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살 우리 엄마.
이제 42살이 된 딸의 늦은 출산과 육아를 도우며 이제 더이상은 팔자에 없을 줄 알았던
아기띠를 다시 멘다.
20대에 일찍 결혼한 내 한살 동생과 달리
나는 30대 후반이 되어서까지도 결혼을 못하니 남자복이 없나 싶어 우리 엄마는 늘 내 걱정이 많았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내가 30대 끝무렵에 결혼을 하고 애까지는 바라지 말자 했었는데
41살에 임신과 출산을 했다.
그러니 울 엄마 눈에 늦둥이 손녀딸이 얼마나 이쁘랴.
이미 맞벌이인 내 동생의 조카들 2명을 엄마가 업어 키웠는데 그 조카들이 이제 벌써 12살, 9살이다.
그때는 엄마도 50대 초반이었으니 그래도 체력이 받쳐주었는데,
지금은 엄마도 어린 손녀를 돌보는게 힘들어하는게 눈에 보인다.
게다가 우리 딸은 생후 6개월에 벌써 9kg가 넘은 초우량아라서 나조차도 안고 업고 하기가 버겁다.
엄마가 주말마다 우리집에 와서 내 산후조리도 해주고 애도 봐주시고 하는데
이제 좀 애 내려놓고 쉬시라고 해도 한사코 아기를 내려놓지 않는다. 당신이 애를 내려놓는 순간
손목도 안좋고 허리도 안좋은 당신 딸이 애를 안아야 하는 걸 알기에 본인도 힘들면서 놓기가 어려우신거다.
어릴 때에는 엄마가 나 쉬라고 혼자 고생하는게 영 보기 불편하고 마음이 안좋고 심지어는 화가나서
엄마한테 그러지 말라고 쏟아붓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은 엄마한테 쉬라는 말이 능사가 아니란걸 안다.
아무리 좀 쉬시라고 해도 엄마에게는 안들린다. 그저 딸이 편하게 있는게 제일인 것을.
당신이 있는 주말 동안은 딸인 내가 누워서 쉬고 티비 보며 웃는걸 보는게 제일 행복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요즘은 애 봐주는 엄마 앞에서 어렸을 때에도 잘 안떨던 갖은 재롱을 떨며
엄마에게 '나 너무 행복해. 잘 살고 있어'를 온 몸으로 표현한다.
애봐줘서 고맙다는 표현도 많이 하고 영양제에 한우도 꼬박꼬박 챙겨드리고
혹시라도 애 외에 다른 집안일은 전혀 신경 쓸 일 없도록 내가 다 후딱 해치운다.
우리 엄마는 애 낳으니 갑자기 살가워진 내가 어색한듯 하면서도
좋아하는 눈치이다. 늘 무뚝뚝하고 말수가 없던 큰 딸이 조잘조잘대니 40대 중년이 된 딸이라도
그게 참 귀여우신가보다.
나 역시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오늘도 아기띠 멘 엄마 옆에서 조잘조잘하며
엄마의 말상대가 되고 재롱부린다.
아기를 낳고 키운다는 것.
딸인 내가 딸을 낳고, 엄마가 할머니가 된다는 것.
앞으로 내가 죽을 때까지 펼쳐질 우주같은 나날들이 두려우면서도
옆에 엄마가 있기에 마음 든든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