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너 닮은 딸 낳아봐라

서운함으로 남긴 말, 축복으로 다시 건네다

by 기록하는여자

"너도 이다음에 꼭 너 닮은 딸 낳아봐라."

사춘기 시절부터 몇 해 전까지,
엄마는 속상한 마음이 올라올 때면 그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어딘가 불편해졌다.
못되게 군 나를 향한 서운함인지,
말로 다 하지 못한 어떤 마음의 표현인지,
그땐 알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는 엄마가 되었다.

지금의 나는 중학교 1학년,
딱 그 시절의 나를 닮은 딸을 키우고 있다.
가끔 내 딸에게 장난처럼 말한다.

"너도 나중에 자식을 낳아 키워보겠지만,
아마 나처럼 이렇게 예쁜 딸은 낳기 힘들 거야."

웃으며 하는 말이지만,
사실은 마음 깊은 곳에서 꺼낸 고백이다.

그 말엔 이런 뜻이 담겨 있다.
'넌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운 존재야.'
'엄마의 딸로 와줘서 고마워.'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엄마였던 나의 엄마는
그 말을 서운함으로 남기셨다.
하지만 엄마가 된 나는
그 말을 축복으로 건네고 싶다.


딸이 내게 사춘기의 시간을 건네주듯,

나는 딸에게 넉넉한 사랑을 건네고 싶다.

함부로 던졌던 말 한마디가
세월을 지나 내 마음에 자리 잡을 줄은 몰랐다.
그 말이, 지금은 나를 따뜻하게 품는다.
그렇게 말은 기억이 되었고,
기억은 사랑이 되었다.

엄마의 서운함은
그 시절 그녀가 감당해야 했던 사랑의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그 마음을 살아보니, 이제는 알겠다.
그 말은 서운함이 아니라,
그저 사랑이었다는 걸.

이제는 나도,
그 말을 딸에게 건넨다.
내가 사랑하는 방식으로.


아가, 너도 이다음에 꼭,
너 닮은 딸 낳아봐라.

그리고 알게 될 거야.
사랑이 얼마나 깊고 서툰 감정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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