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음악 미치광이의 꿈]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재즈 음악을 딱 한 곡만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프랭크 시나트라의 <Fly Me to the Moon>을 선택한다.
이 곡을 처음 만났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가수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묵직한 베이스 선율,
그리고 그 사이를 메우는 악기들의 조화로움에 온 마음이 황홀해지던 기억.
그날 이후,
나는 재즈 선율이 들릴 때마다 나도 모르게
기분 좋게 흥얼거리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한다.
우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콘트라베이스의 선율,
그리고 그 뒤를 단단하게 붙잡아 주는 드럼의 비트가 있다.
그 위로 피아노, 색소폰, 트럼펫, 그리고 인간의 목소리까지 더해진다.
재즈는 각자의 위치에서 하나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서로의 음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아름답게 흘러가는,
아주 정성스러운 음악 장르다.
재즈의 가장 큰 미학은
‘다름’이 결코 ‘이상함’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서로 다른 소리들이 모여
오히려 완벽한 ‘어울림’을 구사한다.
정교한 음높이와 자유로운 선율,
그리고 현란한 리듬이 총동원되지만
그것은 복잡함이 아닌 고급스러운 예술로 탄생한다.
그 놀라운 화합의 과정이 나를 재즈라는 늪에 빠지게 했다.
그래서일까.
그 매력적인 선율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덧 나는 스스로를
‘재즈에 미친 행복한 감상가’라 정의하게 되었다.
재즈 덕분에 이제는
아무리 난해하거나 독특한 음악을 들어도 거리낌이 없다.
때로는 아주 느리게, 때로는 숨 가쁘게 빠른 템포 속에서도
재즈만의 독특한 향기를 맡으며 홀딱 빠져들곤 한다.
나를 이토록 ‘음악의 미치광이’가 될 수 있게 도와준
재즈라는 장르에 참 고맙다.
비록 전문 연주자는 아니지만,
관현악단이나 소규모 팀에서 반주 활동을 해보기도 하고
취미로 음악을 감상하며 연주자의 기분을 내보기도 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는 늘 간절한 바람이 하나 있다.
언젠가 재즈 피아노를 즐겁게 연주하며,
진짜 ‘미친 음악가’가 되어보는 것.
진정한 ‘미친 음악가’가 된 나는 과연 무슨 노래를 흥얼대고 있을까?
이미 음악에 미쳐 있다고 자부하지만,
현실이라는 상황 속에서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그 깊은 곳까지 가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갈 길이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며,
가고 싶은 길이 있다는 건 내 인생의 큰 행운이라는 것을.
그 고마운 마음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려 한다.
사랑하는 딸아이가 좀 더 자라 스스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 때,
나는 아마도 ‘미친 음악가’로서
신발 끈을 제대로 묶고 뛰어갈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현실과 꿈 사이에서,
그 절묘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애써왔던 나의 시간들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은,
소중한 나의
‘지금’
이라는 시간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