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랑 생김새가 판박이다.
웃을 때 반달이 되는 눈매도 닮았고 뭉뚝한 코도 그대로이다. 남들이 내 신체중 가장 부러워하는 긴 손톱 역시 엄마 손톱을 빼닮았다.
어디 외형만 그런가.
화나면 폭발하는 성질 역시 엄마한테서 온 것이 틀림 없다.
보통 첫 딸은 아빠를 닮는다는데 다행히(?) 나는 장녀임에도 엄마를 닮았고(살색은 왜인지 아빠를 닮아 까맣지만) 내 딸도 나를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난 아직 잘 모르겠다. 내 딸 얼굴이 정말 나를 닮았는지.
얼굴 대신 딱 하나 내가 봐도 정말 나를 쏙 닮은 구석이 있는데 바로 손톱이다. 울 엄마를 닮은 내 손톱은 길쭉길쭉 큼직큼직해 어딜 가도 부럽다는 소리를 꽤 들었는데 그래서 내 딸한테는 다른건 몰라도 이 손톱 모양은 꼭 주고 싶었다.
딸을 보러 온 시댁 식구나 친정 식구들한테 아기 손톱 길어서 이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은근히 흐뭇하다. 3대를 걸친 우월한 손톱 유전자라니! 엄마, 나, 내 딸 셋이서 손을 모아 보니 검지 손톱이 정말 똑같아서 쿡쿡 웃음이 나왔다.
다만, 이 손톱 유전자와 함께 성격 급하고 욱하면 폭발하는 다혈질 역시 함께 넘어온 것은 아닐런지 정말이지 불안하다. 성격은 제발 내가 아닌 꼼꼼하면서도 느긋한 성품의 남편을 닮기를 바라지만 내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닐터.
엄마 말에 의하면 애 성격이 벌써부터 보통이 아니라는데 내 성질머리 유전자가 결국 남편 것을 이기고야 만 것인가. 왜인지 엄마는 너 고생 좀 할 것 같다면서도 신난다는 표정을 지으신다.
"너도 한번 당해봐라 딸아" 라고 하는 엄마의 마음의 소리가 내 귓가에 울리는 것만 같다.
순간 사춘기 시절, 집안 사정으로 힘들어하는 엄마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어 직언한답시고 별 갖잖은 충고 나부랭이를 하며 엄마에게 악을 쓰던 내 모습들이 스쳐 지나갔다. 엄마는 나의 매정한 말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성인이 되고 결혼도 하게 되면서 그때 잘못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내 마음 속에 가득한 것을 알았는지 우리 딸이 나 대신 할머니 속을 풀어주려고 요 성질머리 유전자를 손에 꼭 쥐고 태어났구나 싶다.
아이구 기특한 것. 그래, 엄마 속 많이 썩혀서 엄마가 할머니한테 했던 잘못들 돌아보며 반성 할 수 있게 해주렴. 엄마가 할머니한테 두고두고 잘 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