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발걸음은 자유로 가득 채워졌고 다시 무엇인가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쁨으로 환희를 느끼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정말 가족들과 자국을 떠나 혼자서 잘 해낼 수 있을지 막막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뭔지 모를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도 벌써 무엇인가 만난 듯 반가운 향기로 채워졌다.
밴쿠버 공항에 도착해서 에이전시 대표님과 인사를 나누고 직접 홈스테이 집으로 데려다주셨는데, 그때는 아는 건 아무것도 없어서 대표님께 여기서 어떻게 살아가면 되는지 이런저런 삶의 방식을 여쭤보고 당장 필요한 마음에 대해 또 묻고 또 물어보았다.
홈스테이로 진입. 집문을 열고 주인아주머니를 만나는데 얼마나 상냥하시던지,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한다. 기회가 되면 다시 그녀를 찾아뵙고 감사의 인사를 전해 드리고 싶다. 홈스테이를 시작하기 전 사람을 살펴주는 일을 하셨다고 해서 그런지 더욱더 인간미와 정을 느낄 수 있었고, 5개월간 생활할 나의 아득한 방으로 안내해 주셨다.
그날 저녁,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남동생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과 인사를 나누며 어떤 마음으로 여기 왔고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은지 서로의 꿈 이야기를 서슴없이 들려주었다.
한국이었다면 움츠려든 작은 어깨너머도 ‘꿈’이라는 희망도 보일 듯 말 듯 흘려버렸을지도 모르는데, 자유를 찾아서 떠나온 또 다른 세계 속에 있다 보니 무엇이 나를 방해하든 말든 어떤 시선에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 있게 각자의 모습을 되뇌어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집주인아주머니, 룸메이트 동생들 등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지 더욱더 밴쿠버라는 작은 도시가 오붓하게 느껴졌고, 생전 다녀보지도 못했던 영어학교로 발걸음을 옮긴다.
웬일일까?
학교 안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날아온 외국인들로 가득 찼고 틈틈이 한국인 친구들도 보였다. 그래서 해외를 나와봐야 내가 누구인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등을 확연히 알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다양한 국적을 가진 친구들의 행동이나 스타일에 따라 여러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자신의 영어 실력에 따라 반이 배정되고 재미있는 수업 시간이 이어지면서 선생님들, 친구들과 웃으면서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영어라는 건 아예 관심도 없었던 사람이라, 못할 줄 알았는데 실수를 하더라도 실질적인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어서 흥미로웠고 이번을 계기로 ‘밴쿠버’라는 도시는 나와 큰 인연을 맺어진 것이나 다름없단 걸 넌지시 알 수 있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5개월의 시간을 밴쿠버에서 보내며 ‘이때인가?’라는 느낌을 받고 당장 이곳으로 옮겨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그다음 작전에 들어갔다. 어학연수를 마치고 다시 밴쿠버로 되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워킹비자나 학생비자를 받는 것, 그리고 들어와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을 찾고 있었다.
여기를 정착해 보려고 마음먹었던 가장 큰 이유는 좋아하는 도시인 ‘부산’과 많이 닮아서이다. 바다를 불문하고 산과 호수 그리고 자연경관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친구들과 밴쿠버를 알기 위해 많은 곳을 탐방했지만 어디를 가든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있어서 도시라는 느낌보다는 ‘자연 공간’이라는 분위기에 더욱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나를 매료시킨 이 공간에서 벗어날 순 없었기에 어떻게 해서라도 다시 여기로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하고, 그렇게 어학연수를 마무리한 뒤 고국으로 되돌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