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서의 제3의 인생 시작 - 1

아직 늦지 않았다

by 강현주



30살 되던 때, 청춘을 다 바쳤던 10년간의 독립된 서울 생활을 마무리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게 되던 날. 아직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되어 버린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나의 고독과 영혼이 담긴 이야기들이 담긴 이삿짐을 안고서 내려가는데, 하얀 눈이 내려서 그런지 그 겨울은 유난히도 춥고 시렸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지나온 시간을 다시 되새기려니 선뜻 손잡아 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여리고 애처로워 보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 혼자서도 모든 걸 다 해낼 줄 알았고, 여러 가지를 경험하면서 이루어 낸 것도 있었지만, 막상 뒤를 돌아보니 나의 건강 및 마음 상태는 엉망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력서나 자랑할 만한 거리는 몇 개 만들어 놓고 정작 돌봐야 했던 소중하고도 깊고 애절했던 내 마음은 수시로 살펴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럴까?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오면서 좀 더 편하게 쉬면 괜찮을 줄 알았지만,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나 자신도 초라해 보였고 더 기특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괜스레 작아 보였다.


그렇게 2년 정도 끙끙대면서 마음 앓이를 하다가 눈을 떠보니 ‘내가 있는 곳은 바로 지금 여기’라는 단어가 나에게 달려와 있었다.


‘Present’라는 영어 단어는 ‘현재’라는 의미도 가지고 ‘선물’이라는 의미도 함께 표현할 수 있다. 그때부터 그 단어에 얽매여 보기로 마음을 먹었고 과거와 미래에 집착하던 예전의 나를 멀리 보내기 위해 ‘버리기 훈련’에 돌입하게 된다.


5분의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10분, 15분, 20분,,, 1시간 동안 거의 매일 운동하고, 일기장에 오늘 나의 상황에 대하여 작성하면서 꼼꼼히 나를 살펴보는 연습에 몰입하게 된 것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1년이라는 시간이 더 지난 뒤, 아울렛 폴로매장에서 해보지도 생각지도 못했던 서비스 일을 하고 있었고 생전 관심도 없었던 영어 공부를 하면서 영어 스터디에 매주 나가고 있었으며 세상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 막 30세에 돌입하게 되었는데도, 도전하고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던 내 본모습이 다시 되돌아오고 있었고 ‘지금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젊을 때이다’라는 문구처럼 지금 하지 못하면 영영 해보지도 못한 채 후회만 가득할 것 같은 미래가 떠오르더라.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서 가만히 있지 못한 채 이리저리 어학연수를 다녀올 기회를 찾기 위해 열심히 탐색했고, 다행히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길래 직접 연락하고 방문한 뒤 계획을 잡고 부모님께 설명해 드리고 승낙을 받게 된다.


5개월 동안 캐나다 밴쿠버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거라서 ‘짧지만, 열심히 즐기고 와보자’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게 된다. 20대 대학생 시절 해외여행을 자주 다녀왔었다 보니, 해외에 대한 열망과 기대는 언제나 가득 차 있었기에 이번에도 기회다 싶었는지 놓치고 싶지 않았나 보다.


처음으로 가보는 나라, 캐나다. 그리고 그 속에 작으면서도 유명한 여행 관광지인 밴쿠버로 2015년에 드디어 떠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