘기가 아니면 내가 쓰는 글에 시간을 쏟는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곧 지워버리는, 나에게는 휘발성 오락에 지나지 않는 것임에도 어떻게 하면 알차게 또는 재밌게 쓸까 고민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가끔은 썩 근사한 작품이 탄생하기도 해서 글에 대한 반응을 하나하나 살피기도 한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간을 쏟는 것. 이런 천하의 시간낭비가 또 있을까?


둘, 실수. 구경만 하면 다행인데 말이라도 얹는게 버릇되기 시작하면 자기 인생에 별 의미가 없어서 남의 가십거리에나 기웃거리는 할일없는 오지랖퍼가 되기 쉽다. 철없을 때는 경솔한 발언으로 후회할 일들이 생긴 적도 있다. 언제나 생각해야한다. 내 이 말과 행동으로 세상에 득될게 있는가? 답은 대부분 'No' 일 것.

특히 위험한 것은 '자기정당화'다. 한번은 친구에게 섭섭했던 감정을 털어내고 다정한 트위터 친구들에게 위로를 받은 적도 있었지만 본질은 나를 서운케 한 상대방을 비난하면서 나의 정당성까지 호소하는 비겁한 뒷담화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는 그렇게 치사하게 살지 않겠다. 실수로 남에게 상처주고 소중한 것들을 잃는 과오를 범하지 않겠다.


셋, 가식.  봐주는 사람들이 많으니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에도 반응해주는 사람이 많을 때가 있다. 이러다보니 내 말이 다 맞는것 같고 나만의 좁은 세계에 갇혀버린다. 더 많은 공감을 받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는 남들이 좋아할만한 얘기만 하면서 반응을 즐기는 전형적인 중독자가 돼버린다.

보는 눈이 많아지니 책임감 있는 발언만 해야하고(이재용이나 오바마 수준의 자기검열을 거친다) 더이상 개인적인 생각을 풀거나 소소한 자랑도 하기 부담스러워졌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게 있듯이 인기를 위해서라면 어느정도 개인정보를 팔아야하는데 같은 종류의 인기로 명성을 얻은 인스타나 유튜브 스타처럼 돈이라도 버나? 답은 No.


좋은 점도 많았다. 삶을 대하는 성숙한 태도와 마음가짐들도 배웠고 그냥 살았다면 몰랐을 다른 사람들의 세계와 상처도 간접적으로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때론 위로도 얻고, 나에게 따뜻한 공감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사람들도 있었다. 이국적인 여행지의 생생한 경험들도, 내가 몰랐던 화가나 사진가의 작품들, 전시와 공연들, 역사 이야기, 근사한 카페나 맛있는 음식점 이름 등등 애니나 아이돌 덕질을 제외하고라도 재미로 말하자면 수도 없다.


하지만 이것이 내 생활에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나는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자 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한다. 좋았던 것들은 좋았던 것으로 남긴채 떠나자. 모든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들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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