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속에 숨은 예술]
음악 공부를 하기 전에는 몰랐다.
악보 속 음표와 기호들이 음색을 만들고, 빠르기와 셈여림, 효과 등을 표현한다는 사실을.
그냥 ‘기호’겠거니 했었는데,
그것들이 음악을 만들어내고 화성을 구성하면서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한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
물론 관심도 없었거니와, 그저 흘러나오는 음악을 감상하면 다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소리’에 불과했다.
제대로 된 음악을 알고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기호, 표기법, 표현법 등을 공부하고 익힌 뒤에
나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어릴 적, 아빠의 기타를 가지고 띵가띵가 치던 습관과
재미있게 시작한 기타 연습을 통해 나는 ‘음악’을 만나게 되었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한 사람 또는 많은 사람에게 감명과 여운을 전해줄 수 있는 ‘음악’.
그 신비로운 매개체에 손을 대볼 수 있었다.
음악 감상을 좋아해 라디오와 음반으로 가수에게 빠져들고, 그들의 음악에 홀릭하던 때.
‘저런 사운드는 어떻게 만들까?’
‘이런 멜로디는 어떤 영감으로 탄생했을까?’
그 궁금증이 나를 작곡 공부로 이끌었다.
‘악보’라는 도화지 위에 음표로 선율을 그리고, 창작된 가사를 덧붙이면
감성적인 발라드나 락, R&B, 팝 등의 장르로 재탄생한다.
요즘은 디지털 기술이 더해져서 악기를 직접 연주하지 않아도
음악적 감각만 있다면 누구나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
떠오르는 선율이나 주제만 있다면, 거기에 코드와 악기를 더해
또 다른 색깔의 음악으로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있다.
그 방법을 익히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음악’이라는 예술의 가장 큰 매력이다.
물론 반대로, 엉뚱하게 공부하거나 너무 쉽게 생각하면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음악’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어쨌든 하나의 음악이 완성되기까지는 수많은 시도와 수정 과정을 거친다.
작곡가가 좋은 기운을 느낄 때 “한 곡 만들어볼까?” 하다가
뜻밖의 명곡이 탄생하기도 하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나는 클래식을 시작으로 국악 작곡 전공으로 대학교를 졸업했고,
이후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음악 교사로 일하면서
관현악단, 그룹 활동 등 다양한 음악 단체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음악대학원 혹은 교육대학원?’이라는 갈림길에서 고민했다.
내 미래는 내가 결정해야 했지만, 첫째 딸로서 부모님의 뜻을 존중하고
교육대학원을 선택했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후회되는 선택 중 하나를 꼽자면,
‘그때 음악대학원을 갔거나,
음악 유학을 떠나 조금 더 고생했더라면
지금쯤 더 큰 꿈을 꾸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 뿐.
아쉬움이 남는다는 건 그만큼 좋은 경험도 했다는 증거다.
그 경험 덕분에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내게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즐기며 행복해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은 딸아이를 키우느라 음악에 온전히 몰입하지는 못하는 상황.
그러나 내 마음속에는 아직도 작은 씨앗처럼 고이 심겨 있는 꿈,
바로 ‘음악 하는 작곡가’가 조용히 숨 쉬고 있다.
지금은 잠시 멈춰 있지만,
언젠가 딸이 자라 스스로 인생을 만들어갈 나이가 된다면,
그때는 나만의 방법으로 그 씨앗을 꺼내
다시 ‘음악 하는 작곡가 강현주’로 태어나고 싶다.
나는 친구들과 지인들, 그리고 학생들에게 늘 묻는다.
“너의 꿈은 뭐야?”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어떤 사람으로 자라고 싶어?”
지금은 몰라도 괜찮다.
‘미래의 나’에게 진심으로 다가선다면,
그 꿈이 이뤄질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누가 뭐라 하든,
자신만의 ‘작은 꿈의 씨앗’을 품고 살아간다면
아마도 하루하루가 더 빛날 것이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도 ‘나’이고,
나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도 ‘나’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진중하게 살펴본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나는 ‘음악’을 사랑한다.
OST, 오케스트라, 재즈 등 내가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을 들여다봐도,
한 성부 한 성부가 모여 조화로운 음악이 되고,
정해지지 않은 선율과 리듬이 어우러져
듣는 이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이보다 아름다운 일이 또 있을까?
‘삶의 예술’인 ‘음악’을 애지중지하며 살아갈 수 있음에 오늘도 감사하다.
언젠가 많은 이들에게 잠시나마 위로와 힐링이 되는
‘음악’이라는 선물로 보답하고 싶다.
꼭, 언젠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