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한참 퍼질 때쯤 임신과 출산을 한 나는 산후조리원 모자동실 시간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아기를 볼 정도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강박이 심했다.
산후조리원에서 퇴소를 하고 집에 와서도 코로나 확진자 수가 높아지면 주말마다 와서 돌봐주시는 친정 엄마도 못오시게 했다. 이제 좀 확진자가 줄어드나 싶으면 다시 지역발 감염 확산이 반복되다보니 엄마가 한달 정도 우리 집에 못오신 적이 있었는데 희한하게 딱 그 시점에 몸이 여기저기 아프고 모든 상황이 다 고되고 무겁고 두려웠다.
건강검진을 3주 앞두고 있었는데 밤에 잠만 자려하면 자꾸 숨 쉴 때마다 폐가 아픈 것 같고, 소화도 잘 안되고 등근육도 너무 아파서 무서웠다. '내가 큰 병에 걸린거면 어쩌지? 나 죽으면 울 딸은 불쌍해서 어떡하지?' 하는 극단적 생각들이 오갔고 몇날 며칠을 울면서 밤을 지새웠다. 그 전에는 임신때 찐 살이 왜이리 안빠지지? 고민했었는데 그 시기에는 1~2kg 정도 빠진 것도 기쁜게 아니라 몸에 이상있는거 아닌가 싶어 너무 걱정이 됐다.
그리고 그때 당시 또 하나 나를 짖누르던 두려움이 있었는데 내 딸이 혹시라도 장애를 갖게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임신과 육아로 이것 저것 정보를 찾아보려 유튜브 동영상을 많이 찾게 됐었는데 어떤 알고리즘인지 자꾸 내 유튜브 목록에 자폐아 확인방법, 발달장애, 정신지체 장애아이 키우기 등등의 영상이 뜨다보니 그런 영상들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어? 우리 딸도 증상이 비슷한데?' 하는 것들이 정말 많았다. 6개월도 안된 아기가 무슨 증상이 있겠냐 싶으면서도 걱정이 사그러들지를 않았다.
이런 지옥같은 나날들이 계속되고, 코로나는 코로나대로 잡히질 않아 나는 점점 더 내가 파놓은 구덩이 속에 매몰되어 갔다.
그러다 어느 날 엄마가 왔다.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한 달째 혼자 아기를 보는 내가 안쓰러워 분명 내가 코로나 많이 퍼졌는데 왜 왔냐고 뭐라 할걸 알면서도 바리바리 반찬거리를 싸들고 구세주처럼 오셨다.
엄마에게 아기를 맡기고 베란다 창 밖을 멍하니 바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엄마랑 남편이 놀래서 눈이 휘둥그레 해지면서 왜그러냐 물었지만 그냥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그렇게 울고 있는 내 스스로가 너무 황당하고 웃기기도 해서 울다 웃다 미친 사람 마냥 거실 바닥에 깔린 매트 위를 굴렀다.
그렇게 한참 울다가 매트 위에 누워있는데 엄마가 한 소리 날렸다. "나 이 집에 못오게 할 때부터 알아봤다. 너 산후우울증 걸릴까봐 매주 온거였는데 자꾸 오지 말라 해서 좀 걱정이 되더니만 결국은 우울증 걸렸냐"며 잔소리를 했다.
'엥? 우울증이라니? 나 산후우울증 걸린거였어?' 머리가 한 대 맞은 것처럼 띵했다.
그렇구나. 나 우울증 걸린거였구나.
걱정거리 마음 터넣고 덜어내줄 사람이 없어서 그런거였구나.
어이가 없어 다시 웃음이 나왔다. 마음을 좀 진정시킨 뒤 엄마와 남편에게 내 눈물의 이유를 고백했더니만 엄마는 또 다시 잔소리 폭격을 했다. "괜찮아. 너 안죽어.", "건강검진 곧 할거면서 왜 사서 고생하냐", "너 유튜브 보는거 당장 때려쳐라" 등등.
한바탕 나를 구박한 엄마는 내가 애 보고 있을테니까 지서방이랑 당장 나가서 커피라도 마시고 오라며 등을 떠밀었다. 어쩔 수 없이 밖으로 쫒겨나가 동네 카페에 앉아 남편과 함께 커피를 주문해 마시며 왠지 모를 깊은 해방감을 느꼈다. 이제서야 이 고통이 끝나는가 싶은 마음에 안도감이 들었다.
의사도 아닌 엄마가 내린 진단과 처방은 정확했고 매우 효과적이었다.
그 날 이후로 나는 걱정과 불안을 놓을 수 있었고 3주 뒤 건강검진에서도 좋은 결과를 받았다. 딸이 혹시라도 장애가 생기면 어쩌나 싶어 생긴 마음 속 살얼음판은 딸의 눈웃음에 싹 녹았다.
그렇다. 나는 그냥 괜찮다 라는 말이 듣고 싶었나보다.
희한하게도 엄마는 딸이 지금 그 말이 절실하다는 걸 귀신처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