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가 들려준 소녀의 사간들]
중학교 1학년때. 그 당시 나와 제일 친한 친구는 바로 ‘음악’이었다.
물론 학교생활이나 친구들과 노는 시간도 즐거웠지만,
그보다 더 행복했던 시간은 혼자서 라디오를 들으며 흥얼거리던 시간.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도취되어 잡고 있던 연필을 놓거나
읽고 있던 책의 문장을 잊어버릴 때가 많았다.
무엇이 그렇게도 나를 음악으로 인도했는지, 정말 아직도 그 답은 찾지 못했다.
찾지 않아도 되지만… 너무 궁금한데 말이다.
하지만 그 이유를 찾는 것보다, 그냥 이리저리 되새겨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나의 추억상자]를 조용히 열어보려 한다.
6학년쯤부터 사춘기는 시작되었고, 엄마 아빠 말씀을 잘 듣는 첫째 딸이었지만
그 또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음악에 심취해 빠져드는 그 힐링의 시간을 즐겼던 걸까?
어린 소녀의 추억 속에서는 라디오 MC들부터 시작해서
한국 음악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음악을 감상하며 ‘우와~’라는 감탄사를 연발했던 것 같다.
음악이란 무엇이길래 이렇게도 나를 좌지우지하며 놓아주지 않았던 것인지..
참 묘한 매개체이다.
지금도 그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겠느냐 묻는다면,
당연히 음악에 도취되어 음악과 함께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를 일.
제일 좋아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은 배철수 아저씨의 <름악 캠프>.
한국 음악이 아닌 전 세계 팝을 중심으로 빌보드 음악을 한 번에 들을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저녁 6시부터 시작되는 이 프로그램은 퇴근 시간에 맞춰 방송되다 보니,
아버지도 퇴근하시며 꼭 듣던 프로그램이었다.
그 시간에 맞춰 나와 엄마, 그리고 남동생도 아빠 차에 타면
다 같이 감상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
1990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2025년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정말 대단한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그런지 구수하게 기억되는 이 프로그램 덕분에
아빠가 좋아하는 팝도 알게 되었고,
내가 어떤 음악 스타일을 좋아하는지도 좀 더 다양하고 세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어 좋은 계기가 되었다.
여러 장르의 음악이 있고, 그 속에서 내가 아끼는 음악이나
나만 듣고 싶게 만드는 소중한 음악도 만나게 되면서
내가 가진 성향과 기질도 함께 알아갈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1990년대, 그 당시 내가 좋아하던 음악 스타일은 팝펑크, R&B, 팝랩, 락 발라드, 브릿팝.
새로운 음악 스타일이 쏟아지던 1990년대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던 가수들은
Michael Jackson, Backstreet Boys, TLC, Boyz II Men, Mariah Carey, Puff Daddy,
Céline Dion, Eminem, Christina Aguilera, Spice Girls, Will Smith, Monica, Jennifer Lopez,
The Black Eyed Peas, Oasis, U2, Nsync, MC Hammer, Green Day, Aqua….
다시 되돌아보니 정말 다양한 음악을 좋아한 것 같다.
테이프랑 CD가 유행하던 그때, 레코드숍에서 그들의 앨범을 하나씩 사기 위해
용돈도 준비해 놓고 달려가던 시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긴 하지만 내가 듣고 싶을 때 마음대로 들을 수 없으니,
그렇게 사두고 다시 음악을 감상하며 희열을 느끼곤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음악,
‘정말 이 음악은 꼭 죽을 때까지 들고 가고 싶다’하는 곡 10개를 꼽자면
Michael Jackson의 <Billie Jean>, Backstreet Boys의 <I Want It That Way>, Spice Girls의 <Wannabe>, Boyz II Men의 <I’ll Make Love To You>, Christina Aguilera의 <Fighter>, Puff Daddy의 <I’ll Be Missing You>, TLC의 <Scrubs>, The Black Eyed Peas의 <Where Is The Love?>, Mariah Carey의 <Hero>, Oasis의 <Wonderwall>.
살펴보면 부드럽거나, 지나치게 발랄하거나, 혹은 여러 스타일이 교차되는 등
다양한 음악 스타일에 귀를 기울였음에 지금 생각해 봐도 흥미롭다.
그만큼 사춘기 소녀에게는 새로움에 대한 갈망과
색다른 음색을 찾아내려는 열정이 있었던 것 같다.
조금씩 방황하고 부모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시작하면서
그 홀로 있는 시간이 괜스레 뿌듯하기도 했다.
부모님 품의 따뜻한 온기를 조금씩 잊어버려야 했고,
그것을 잊기 위해 조금씩 혼자 걷는 연습을 음악과 함께 해왔던 것 같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으로 거듭날 것인지…
수많은 고민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나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지 않았을까?
물론 그 당시엔 미성숙했고,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알지 못했지만
어린 소녀에서 조금은 의젓한 감성 소녀로 발달하던 순간이다.
그래서 추억상자를 열어보니,
왜 그리운 과거의 추억들이 귀중한 보물인지 더 깊이 깨닫게 된다.
슬펐건, 즐거웠건, 아팠건, 흥겨웠건 상관없이 어떤 추억을 가졌던들,
그 모든 추억들은 우리의 소중한 시간이 이었음을 잊지 않기를,
그리고 잊혀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번엔 사랑하는 음악 속으로
훅, 미친 듯이 빠져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